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머리 앤(1979)
빨간머리 앤(1979)

“주근깨 빼빼마른 빨간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빨간머리 앤>을 생각하면 즉시 떠오르는 가사이다.

<빨간머리 앤>은 몽고메리의 대표소설로 1908년에 발표된 오래된 문학인데도 불구하고 드라마, 영화, 뮤지컬 그리고 심지어 상업적인 목적으로 캐릭터를 사용해 판매할 정도로 아직까지 우리사회에 남아서 사랑받고 있다. 그 이유는 왜일까?

지금의 성인들은 대부분 빨간머리 앤을 TV만화영화나 동화책으로 나온 단편소설로 처음 접했을 것이다.

그렇게 성장한 어른들은 사회에 일원이 되고 과거의 순수함을 잃어가며 때론 마음의 병을 앓기도 한다.

그런 부분에서 앤은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의 만화주인공 또는 책의 주인공으로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 위안을 주고, 앤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엉뚱하고 진지하게 말하는 소녀 모습이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어 마음의 허전함을 채워주기도 한다.

책에서 앤은 사소한 것에도 이름을 붙여 끊임없이 상상하고 대화할 정도로 대단히 순수한 몽상가로 나온다.

그녀의 이런 힘으로 절망스럽고 불우한 가난한 환경을 버텨내는데, 앤이 희망과 절망을 오가면서도 잃지 않는 순수함과 긍정적인 힘이 사람의 마음 또한 대신해 줄 수 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동화로 분류되어있지만 다른 어떤 소설보다 아름다운 사랑을 잘 표현하는 책이다. 가족 간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그리고 희생까지 잘 다루고 있다.

책은 앤이 마릴라와 매슈의 집에 입양을 오면서 시작하는데, 소개소의 잘못으로 사내 아이가 아닌 여자 아이 앤이 오게 된다. 마릴라는 그런 앤을 다시 다음날 돌려보내기 위해 하룻밤을 재운다. 앤은 그 초복지붕의집을 매우 좋아했으며 떠나기 싫어했다.

우리도 기대했던 게, 실망으로 바뀔까 봐 일부러 부정적인 생각을 아예 외면할 때가 있는데 앤이 그런 마음으로 자기방어적인 표현을 한다. 자기의 잘못과 상관없이 주어진 운명 앞에 아무것도 못하고 본인의 운명을 거슬리지 않겠다고 한 표현이 안쓰럽다. 살면서 우리가 한번쯤 겪고 느꼈던 감정이기에 큰 공감 또한 이끌어낸다.

빨간머리 앤은 마치 우리에게 있어 약 같은 존재이다. 앤의 모습에서 우리는 큰 위안을 얻고 공감을 하고 위로를 받는다.

앤의 시간은 책에서 멈춰있지만 마치 우리와 같이 성장한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매력 때문에 사람들은 앤을 계속해서 찾고 사랑하는 게 아닐까?

책에서 앤은 도중에 “앞으로 알아야 할 온갖 것을 생각하면 신나지 않나요? 그런 생각을 하면 제가 살아 있다는 게 즐겁게 느껴지거든요”라는 말을 한다. 앤의 긍정적인 마음이 담긴 이런 대사들이 마음이 허한 어른에게 약을 처방받는 것처럼 큰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고 조금은 나아지길 바란다.

저작권자 © 고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