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인생 그 너머로
하찮은 인생 그 너머로
  • 조규남 목사/우림복지법인 대표
  • 승인 2020.11.13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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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남 목사/우림복지법인 대표
조규남 목사/우림복지법인 대표

가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가을은 처음을 생각하기보다 끝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을에 생각이 깊어지고 자신에게 다가올 미래의 마지막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죽음을 떠올리며 존재의식에 사로잡힙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내가 존재하는 것이고 죽음은 존재의 끝으로 사라져 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 양가감정(兩價感情, ambivalence; 두 가지의 상호 대립되거나 모순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에 휩싸이게 됩니다.

최종적 죽음 앞에서 생존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생각하고, 또 다른 생각으로 살아 숨쉬며 존재하고 있다는 인생 자체가 얼마나 허무하고 하찮은 것인가를 생각합니다. 죽음 앞에 서기는 매일반인데 이렇게 서로가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이 인간입니다. 결국 존재가치의 인식에서 인생관이 달라집니다. 인생을 살아 볼수록 삶의 위대함을 경탄하며 맞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생 자체를 시시하게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생각의 변화가 큰 것 중의 하나는 인생을 보잘 것 없이 하찮은 것이라고 생각해 인생이 시시하게 생각된다는 것입니다. 인생의 처음과 끝을 너무 잘 알다보니 그게 그거지 하고 어떤 일에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놀라서 당혹감으로 어쩔 줄 몰라 하지 않고 그러려니 차분히 대처하는 것은 좋은데 문제는 가슴의 피를 끓게 하는 기대감도 설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별 기대감도 없고 재미를 느끼지 못한 채 지나가는 일이 많습니다. 영화 마니아인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그 스토리 전개를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반전(反轉) 영화인데,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나를 까무러치게 놀랠 그런 반전 드라마의 영화 또한 많지 않다는 게 내겐 문제입니다.

Tim Keller 목사는 전도서 내용의 글에서 "현세와 이생만이 존재하는 전부이며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 무슨 만족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해 아래 새것이 없고 해 아래 삶이 전부라면 평생 사람을 도우며 살든, 살인을 일삼든 결국 손톱만큼도 달라질 게 없다는 뜻이다. 인간이 정말 무로 돌아간다면 솔직히 우리가 하는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하며, 인생의 허무함을 말하는 전도서 내용의 참뜻을 풀어나갔습니다.

아침마다 눈을 뜨고 드리는 나의 첫 기도는 "오늘도 새 날을 허락해주시고, 아름다운 세상을 주시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 이웃들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로 시작합니다. 서재의 창 밖에 펼쳐진 가을의 들판은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내 가까이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과 이웃들이 있다는 것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습니다.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사람보다 귀한 건 없고, 기쁘나 슬프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삶보다 더 찬란한 건 없습니다. 삶 자체가 행복입니다. 인생은 새롭게 도전해 볼 만한 것들로 가득 차 우리를 손짓합니다.

그런데 이런 빛나고 찬란한 인생을, 그 하루하루를 기쁨과 새로운 기대감과 설렘으로 맞이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온통 잿빛 세상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해 아래 새 것이 없어 기대감을 가질 이유가 없고, 눈에 보이는 게 전부라서 또 다른 소망을 품을 일도 없습니다. 삶을, 산다는 것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니 인생 자체가 하찮게 여겨집니다. 하찮은 인생, 별 것 아닌 삶이 주는 권태감으로 하루의 지는 해를 지켜본다는 것처럼 우울한 일은 없습니다.

무한대 우주적인 차원에서 볼 때 우리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영겁의 시간 속에서 우리의 삶은 얼마나 찰나적인 시간들인가, 그야말로 우리 삶의 모든 것이 하찮은 인생이며 이것을 누림 자체가 얼마나 덧없고 허무한 것인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한 번 튕기면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릴 벼랑 끝에 있는 존재들임에도 그 목숨이 보존되고 지켜지는 것은 나의 존재를 귀히 여기는 그분의 손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물과 같은 나를 결코 하찮게 보지 않고 천하보다 귀히 여기는 또 다른 눈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별 것 아닌 하찮은 인생 그 너머로 분명히 그분이 나와 함께 하셔 우리를 품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우리가 어떠한 상황에 처할지라도 그분을 의지하는 우리를 결코 벼랑 밑으로 튕겨버리지 않으실 우리의 좋으신 아버지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어찌 우리 인생을 하찮다 말하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오늘도 나를 위해 태양은 떠오르고 있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노년의 이 소중한 시간을 헛된 집착에서 떠나 이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들로 채워나가기 원합니다. 미국 대통령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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