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은 한국열린사이버대학 특임교수/ 서애의료사협 상임이사
나도은 한국열린사이버대학 특임교수/ 서애의료사협 상임이사

12월 23일 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는 자녀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교수에 “학사비리혐의 모두 유죄, 사모펀드 관련 혐의와 증거인멸 관련 혐의 일부유죄, 징역 4년, 벌금형 5억원 선고, 징역 4년에 법정구속, 추징금 1억3800만원 명령”의 1심판결을 내렸다.

이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부장판사)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총장의 직무배제 명령(11월 25일)에 대해, 윤석열 총장이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임으로서(12월 1일) 직무에 복귀했다. 

곧이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는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 결과, 이른바 재판부 사찰을 비롯한 총 6가지 혐의가 드러났다며 총장에 대해 직무배제의 징계(정직 2개월) 청구(12월 16일)에 대해 제기한 윤석열 총장의 직무배제 명령의 효력 중단의 소를 재차 인용(12월 24일)함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장관의 제청을 받아 재가한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를 법원이 또다시 뒤집은 것이다. 이로써 윤 총장은 8일 만에 두 번째로 직무에 복귀하게 됐다.

결국 하루 차이로 발표된 예상을 뒤엎는 정겸심 교수와 윤석열 총장의 소에 대한 특히, 대통령의 재가까지 마친 검찰총장의 징계를 사법부가 정면으로 뒤집게 되는 전무후무한 사례를 남긴 것이다.

이는 검찰 개혁과 공수처 출범을 위해 총력전을 벌였던 정부와 집권여당에 메가톤급 충격을 던져주었고, 이후 조국 전장관의 재판에 이어 수렁에 빠진 부동산 문제와 전세대란, 1년간 지속된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폭망 사태, 코로나19 재확산과 백신수급 문제, 769명의 집단확진자(12월 29일 현재, 전체 재소자 30%)가 발생된 서울동부구치소 재소자들과 요양병원 등의 코호트격리 문제, 영국발 변종코로나 유입전파, 중환자 격리병상 수급부족과 의료진 부족과 과로문제, 변창흠 법무부장관 임명강행 등 악재의 연속은 지난 12월 28일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역대 최저치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36.7%, 12월 4주차 주간집계조사)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지지도(29.3%, 국민의힘 33.8%)에 그대로 반영됐다.

결국 2021년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 정국에까지 몰아칠 격랑은 위기의식에 편승한 친문세력의 재결집을 낳았고, 이는 사법부 결정에 대한 부정을 넘어 재판부에 대한 국회 탄핵과 국민 청원으로 번지고 있어 이른바 정국은 또다시 온 국민을 윤석열 총장과 재판부 탄핵파와 수호파로 나뉘어 개싸움을 벌이는 난장판으로 내몰고 있다.

“국회에서 윤석열 총장을 탄핵해야 한다”고 집권당의 중견정치인이 소리높여 외치고(김두관), 한 대학교 총장(정대화)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경심 1심 재판부의 탄핵을 요구하는 해당 청원이 재판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우려가 있는데 나는 마땅히 재판의 독립성이 침해되어야 하고, 판사 한 명 혹은 세 명이 내리는 결정이 진실이라고 믿고 반드시 따라야 할 이유가 없고, 판사 개인은 전지전능하지 않으며, 양심에 따라 판결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동안 조용했던 추미애 장관도 자신의 유튜브에 “윤석렬 탄핵 역풍은 오지 않는다”라고 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글을 소개하면서 “검찰조직의 예봉을 꺾기위해 윤총장 탄핵은 꼭 필요하다”고 의사를 표명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행동하는 의원모임 처럼회(더불어민주당: 김남국·김용민·김승원·문정복·윤영덕·장경태·최혜영·황운하·유정주, 열린민주당: 최강욱·강민정·김진애)’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사유는 갖춰져 있고, 국회에서 발전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집단적 확증편향이야말로 초중고 교과서에 적시하고 교육하고 있는 ‘삼권분립’의 정의마저 부정하는 자가당착에 빠진 선출직 국회의원의 돌출행동들을 마구잡이로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즉, 삼권분립의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정신을 국회와 행정부가 정면으로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法治主義(법치주의)를 넘어선 心治主義(심치주의)라고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즉 法(법)이란 글자는 “흐르는 물”을 의미하는 水(수)와 “길을 가다”란 뜻의 去(거)의 합성어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항상 변함없이 흐르는 물처럼 길을 가다”란 의미다.

하지만 ‘마음 가는대로’가 아닌 ‘내 맘대로’의 뜻을 가진 心(심)은 법 위에 법으로 군림하려는 통제받지 않는 ‘내 마음의 법’으로 내 마음에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 ‘정의’고 그렇지 않으면 ‘불의’라고 하는 흑백논리에 입각한 진영논리와 다름이 없다. 정치인이든 관료든, 소위 엘리트지식인이든 무지렁이 생활인이든 간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이런 흑백논리에 뒤덮인 진영 간 진창싸움에 모두가 원치 않은 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흐름들이 과연 우리 모두를 질곡의 낭떠러지로만 이끌고 가고 있는 것일까? 지난 시기 벌어진 소위 개싸움들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부정적인 면들만 있었던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다양한 플랫폼과 폭발적인 SNS 활동은 정보폭주로 인한 가짜뉴스 횡행이라는 부정적인 면도 없진 않았지만, 정보의 비대칭성 즉, 정보의 권력편중을 타파했던 것도 사실이다. 조국 전 장관 재판과 윤석열 총장과 추미애 장관 간의 오랜 권력투쟁은 온 국민을 검사와 변호사, 판사로 만들어버린 것과 같아, 검찰 독립과 개혁, K-방역의 허와 실, 부동산 폭등과 전세대란 문제, 월성원전과 관련한 에너지 문제 등 모든 사안들이 국민들에게 상식이 되어버렸고 일상 공간에서 문재인대통령이 내걸었던 사회적 공론이 일상화되어버린 것이다.

일례로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사활을 걸고 추진해왔던 검찰개혁이 초래한 소위 ‘검란’의 주체들이 누구이고 그들의 주장이 대체 무엇인지를 자세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검란’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평검사들은 이미 검찰을 개혁하자고 하는 세대들과는 상당한 차이를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소위 1970-80년대 이후 세상을 주도한 386-586세대를 훨씬 넘어선 소위 ‘x, y, z, n...세대’들인 것이다. 그들이 사람과 사회, 세계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자세가 기득권자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이야기다. 평검사들이 일관되게 주장한 것은 윤석열 총장과 추미애 장관과의 싸움의 내용엔 관심 없고, 싸움의 절차와 방법이 적법하고 원칙에 입각한 것이었느냐 아니냐에 대한 것이었다.

이제는 “검찰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개혁이 아니라 “국민이 검찰 속으로” 들어가는 아니 이미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않고서는 앞선 모든 문제의 해결이 난망해짐을 인정해야 한다. 국민은 이미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주체들부터 개혁의 일차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 모두가 현실로 받아들이고 냉철하게 사태를 국민의 시각으로 직시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랬다.

대통령이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한 인사권자로서 사과와 함께 검찰도 공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에 대해 성찰하게 되는 계기로 삼으라” 강조할 때, 법원의 인용으로 8일 만에 직무에 복귀한 윤석열 총장은 성탄절 대검 대책회의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만큼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관련 사건에 대해 휴대전화와 이메일 등을 통한 온라인 조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소환조사를 최대한 줄이고, 소환 시에도 지청장이나 차장검사의 승인을 미리 받아 검찰청 전체 일일 소환자 수를 조절할 것이며, 형사법 집행의 수위를 최소화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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