손동숙 시의원
손동숙 시의원

[고양일보] 동물권 단체의 언론 제보로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인근 고양시 설문동에 도살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살장에서 잔인하게 개를 도축하고 있는 현장을 발견했지만, 초범이라 풀려났다고 한다. 무참한 일이지만, 사건을 접하고 현실적인 문제로 풀기엔 오랜 시간이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당역 근처 자주 가는 식당 인근거리에도 개농장이 있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래서 동물보호센터에 신고를 했지만 현실적으로 단속이 쉽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 개농장을 급습한다 하여도 동물보호법상 학대의 증거가 있어야 긴급 격리, 긴급구조가 되는데 현실적으로 그것을 입증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법의 구조적 문제부터 변하지 않는 한, 눈뜨고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인가?

초여름이면 도살로 내몰린 개들의 울부짖음에 인근지역 상인들은 밤잠을 설친다고 한다.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다며 안타까운 심경까지 호소하고 있다. 또한 산책 나온 인근 주민과 누리길을 트래킹하는 이들은 동물보호단체에 대한 원성을 SNS로 올리기까지 하지만 변화되는 것은 없어 보였다

올해부터 시의회 동물복지 정책연구회를 결성하게 된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그 이유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관습적으로 개고기를 섭취하여 왔다. 현재는 개고기를 먹는 사람과 먹는 사람을 혐오할 만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개고기를 먹고, 먹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개를 도살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식약처에서도 식품원료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개를 도살하는 도축장은 우리나라에 없다. 이번 설문동 도살장에서 구조된 개들의 검진 결과를 보면 파보 양성이 3마리, 코로나 양성이 10마리, 사상충 양성이 6마리였다. 도살되기 전의 개들의 상태를 알고도 과연 사람들은 보신탕집에서 식품으로 개들을 먹을 수 있을까?

보신용으로 도살되는 개의 도살과정을 말로 듣자니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음식물쓰레기를 먹이며, 산채로 피를 빼야지 살이 연하고 맛있다고 하는 도살업자의 말은, 말을 옮기는 자체가 경악스러울 정도로 숨이 막혔다.

예전 먹고 살기 힘들었을 때, 소나 돼지처럼 가축개념으로 키우다가 잡아먹는 시절이야 있었지만. 요즘같이 먹을 것이 넘치는 세상에 왜 보신용으로 개를 먹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물론 개를 식용으로 하는 관습이 남아 있어 먹는 이들까지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도살장에서 접한 개들의 상태는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렇다고 개를 도축할 수 있는 법률적 요건을 만드는 것 또한 인정하기 힘들고 어렵다.

고양시에만 해도 200여 곳의 개농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신탕집, 건강원은 눈이 닿는 곳에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질병에 감염된 개들을 도살하고 유통해서 사람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국가는 아무런 단속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번 글에서 유기견 보호센터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유기견들이 발생하고 있고, 센터의 환경도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열악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반려동물들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유기견들도 늘어나고 있고, 이들을 감당할 기관이 턱없이 모자라 유기되고 도살당하는 개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인과관계 또한 성립된다.

개를 보신으로 섭취하는 관습이 암묵적으로 사회적 합의가 되어버린 현실에, 아무런 대응도 없는 국가를 보며 우리가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도 잘못된 행동이라고 할 것이다.

늦었지만 개를 식용으로 하지 못하는 법을 제정하거나, 개를 식용으로 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면 먹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무대응, 무행동이 최선의 방법은 아닌 것이다.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개농장, 도살장이 있는 한 동물복지를 외치고 동물권리를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좁은 철창에서 도살되기를 두려워하며 떨고 있는 수많은 개들을 안타깝다 바라만 볼 것이 아니다. 구조적인 법률 테두리가 아니라도 정책적인 입장에서 인식을 달리할 시점이 왔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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