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소공인 '프롬' 문경선 대표
백년소공인 '프롬' 문경선 대표

[고양일보] 고양시 일산동구 성석동에 있는 문구제조업체 '프롬'은 전국의 알파, 모닝글로리 등 문구류 매장에 제품을 10여년 동안 공급한 문구업계의 숨은 강자이다. 프롬 창업자인 문경선 대표는 여성기업인이면서 제품 디자이너 출신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장인정신을 갖고 한 분야에서 15년 이상 일한 우수 소공인으로 공인받은 프롬의 문경선 대표를 만난 후,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진흥공단이 '백년소공인'으로 프롬을 선정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프롬은 성석동 간선도로에서 비켜 들어가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어지럽게 자리잡은 공장지대의 한 편에 자리잡고 있다. 프롬의 첫 인상은 깨끗하게 청소가 잘 돼 있다는 것과 사람이 없는가 싶을 정도로 조용한 것이었다. 조용한 것은 공장 직원들이 이날부터 킨텍스에서 시작한 전국 소공인 제품전시회인 '메가세일위크'에 나간 탓이었다.

문경선 대표는 인터뷰에서 문구와 완구를 융합해 아날로그적 감성을 입힌 신상품으로 현재의 침체를 헤쳐나가겠다고 말했다.

박공식 기자: 코로나19로 소상공인, 중소업체가 큰 타격을 받고 있지요. 문구업계는 어떤가요.

문경선 대표: 15명이었던 직원은 매출이 계속 줄어, 순차적으로 자연스럽게 정리가 돼 현재는 6명입니다. 프롬의 주거래처인 이마트, 다이소 등이 침체되고 몇 달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이 움직이지 못한 탓에 올해는 매출이 3분의 1 정도 줄었습니다. 재작년부터 대형마트를 찾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마트가 상품을 줄이고 점포를 매각하고 그러니까 저희도 피해가 크지요.

박 기자: 온라인으로 바꾸는 것은 어떤가요?

문 대표: 온라인도 하고 있지요. 그러나 주 매출처가 대형 마트여서 그게 우선입니다. 온라인도 제품만 올린다고 되는 게 아니고 광고하지 않으면 물건이 안 팔립니다. 전담인력이 있어야 하나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저희가 오프라인 매장이 없으니까 저희 상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온라인 매장을 갖겠다는 취지로 온라인을 시작한 지 오래됐지만, 제품만 올리고 판매는 안했습니다. 이제 대형 마트의 매출이 떨어져 발등의 불이 되었습니다. 대형 마트에서는 브랜드 지명도는 없더라도 가격이 저렴하고 제품 구성이 괜찮으면 경쟁력이 있습니다. 대형 마트에서 저희 제품이 품질은 좋고 가격은 착해 계속 잘 나가다가 학교에서 공동 구매를 시작하면서 마트 매장 매출이 크게 줄기 시작했습니다. 7년 전 쯤 문구류를 학생 개개인이 사는 게 아니라 교사나 학교에서 필요한 용품을 플랫폼을 통해 입찰을 해서 공동구매하는 식(MRO, 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 필요한 소모성자재 및 부자재 등을 전부 외부에 맡기는 개념)으로 바뀌었습니다.

박 기자: 시장이 변하고 있네요.

문 대표: 저희 제품은 개인의 취향에 맞추기보다는 기본적인 기능을 잘하는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저렴하게 공급하는 게 처음부터 저희 회사의 모토였습니다. 기본적인 기능을 잘 한다는 말은 자는 측량이 잘되고 똑바르고 인쇄도 깔끔하고 저렴하고, 테이프는 잘 붙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것이 문구에서의 기술입니다. 접착력 올리고 내리는 게 기술이거든요. 소비자들은 잘 모르지요. 볼펜 한 자루 가격이 500원이라 해도 그 안에 하이테크 기술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볼펜을 만들어도 우리나라 무명업체가 아무리 예쁘게 만들어 1만원이라 해도 3만원에 파는 몽블랑을 삽니다. 문구 제품이 그런 특성이 있어요.

프롬이 창업할 당시에는 학생 개개인이 문방구에서 문구류를 샀습니다. 그러다가 대형 마트가 생기면서 학교 앞 문방구는 마트 때문에 망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마트에서는 사실 저렴하게 좋은 제품을 공급한 건 대요. 후지지만 정말 이상하고 재미난 중국 제품들까지 들어와 국내의 대표적인 창신동 문구 시장 일대를 휩쓸었습니다. 그때는 1000원 가지고 살 수 있는 문구가 아주 많았지요. 저희 같은 경우 직접 생산, 조립하고 하는데 인건비가 올라 힘들어졌습니다. 볼펜심같은 것은 저희가 못 만들고 국내에서 조달하는데 저희가 생산했던 볼펜이 처음 1000원이었는데 지금도 1000원 그대로입니다. 새로운 제품,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지 않는 한 전통적인 문구만으로는 어렵습니다. 문구 시장이 아주 저렴한 제품과 고급인 명품 브랜드 바로 아래 단계인 개인의 취향을 살리는 감성 문구 시장으로 바뀌었습니다. 대량생산으로 공장의 자동화 라인을 통해서 나오는 필기구는 일제와 독일 제품이 꽉 잡고 있고 그 외에 소품처럼 개인이 조금씩 만들어서 자기의 감성을 파는 그런 시장 문화가 생겼지요.

박 기자: 최근의 시장 상황을 말씀해주셨는데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새 돌파구를 어디서 찾고 있나요.

문 대표: 몇 년 전부터 이런 추세가 시작되었고 프롬같은 작은 규모의 회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민을 안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돌파구를 찾아 감성을 가미한 제품이든 기타 만족스런 뭔가를 만들어 내려면 그 대상을 확실하게 잡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점점 줄고 아이도 별로 안 낳고 해서 수출을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내수업체로 수출을 한 번도 안했습니다.

이마트 첫 매장 1호점이 2001년 개장한 창동 이마트인데 그곳에 저희가 중소 제조업체이면서 벤더로 들어가 직접 생산한 것을 판매했습니다. 그때는 신학기 성수기가 있어 3월 학기 시작 물량이 1년 매출의 절반이나 돼 그때 팔지 못하면 그해 장사는 망치는 거지요.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안 가고 인터넷을 뒤져 사고 싶은 것을 사지, 오며 가며 문방구나 마트에서 사는 그런 수요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수출 전담 직원이 따로 없어 시작한 게 코트라, 무역협회에서 바우처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관련된 정보를 메일로 받아 수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출바우처사업은 각 정부 부처 수출지원사업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개별기업이 자사의 수출역량에 맞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수출 경험이 전혀 없는 프롬도 수출첫걸지원사업을 통해 수출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저희도 바우처를 받아 필요한 서비스와 원하는 서비스 수행기관을 선택해 수출마케팅 지원을 받습니다. 

수출을 잘 모르는 초보 단계에서부터 지원을 받아 조금씩 성장할 수 있어 좋은 것같습니다. 해외전시회에 지원 받아 갔다 오고, 그러면서 바이어 리스트도 생기고, 중국 알리바바에 제품을 올리고, 수출 바이어를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마존에서 직접 판매하기 시작한 것도 만 2년이 됐습니다.

지금까지는 사무용. 학습용에 주력했으나, 다음 대상은 유아로 타겟을 잡았습니다. 어린이들이 아주 좋아 하는 것이 캐릭터인데, 캐릭터사업은 자금력이 많이 필요해 저희가 가질 수 있는 캐릭터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개발한 것이 공룡입니다.

생명력이 긴 제품, 고객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컨셉의 제품, 언제나 관심 대상이 되는 제품, 그래서 공통집합으로 찾은 것이 공룡입니다. 저희는 제품 성형이 아니고 레이저커팅 등 가공을 하는 것이어서 제품을 만드는 프로세스를 스마트 공정에 대입하기도 수월합니다.

'공룡 놀자'를 시작한 것은 이야기가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 한 것입니다. 공룡 외에 사파리의 사자, 기린, 코끼리, 이런 것도 계속 내놓으려고 합니다.

공룡목베개도 4가지가 나와 있는데 추가로 2가지 샘풀 작업을 하고 있고 냥이(고양이) 멍이(애완견)도 연령층을 넓히기 위해서 캐릭터화한 건데 많이들 좋아합니다. 디자인, 생각을 차별화하고 아이들 기준으로 생각을 하면 앞으로도 재미난 사업이 많을 것입니다.

박 기자: 중국산과 국산 문구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문 대표: 가공제품은 어디에서 만들어도 비용은 많이 들게 돼 있어, 가공 인건비에 차이가 있기 하지만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가격은 같습니다. 똑같은 제품이 중국은 50원, 우리는 100원이 되지 않습니다. 

품질에 차이가 있는 거지요. 중국산의 경우, 스틸하고 플라스틱 결합이 잘 안돼 흔들려서 빠져나오고 인쇄상태가 깔끔하지 못합니다. 저희는 사출 자체의 불량을 직접 보고 걸러낼 수 있어 품질관리가 잘 되는 거죠.

공룡놀자 제조 과정 특허를 중국 등 해외에도 특허 등록을 했습니다. 저희가 문구회사라 사실은 문구로 저 제품을 만들었는데 중국에서는 저걸 완구로 봅니다. 완구로 가면 인증이 3가지로 더 늘고 1년마다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수출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습니다.

저희 같은 작은 업체는 하이테크를 덧입힌 제품을 내는 게 자본이 적어 어렵습니다. 그럴 수 없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수출바우처처럼 국가적인 플랫폼이 생겨서 섬세하게 코디네이트를 국가에서 해주면 좋을 겁니다.

박 기자: 어떻게 프롬을 창업하게 되었나요. 문구사업을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문 대표: 저는 제품 디자인, 공업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대우전자에서 7년 정도 전자 제품 디자인을 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전공하고 나왔을 때만도 디자이너가 별로 없어 오라고 하는데가 많았어요. 현대차, 대우전자, 금성사(현LG), 현대자동차, 삼성 등등.

프롬은 부부가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남편도 저와 마찬가지로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고 전자회사에서 디자인을 했습니다. 남편도 전자제품의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노트를 만들던 모닝글로리가 볼펜을 만들기 위해 금형을 하면서 볼펜을 디자인할 사람을 찾았죠. 전자디자인을 하고 있는 남편에 스카웃 제의를 해와 모닝글로리로 전직했습니다. 옆에서 보니 국내업체들이 제조는 잘하는데 디자인이 뒤떨어져 디자인만 잘하면 더 만족스런 제품이 나올 것 같은 게 많아 보였습니다. 그 후 모닝클로리가 경영이 힘들어 남편이 나오면서 당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전자디자인을 하던 저와 함께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창업 하자 마자 운 좋게 이마트에 들어가 제품을 팔게 되었습니다. 개발 중인 제품 파일을 들고 가서 종이 넘기면서 보여주고 하면서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남편과 저 둘다 공돌이 공순이 기질입니다. 제품 디자이너는 화려함보다 엔지니어 취향입니다. 좀 더 다양하게 사람을 만나고 하는 이런 부분은 제가 하는 게 역할이 맞는 것 같고 생산 품질 공정 부분은 남편이 맡는게 좋을 것 같아 역할을 나눴지요. 개발 될 때까지 펄로우업을 계속해야 하는 것은 남편이 하는 게 설득력과 파워가 있어 그렇게 역할 분담을 했습니다. 서로 파트너이지요.

박 기자: 여성 경영인으로 어려움은 없는가요.

문 대표: 자금이 필요해 은행에 가면 “남편과 역할 분담은 되고 있는가요. 실질적인 경영인가요”하고 물어봅니다. 기분이 나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물어봅니다. 처음에는 화가 났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

주변에서 이야기하는 게 부부가 원래 같이 있으면 싸운다고 하는데 저희는 그런 거는 없습니다. 직원이 부족하고 내가 할 일이 워낙 많아, 다른 사람 일을 간섭할 시간이 없습니다.

박 기자: 프롬의 특징이라면?

문 대표: 회사 운영을 하는 사람이 디자이너라는 게 제일 큰 특성입니다. 회사 직원의 한 사람인 품질관리팀장이 아니라 실제로 생산까지 지켜보는 경영인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차별화가 되죠.

그런 점에서 경영한다기보다 실무자입니다. 개발하고 소재를 찾고 업체를 찾아 다니고 디자인 소싱하거나 이런 일도 제가 팀장으로 하는 거죠. 담당 직원이 뛰는 것과 제가 제 물건을 만들겠다고 뛰는 것은 마인드가 다릅니다. 이게 프롬의 원동력입니다. 저희는 그래서 사장이란 호칭을 안씁니다. 직원들이 “이사님”이라고 부르고 바깥에서는 대표님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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