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현 발행인(고양시재향군인회장)
구자현 발행인(고양시재향군인회장)

[고양일보] 생존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몸은 건강하게 하는 방법이 많다. 규칙적인 운동과 좋은 식습관 숙면 모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마음의 건강은 공부하지 않는다.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막연하다. 이를 증명하듯 마음에 병에 걸린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마음의 병인 화병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화병은 DSM-4(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4판)에 Hwa-byung이라고 수록되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병이다.

화병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관련이 깊다. 화병은 마음속에 불이 나는 것이다. 마음속의 불은 몸을 답답하게 하고 스트레스 상황이 닥치면 화를 일으킨다. 자신과 주변사람을 힘들게 한다. 왜 화병이 생기는 것일까? 여러 원인 중 하나는 지나친 공동체 의식 때문이다.

서양의 문화와 다르게 동양의 문화는 남을 많이 의식한다. 서양은 프라이버시(privacy)를 중시하지만 동양은 집단을 최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다. 타인에게 가족을 소개할 때도 우리 남편, 우리 집사람, 우리 자식이라는 말을 한다. 우리라는 말은 집단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가족의 생존을 위해서 개인의 프라이버시(privacy)보다 가족이 우선시된다. 심리학에 소극적 공격성이 있다. 나를 화나게 했으니 화나게 한 사람을 화내게 하는 것이다. 엄마가 게임하지 말라고 해서 내가 화가 났으니 게임을 계속해서 엄마를 화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우리라는 집단이 중요해도 개인은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공격하는 것이 인간의 근본 속성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개인의 프라이버시(privacy)를 보호해 주는 범위 내에서 집단을 강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화병을 포함하여 마음의 병을 치료해주는 좋은 방법으로 대화가 있다. 대화는 서로의 생각을 전달하는 의사소통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말이 너무 없는 사람은 내성적이거나 예민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말이 많은 사람은 자신의 화를 풀수 있는 상황이 쉽게 생긴다. 여자가 남자보다 수명이 긴 이유 중 하나로 남자보다 좀 더 쉽게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대화의 정점(頂點)은 상담(相談)이다. 상담의 한자를 살펴보면 서로 상대방의 마음속의 화를 말로 푸는 것이다. 相(서로 상)과 談(담)이 결합하는데 담(談)을 풀어보면 言(언)+炎(염)이다. 넓은 의미로 해석해 보면 서로 마음속의 많은 불꽃을 말로 푸는 것이다. 생존전략(生存戰略, survival strategy)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내가 화가 나는 상황이 될 때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를 만드는 것이다. 대화는 소통뿐 아니라 몸과 마음의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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