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정 연세대학교 실내건축(구 주거환경학) 박사
구미정 연세대학교 실내건축(구 주거환경학) 박사

[고양일보] 코로나19로 우리는 전례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미세먼지가 없는 맑은 날에도 마스크는 외출하는데 필수품이 됐고, 이는 유모차 속의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긴급재난문자, 식당 테이블에 세워져 있는 투명색 칸막이, 공간을 들어갈 때마다 우리는 체온을 재고, 연락처를 남기는 것에 대해 당연시하고 있다. 지난 4월 경기관광공사 설문에 따르면 63%의 사람들이 코로나19 종식 후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국내외여행을 꼽았다.

도시마케팅 관점에서 관광은 중요한 분야이다. 도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그 도시에서 먹고, 마시고, 잠자고, 체류하면서 소비를 한다. 방문객들로 인해 도시의 상권은 활성화되고 지역경제는 유지된다. 일본 경제 활성화 정책 중의 하나가 지방 중소도시들의 관광 진흥과 해외 관광객 유입 전략이었으며, 이로 인해 일본 중소도시들의 한국인 관광객 비중도 50%에 육박했다. 이런 지자체의 관광산업 활성화 정책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각종 축제, 영화・드라마 촬영지를 비롯하여 최근 ‘먹방’ 열풍에 발 맞춰 전통시장 먹거리, 지역특산물 등을 발굴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관광을 통한 도시마케팅을 논의할 때 스페인 도시 빌바오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과거 15세기 철강·조선 산업 등의 공업도시였던 이곳은 1970년대 산업 쇠퇴로 도시가 슬럼화 되기 시작했다. 도시몰락으로 위기를 맞은 빌바오는 지역주민, 행정가, 전문가 등의 협의체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로 문화산업을 도입, 문화지구를 건설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세운다. 뉴욕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 공간인 구겐하임 미술관은 이미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었다. 1억 달러의 유치비용과 7년간의 건축기간을 통해 프랭크 게리(Frank O. Gehry)가 설계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티타늄 외관의 기묘한 형상을 띄고 있다. 360도 어느 한 부분 같은 형태를 보이지 않는 회색빛 건축물은 저녁 석양이 건물에 드리우면 붉은 빛이 반사되어 한 송이 꽃으로 탈바꿈한다. 건물 주변에 있는 12미터 크기, 2만개 식물이 만들어 내는 거대 강아지 제프 쿤스(Jeff Koons)의 퍼피(Puppy)와 루이즈 브루주아(Louise Bourgeois)의 거대 거미인 마망(Maman) 역시 빌바오를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향유하게 만든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구 35만명의 도시는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맞이하며 스페인의 대표적인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지난 8월 고양시 ‘CJ라이브시티’ 사업 성공을 위한 업무협약이 있었다. 4만명 수용이 가능한 원형 공연장 아레나와 한류콘텐츠 테마파크, 상업시설, 호텔 등 30만 평방미터로 조성되는 이 문화지구는 연간 2천만명의 방문객 창출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마이스 방문객 동인(動因)인 킨텍스와 더불어 CJ라이브시티는 이벤트, 한류콘텐츠를 위한 관광객 유입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19로 관광산업이 잠시 주춤한 이때에 안주하지 않고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한 도시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응원한다. 하지만 고양시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도시에 체류하고 지출하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더욱 유기적인 도시생태계 조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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