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정 연세대학교 실내건축(구 주거환경학) 박사
구미정 연세대학교 실내건축(구 주거환경학) 박사

[고양일보] TV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외국인들의 한국여행기를 다루는 관찰예능이다. 최근 코로나로 여행객보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으로 그 대상이 바뀌기는 했어도 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사회, 문화, 지역경제 등을 풀어내고 있다. 그들은 우리에게는 익숙해서 그 가치를 몰랐던 우리나라 구석구석의 도시환경, 역사, 문화 등을 새삼 깨닫게 한다. 이 대한 외국인들의 공통된 의견 중 하나가 바로 도시의 안전이다. 밤늦게까지 술을 마셔도 강도를 만날 두려움을 갖지 않아도 되고, 카페에서 가방을 놓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분실이 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 안전에 감탄해 마지않는다. 특히나 요즘 코로나19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K-방역 역시 대단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도시재생, 도시마케팅에 있어서 ‘안전’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도시의 쇠락은 범죄를 유발하고 범죄의 증가는 또다시 도시를 쇠퇴시킨다. 거주민에 대한 배려 없이 개발된 도시환경은 도시민들에게 위험이 될 수 있다. 학교 주변 담벼락에 울창한 나무는 시각적 폐쇄감으로 인해 으슥한 공간을 만들어내고 아름드리 가로수 잎에 가려진 CCTV는 그 역할을 못 하기도 한다. 이처럼 도시환경을 설계하는데 있어서 범죄예방과 관련된 개념을 CPTED(셉티드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설계)라고 한다. 건축학과 범죄학의 통섭적인 이 개념은 1960년대 초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에 의해 처음 사용됐다. 이후, 거주자와 물리적 환경과의 상호작용, 이웃이나 도로의 활성화가 삶에 미치는 영향, 주거환경과 범죄와의 다양한 연관성 등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가방을 놓고 화장실을 가도 주변인들이 서로 감시해 주기 때문에 절도행위가 발생하지 않는 것과 같이 CPTED(셉티드)에는 감시, 주변통제, 공동체 강화라는 세 가지 주요 설계 콘셉트가 있다. CCTV가 없는, 어두컴컴한 골목길에서, 무단 투기된 쓰레기더미가 쌓여있는 공터를 지날 때 우리는 두려움을 느낀다. 적절한 밝기의 가로등과 깨끗하게 치워진 공원, 아름답게 칠해진 벽화 등이 범죄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는 도시환경들이다.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동 공간에는 관리표지, 사인물, 주민게시판, 반사경 등을 설치하여 공간에 대한 주민의 권리를 보호해 주고 지역주민들 간의 소통을 강화하여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고양시에는 서울 인근의 제1기 신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형태의 주거용 건축물들이 존재한다. 번쩍이는 네온사인이 있는 상업지역보다 상대적으로 한적한 주거지역에서의 범죄 발생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에서처럼 주택의 비율이 높은 고양시는 도시의 안전이 특히나 주요한 이슈이다. 지난 달 행정기관인 일산서구청과 경찰기관인 일산서부경찰서가 CPTED(셉티드) 설계를 위한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두 기관은 2018년부터 협업을 통해 본 사업을 시행, 작년 다세대주택에 한정했던 그 대상을 단독주택, 공동주택, 오피스텔 등 주거용 건축물 전부로 확대하여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설계(CPTED)를 적용한다고 한다. 전문가, 행정가, 시민 등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협의체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본 사업이 지역주민들이 체감하고 부디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계속되기를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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