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트라피스트 봉쇄수녀원에서 수도중인 장요세파 수녀의 시집 <바람 따라 눕고 바람 따라 일어서며>가 솔 출판사에서 10월 출간됐다. 봉쇄수도원에 들어가면 새벽 3시 30분에 기상해 밤 8시 불이 꺼질 때까지 기도와, 독서 노동으로 수도를 한다. 한 번 들어가면 죽을 때까지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수도원에서 어떻게 장요세파 수녀의 시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을까?

장요세파 수녀는 김호석 화백에게 ‘성철 스님이 세수하는 그림’을 수녀원 소식지에 쓸 수 있냐고 물었다. 김 화백은 이렇게 장 수녀와 인연을 맺었고, 시를 받아 보았다. 시 속에서 “하얀 운무 속에 미영새가 우는 절집, 난초의 향 같은 구도행위”를 보았다. 그래서 장 수녀의 시들이 모여 사는 집에 "마치 1500년을 견뎌내고 이제 눈빛을 허락한 난초"를 대문에 그려 넣었다.

장 수녀는 딱 한 번, 2007~2009년 로마에 있는 수도회 총장 신부의 허락을 받아 환경 운동에 참여 한 바 있다. 마산시가 수정지구 공유수면을 매립해 조선소(STX)를 유치하기로 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연안매립 용도변경 반대 시위 현장에 나섰던 수녀의 시는 그래서 김수영의 <풀>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여진다. 첫 시집 <바람 따라 눕고 바람 따라 일어서며> 역시 긴 수도를 거쳤지만 세속의 독을 품고 있는 시라고 여겨진다. 시집 출간은 수녀원 내부 행위를 통해 허락을 받아 이뤄졌고, 김 화백과 교류한 시와 미발표작 50여편이 포함됐다.

이 좋은 가을 날, “마음에 가득한 빛/마음에 부시네/마음에 뜰 수 없네/장님이어도 볼 수 있는/마음의 빛/장님이어야 볼 수 있는/마음의 빛”<마음이 부시네 전문>을 독자들도 느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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