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지식을 분리한 르네상스부터 고양이는, 심심찮게 문학예술과 동의어가 되어 왔다. 고양이를 사랑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고양이 스케치를 제법 남겼다. 마네의 <올랭피아>, 고갱의 <탄생> 등 많은 작가의 걸작에서 여성과 고양이는 함께였다. 벨라스케스, 고야, 고흐, 샤갈과 파울클레, 앤디 워홀, 페르난도 보테로의 그림으로, 자코메티의 조각으로, 수많은 시인들의 ‘소울메이트’로, 고양이는 고양이로서의 존재감을 뽐냈다.

<야옹이신문> 박상욱 편집장(49세)은 미래 콘텐츠의 주인공으로 고양이를 낙점했다. 고양이가 주인공이 되는 문화 르네상스가 다시 시작됐다고, 그는 확신하는 눈치다.

국내 최초 고양이 전문 신문 <야옹이신문>을 창간한 박상욱 편집장.

“제1회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가 2015년 여름이었어요. 전시장을 둘러보고 깜짝 놀랐거든요. 작가의 절반 이상이 고양이를 소재로 작업을 했더라고요. <야옹이신문>은 그때 기획했어요. 9월부터 준비해 12월, 창간호를 냈죠.”

내침 김에 온라인 <고양이뉴스>도 오픈했다. 시간을 볶은 추진력에는 만화 스토리 작가로 다져진 감성의 ‘촉’이 한몫을 했다. 문화 콘텐츠의 아이콘으로 고양이를 바라보니, 국내 시장의 가능성이 더 크게 보였다.

<야옹이신문>은 매달 5일 발행된다.

고양이 문화 콘텐츠, 일상이 되다

월 1회 발행되는 <야옹이신문>의 표지는 고양이를 소재로 기성 화가와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채운다. 고양이 그림과 일러스트를 특화하여 콘텐츠 사업을 구상했던 박상욱 편집장의 초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12쪽 <야옹이신문>의 기사는 2쪽뿐이다. 남은 지면들은 비주얼에 중점을 둔다. ‘보는’ 신문을 통해 고양이 문화 콘텐츠를 키우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문화의 아이콘으로 고양이를 떠올렸지만, 일상 속 고양이에 대한 이해 없이는 한계를 넘기 어려웠다. 일상으로 파고드니, 그가 상상했던 고양이의 그림과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동물 관련 프로그램을 떠올려보세요. 똑같이 버려져도, 개는 사람을 기다리지만 고양이는 구조를 기다려요. 현실을 외면하자니 애묘인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고, 100% 끌어안자니 상상했던 문화 콘텐츠와 점점 멀어지더라고요.”

15호를 만드는 동안 그는 고양이를 키우는 애묘인들과 소통하고 문제점을 공유하는 데 주력했다. 광고료 대신 사료를 받아 고양시 캣맘들에게 기부하고, 고양이 관련 사회 운동 단체와도 머리를 맞댔다.

<야옹이신문>과 <고양이뉴스>의 마스코트, 나루.

애묘인 커뮤니티, 고양이뉴스

수작 거는 고양이처럼, 온라인 <고양이뉴스>는 세상에 없던 애묘인 커뮤니티를 만들어냈다. <야옹이신문>도 <고양이뉴스>도 영업불통 박상욱 편집장의 고집 때문에 회원들이 고생 좀 했다. 남들 다 하는 광고 한 번 낸 적이 없어, 알음알음 물어물어 신문을 구독하고 회원가입을 해 준 고마운 독자들이다.

“<고양이뉴스>는 커뮤니티 형성에 주력했어요. 처음에는 저 혼자 콘텐츠를 채웠지만, 지금은 가입하는 회원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지요. 콘텐츠가 업데이트 되면 제가 어울리는 카테고리에 재배치하는 수준이에요.”

<고양이뉴스>는 고양이와 고양이 캐릭터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문화놀이터인 셈. 회원 가입만 하면 누구나 콘텐츠 창작자로서 글, 이미지, 영상을 올릴 수 있다. 덕분에 <고양이뉴스>는 고양이에 관한 생활밀착형 소식들이 꽤나 알차다.

‘믿거나 말거나’ 식의 옐로우저널리즘은 사절이다. 순간 조회 수는 올릴 수 있겠지만, 멀리 볼 때 사이트에 독이 된다는 게 박상욱 편집장의 생각이다. 떠돌다 넘어 온 사사로운 유투브 영상보다는 직접 발로 뛰어 확인하는 미담이 훨씬 가치 있다는 믿음에서다.

딸과 아내의 벼락같은 반대에 부딪혀 지금은 마음뿐인 애묘인이지만, 박상욱 편집장에게는 15년 전 품에서 놓지 않았던 고양이 ‘콜라’의 기억이 있다. 콜라는 <야옹이신문>과 <고양이뉴스>의 마스코트 나루와 꼭 닮았다.

콜라 생각은 매일 아침, 출근 골목길을 따라나선다. 겉보기 까칠해도 속은 따뜻한, 다가서기 쉽지 않지만 한번 마음을 열면 스스럼없어지는 행복한 고양이가 곁으로 온다.

모든 콘텐츠 안에서, 사람들이 마음으로 기억하는 진짜 행복한 고양이를, 그는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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