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일보]  권준년 ㈜코빌드 대표

권준년 ㈜코빌드 대표(45)는 경북 안동 출신으로 5년간의 직장 생활 후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독보적 기술력을 가진 의료용 실리콘 특화기업을 일구었다.

코빌드는 의료용 실리콘을 기반으로 지혈밴드, 드레싱(붕대) 고정류, 합성거즈 드레싱류와 같은 의약외품과 다양한 의료기기 소모품, 실리콘 운드케어(wound-care:상처치료) 제품을 개발하는 회사이다.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공장 밀집 지역 초입에 있는 코빌드 본사를 찾아 권 대표를 만나 보니 코로나 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지난 해 보다 두 배 증가한 코빌드 저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박공식 기자: ㈜코빌드가 어떤 회사인지 소개해주십시오.

권준년 대표: 회사명 코빌드(COBUILD)는 함께(CO) 만들어낸다(BUILD)는 뜻으로 창조적인 최고의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기업 철학을 반영합니다. 보통 의료 관련 회사는 이름에 메디칼(medical)을 많이 붙는데 저희는 직원과 같이 회사를 만들어가고 회사가 커가도 혼자가 아니라 여러 기업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습니다. 저희 회사는 처음부터 기획하고 진행했던 분야가 의료용 실리콘입니다.

박 기자: 어떻게 창업하게 되었는가요. 

권 대표: 제약회사에서 일하다 옮겨간 회사에서 스웨덴 기업(멘리케헬스케어)이 만든 상처치료 제품을 수입했는데 그 회사의 제품의 기반이 실리콘이었습니다. 욕창, 상처 등 몸에 붙이는 기반이 실리콘으로 회사에서 수입해서 판매했는데 제품의 질이 뛰어난 것을 보고 저도 한번 이런 걸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 실리콘에 대해 더 알아본 뒤에 창업하게 됐습니다.

환자의 몸에 붙이는 모든 제품에는 화학제재인 아크릴 접착제가 들어가거든요. 병원에 입원해 채혈 시 붙여주는 것, 수술 기구 장치나 라인을 몸에 고정할 때 그런 제품을 씁니다. 아크릴 접착제는 화학 제재이다보니 아무래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역반응이 있고 아크릴 성분이 피부와 결합하려는 성질이 있어 시간이 지나면 피부가 상처를 입거나 아니면 고통이 심해져 노인이나 중증 질환 환자, 피부가 연약한 아기 피부에 손상을 주게 됩니다. 그런 부작용이 있으나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그동안 가격 때문에 아크릴을 써왔는데 의료용 실리콘을 개발해서 이것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 개인사업으로 하다가 공장설비 라인을 갖추면서 법인으로 전환하고 2015년에 현재 위치로 이전했습니다.

박 기자: 법학을 전공해 기술적인 부분은 잘 몰랐을텐데요.

권 대표: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창업 멤버인 회사 직원들의 도움을 받았고 실리콘 원료를 취급하는 업체의 협력으로 우리만의 의료용 실리콘을 개발하기 시작한 거죠. 보통 국내에는 산업 실리콘과 의료용 실리콘을 취급하는 회사는 거의 전부 외국기업이었습니다. 우리가 실리콘을 국산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을 하게 된거죠. 기술과 제조 노하우를 개발해 특허도 신청하고 생산비용을 많이 줄여 상용화시킬 수 있도록 개발한 것입니다. 적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회사는 국내에서 우리 회사 밖에 없습니다. 국내에서는 실리콘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 회사가 없습니다. 중국이나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해 제품화시키는 회사는 몇 군데 있으나 원료부터 시작해서 제품까지 일관 작업으로 생산하는 회사는 우리 뿐입니다.

박 기자: 언제 의료용 실리콘을 개발한 건가요

권 대표: 개발을 시작한 것이 한 5년 정도 되었고요. 제품이 나온 건 2년 정도 밖에 안됐습니다. 3년 동안 기반을 다지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 매달려 계속 투자했습니다.

박 기자: 기업부설연구소가 있던데 연구 인력은 어느 정도 되나요.

권 대표: 아직은 최소 인력이고, 앞으로 확충할 예정입니다.

박 기자: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인가요.

권 대표: 집안이 부유한 것도 아니고 따로 마련한 자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몸으로 뛰면서 조금씩 번 것을 다 투자했습니다. 설비라인이 확충되어야 그 다음 단계가 진행되니깐요. 작은 기업은 금융권의 지원 받는 길이 사실상 거의 막혀 있습니다. 회사 목표를 향해 안 갈수도 없고 자금으로 압박받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지인한테 겨우 겨우 돈을 융통해 유지했습니다.

박 기자: 정부 기관으로부터 지원이 없었습니까

권 대표: 거의 없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여러 규제와 제약이 많습니다. 박사학위 소지자가 몇 명, 석사학위 소지자가 몇 명 있어야 한다는 것 등 서류 심사 요건이 까다롭습니다. 작은 기업이 그런 걸 모두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저희는 현실적으로 출시할 수 있는 제품만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정책자금은 상용화 목적보다는 정책자금이 있으니 일단 돈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제품이 나와 실제 판매되는 제품만 개발하는 데 집중해 실질적 도움을 받은 경우는 없습니다.

박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어려움이 없습니까?

권 대표: 초반에 매출이 30~40% 급감했습니다. 모든 우리 회사 제품을 병원에서 쓰는데 병원에 환자가 감소하니 우리 회사 매출도 감소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제품 다변화에 힘을 쏟고 신제품을 계속 출시했습니다. 신 제품이 일정 부분 매출 감소폭을 상쇄해주면서 올해 매출이 지난해의 2배(약 70억 원)까지 신장했습니다.

박 기자: 회사 매출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제품은 어떤 것입니까

권 대표: 의료용 실리콘은 의료기기, 의약외품으로 접목해 사용합니다. 상처 드레싱할 때 쓰는 관련 제품의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내년에는 상처를 치유하는 제품이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을 것 같습니다. 몸에 붙이는 실리콘에 상처 부위 치유 기능을 결합한 것으로 스웨덴의 멘리케헬스케어나 영국 스미스&네퓨 보다 상처 치유 효과가 더 큰 제품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

박 기자: 정말로 상처를 치유한단 말인가요

권 대표: 네. 상처에 직접 치료기능이 있는 물질을 소재로 사용합니다.

박 기자: 코빌드의 기술경쟁력은 어떻게 만들어졌습니까

권 대표: 아크릴 제품은 환자 몸에 붙이면 피부와 한 몸이 되어 피부랑 같이 떨어져 나옵니다. 그러나 실리콘 제품은 처음 붙일 때나 땔 때나 똑같습니다. 여름에 덥거나 환자가 땀을 흘려도 떨어지지 않는 제품, 이걸 개발하는 데 2년 넘게 걸렸습니다. 어느 정도 개발이 이루어졌어도 조급하게 출시하지 않았습니다. 3년이 지나 핵심 기술을 완성하니까 그 다음부터 제품 출시는 쉬운 거죠. 핵심기반이 완성 안 된 중국제품 같은 것은 경쟁 상대가 안 되지요. 저희 경쟁회사가 저희가 개발한 초창기 제품을 가지고 중국에 가져가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했지만 결국 만들지 못했습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을 것 같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지요. 자동차가 안전하게 오랫동안 잘 나가려면 엔진이 제일 중요하듯 저희의 모든 제품은 베이스가 되는 실리콘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아 지금은 코빌드하면 의료용 실리콘 회사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박 기자: 수출도 추진하고 있지요

권 대표: 일본은 제품을 추가해 진행하고 있고요 그 외 국가는 코로나로 해외 길이 막혀버렸습니다. 원래 세계 최대 의료 박람회인 뒤셀도르프 메디카와 아시아와 서구 사이 교역의 중심이 중동 두바이 박람회에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취소됐습니다. 현재 내수만 주력하고 있으나 매출이 2배 신장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고 안정될 때까지 국내 의료기관에 저희 제품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안정화하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박 기자: 학자처럼 세밀하고 신중한 면모가 엿보이는데 경영철학이라면

권 대표: 힘든 과정을 하나씩 풀어나가다 보니까 제 자신의 판단이 돈이 되거나 손해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어 개발이나 투자 결정을 할 때 굉장히 신중해집니다. 제 자신 스스로 길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저 혼자의 몸이 아니라 직원과 그 가족 등 많은 식구를 책임진 사람으로 매 순간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박 기자: 앞으로 사업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권 대표: 내년 쯤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고 경기가 안정궤도에 올라가면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겠습니다. 코빌드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하고 회사 이미지, 컨셉,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처럼 우리나라 의료 시장도 수준이 높아져 가격이 약간 비싸도 질 좋은 제품이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메이드인코리아 인식이 더 좋게 바뀌었습니다. 고품질이면서 가격도 적정한 제품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 스웨덴, 영국, 미국의 3M같은 회사처럼 코빌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올해 매출이 두배 늘고 내년에도 올해의 두배 신장할 거로 봅니다. 이런 성장을 바탕으로 3~4년 후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회사를 키우고 직원의 복지에 기여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코빌드는 초창기 행주산성 근처 작은 사옥에서 시작해 법인화하면서 장비를 설치할 공간이 필요해 이곳으로 와 100편 정도 공간으로 여기 저기에 흩어져있다가 현재 이곳에 자리 잡았으나 이곳도 한계에 다 달아 공간이 부족합니다.

박 기자: 제품 개발시 의료계와 협력하나요

권 대표: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신제품 개발에서는 추진력과 개발 속도가 중요한데 외부기관과의 제휴, 협력은 사업 진행 속도를 지연시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저희는 다른 기업이 5년에 걸쳐 하는 일을 1년 동안에 빨리 진행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늦게 예전 모델을 내놓았자 소용 없습니다.

박 기자: 고양시가 일산테크노밸리에 조성하려는 바이오메디클러스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권 대표: 바이오메디클러스터에 대해서는 정확한 내용을 잘 모르겠습니다. 의료 산업에서 외형적 투자보다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원을 파악해서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췄으면 합니다.

박 기자: 코빌드 만의 사원복지제도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권 대표: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영어 work, life, balance의 합성어)을 위해 임금 구조는 변함없이 8시간 근무를 7시간 근무로 1시간 단축해 저희 직원은 5시에 퇴근합니다. 일정기간 그렇게 할 계획이며 근무 시간을 줄였어도 효율성은 더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박 기자: 정부기관이나 시에 건의하고 싶은 말은

권 대표: 누구를 탓하기보다는 묵묵히 방법을 찾아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중소기업이 가장 힘든 것은 자금 부분입니다. 중소기업이 정부 기관으로부터 인가를 받아 해외 진출을 하려면 제품 허가를 받고 시험을 거치는데 1억원이나 들어갑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제품에 대해 그렇게 하는 것은 이해가 되나 수출하려는 기업에 그렇게 큰 부담을 주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박 기자: 스트레스를 받거나 업무에 지쳤을 때 해소 방법은?

권 대표: 가끔 자전거를 탑니다. 그것도 시간이 여의치 않아 자주 못탑니다. 일주일에 1~2번 정도.

박 기자: 시간 내주어 감사합니다.

권 대표: 인터뷰를 해주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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