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영
문희영

[고양일보]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이고, 선거철이 지나면 유권자는 정치로부터 소외 된다’란 말은 아마 관용구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순환 고리 안에 계속 머문다면 우리는 정치와 영원히 만나지 못 할 수도 있다.

‘정치’란 무엇인가. 좁은 의미로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고 균형을 잡아주는 일을 말하고, 넓게는 국가의 정책이나 제도를 펼쳐 시민들의 안녕한 삶을 돕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피부에 와 닿는 정치는 그렇지 않다. 심지어 정치는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만약 제대로 된 시민교육과 정치교육을 받게 된다면 올바른 ‘정치’와 ‘정치인’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의 보조도 있지만 막대한 비용이 드는 선거에서부터 정치활동을 하는 내내 정치인들은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좋은 정책과 법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정치활동을 위해서는 정치자금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 시민들이 바라는 건강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위해서 ‘정치후원금’이 적잖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만이 후원금을 낼 수 있는데 연간 2,000만원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개인이라도 당원이 될 수 없는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원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서만 기탁금을 기탁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투명한 정치자금 조성을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세계 각국은 자신들만의 정치후원금 제도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개인뿐 아니라 단체도 기부가 가능하며 한도액이 없다. 그러나 모금액이 일정 수준이 되면 선거관리위원회에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위해서 프랑스는 정당이나 정치인이 직접 기부금을 받지 못하며 재정대리인을 두어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선거비용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머물러서 정치인들의 정치자금에 간접적 도움을 주고 있다.

독일의 경우 주로 국가 보조와 당비가 정치자금에서 큰 비율을 차지한다. 그리고 신생정당이나 군소정당을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게 지원해 주고 있는데 이렇게 국고보조금에 의존하게 되면 정당의 자율성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독일은 국가 보조를 받기 위해서는 당원이나 개인의 거액후원보다는 소액후원이나 당원을 늘리는 것이 더 유리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기업이나 단체는 직접 기부할 수 없지만, ‘정치활동위원회’라는 조직을 통해서 기부를 할 수 있다.

이처럼 여러 나라들이 정치후원금 제도를 각각 다르게 운영하고 있지만, 정치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크다는 것은 공통적인 부분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단체나 계층의 정치후원금은 정치인들의 정치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견제되어야 한다. 한 국가는 특정 계층이나 단체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의 가치가 드러나는 것은 ‘투명성’에 있다. 전문가들 또한 규제강화보다는 투명성이 훨씬 더 정치자금 부패 방지에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권자와 정치인의 관계는 유기적이지 않을 수 없다. 정치후원금은 그 관계를 더 튼튼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정치후원금을 통해 유권자에게는 정치의식과 시민의식이 좀 더 명확하게 자리 잡을 수 있고 또한 정치인은 유권자의 정치후원금이라는 기반 위에 좋은 정치를 펼칠 수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후원금을 기부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놓았다. 계좌이체, 신용카드 결제, 휴대폰 간편 결제 그리고 신용카드 포인트 결제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의 결정세액 범위 내에서 최고 10만원까지는 세액공제. 1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다. 간소하고 편리한 후원 방식은 시민이라면 누구나 정치에 접근하기 쉽도록 돕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길을 만들고 넓혀가다 보면 우리나라의 정치사회는 분명히 한 걸음씩 더 성숙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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