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명 대표
이상명 대표

구자현 발행인: 우리 삶 속에서 역사에 대한 이해는 너무 중요한데요 우리나라 마지막 황세손과의 추억 그리고 석전대제로 국가무형문화재를 받고, 물질문명이 극에 달하는 시대에 YCN 유림방송에서 인간의 사람됨에 대해 방송을 하시는 이상명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상명 대표: 교수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공부한 결과물로 국가무형문화재 제85호 석전대제 이수자가 됐습니다. 유교 경전에 관심을 가지고 독학을 하면서 사람됨의 교육(인성교육) 등 다양한 강의를 하게 됐습니다. 참고로 제85호는 공자를 중심으로 안자, 증자, 자사자, 맹자, 공문 10철, 송조 6현, 아국 18현을 모신 대성전에서 매년 봄, 가을에 대제를 올리고 있습니다.

구 발행인: 석전대제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 대표: 석전(釋奠)이란 문묘(文廟)에서 공자(孔子)를 비롯한 선성선현(先聖先賢)에게 제사지내는 의식입니다. 석(釋)은 '놓다(舍)' 또는 '두다(置)'의 뜻을 지닌 글자로써 '베풀다' 또는 '차려놓다'라는 뜻이며, 전(奠)은 추(酋)와 대(大)의 합성자로서 '酋'는 술병에 덮개를 덮어놓은 형상이며, '大'는 물건을 얹어두는 받침대를 상징합니다. 악과 무가 있는 종합 예술적 가치의 성대한 제전으로 석전제·석채라고도 하죠, 이와 유사한 말로 석채(釋菜)가 있는데 이는 나물 종류만 차려놓고 음악이 연주되지 않는 조촐한 의식을 말합니다.

추측은 삼국시대부터 있었을 것으로 보는데요. 조선시대에는 태조 7년(1398)에 성균관을 설치하여 국립 최고 학부의 기능을 다하게 했습니다. 정전(正殿)인 대성전(大成殿)에는 공자(孔子)를 비롯한 4성(四聖), 공문 10철(十哲), 송조(宋朝) 6현(六賢), 우리나라 명현(名賢) 18위를 모시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지방향교 234곳과 같이 매년 음력 2월과 8월 상정일(上丁日)에 석전을 봉행하고 있습니다.

절차는 영신례, 전폐례, 초헌례, 아헌례, 종헌례, 음복례, 철변두, 송신례, 망료의 순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례, 명성황후
가례, 명성황후

구 발행인: 국가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서는 전통문화에 대한 보전(保全)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유교를 가르친 향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전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전통의식을 보전하는 일을 하는 입장에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대표: 발행인께서도 말씀하신바와 같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보전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그러나 점점 많이 잊히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움이 큽니다. 저라도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추억은 조선의 마지막 황세손과의 소중한 인연이 저한테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길다 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정신적으로 남겨주고 가셨습니다.

아직도 행례 때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어느 해인가 사직대제 때였어요, 아침에 빌라로 모시러 갔는데 소파에 앉아 계시다가 터진 양복 뒷자락을 가리키시며 꿰매어 줄 수 있느냐고 하셨어요. 그러시면서 길고 자그마한 상자를 주셨습니다. 저에게 주시는 거냐고 했어요, 그렇다고 하시면서 가방에 넣으라고 하셔서 "감사합니다"고 하면서 가방에 넣고는, 가방 속에 있는 실과 바늘 쌈지를 꺼내 감색의 양복 뒷자락 단에 터진 부분을 꿰매드렸습니다. 그리고는 곱게 모시한복을 입으시고 차로 덕수궁으로 가 환복을 하신 후 어가행렬을 시작했습니다.

사직대제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저에게 주신 것이 무엇일까? 많이 궁금했어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노란색의 포장지를 풀어보니, 아주 예쁜 노란색의 양산이였습니다. 두 번 사용 후 저는 그 양산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고이고이 간직하고 있을 뿐입니다. 왜냐하면 2005년 하늘나라로 가셨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갈피갈피 그때의 모습이 어제 일처럼 뇌리를 스치곤 합니다.

구 발행인: 황세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황세손과 함께
황세손과 함께

이 대표: 조선의 마지막 황세손은 영친왕(일본 왕족 이방자여사)의 차남이십니다.

황세손께서는 조경단제향, 종묘대제, 사직대제, 환구대제 때 초헌관으로 복무를 하셨습니다. 그때마다 의관정제(면류복)를 해드리면서 가까이에서 보좌한 경험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참고로 면류복의 구성은 의, 중단, 폐슬, 전상과 후상, 방심곡령, 옥대, 규, 후수, 대대, 패옥, 석, 말, 면류관입니다.

구 발행인: 대제는 언제 지내시나요?

이 대표: 조경단제향는 매년 4월 10일, 종묘대제는 매년 5월 첫 번째 주 일요일, 11월 첫 번째 주 토요일, 사직대제는 매년 9월 4번째 주 토요일, 환구대제는 매년 10월 12일에 지내고 있습니다.

구 발행인: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각각의 행사의 의미와 진행과정을 간단히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대표: 조경단제향는 조선왕실 시조의 묘역으로 대한제국을 선포한지 3년째인 1899년(광무 3) 5월 30일 시조 이한의 묘에 예를 갖추는 제의례입니다.

종묘대제(宗廟大祭)는 조선시대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봉안한 종묘에서 지내는 제의례입니다.(영년전 16실, 정전 19실) 사직대제(社稷大祭)는 조선시대 행해진 땅과 곡식의 신에게 드리는 국가적인 제의례입니다. 환구대제(圜丘大祭)는 조선의 왕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국가적 제천의례입니다.

제례의 순서는 신을 맞이하는 영신례(迎神禮), 초헌, 아헌, 종헌례에 이어 음복례가 행해지고, 신을 보내 드리는 송신례(送神禮)를 갖춘 후에 축(祝)과 폐(幣)를 망료(望燎) 위에 불사르는 것으로 끝납니다.

구 발행인: 외부 행사도 많이 참석하시고 조언도 해 주시는 걸로 아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에 대해 말해주세요?

이 대표: 한 가지를 소개해 드리자면, 3년 전 전국체전이 충주지역에서 있었습니다.

충주박물관에서 제기·제복을 전시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충주박물관 학예사가 어렵게 연락이 되었다고 하면서 도와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그 당시 선농대제(위원장: 고 이경장)에서 제기와 제복을 담당하고 있었기에 동대문구청에 허락을 받고, 유기로 만들어진 제기와 구장복 등 84점을 박물관에 대여를 해, 전시되었습니다. 많은 관람객들에게 설명해 달라는 요청으로, 84점에 대한 의미와 용도까지 설명했습니다. 현재도 (사)대한황실문화원 학술위원으로 매년 “궁중문화축전”에서 ‘왕실내의원’ 재현과, ‘도화서’ 체험, ‘왕의 시’ 등 행사에 습의에서 행사 진행과 사회를 맡고 있습니다.

이상명 대표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상명 대표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구 발행인: 독자들의 편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제기 제복 제사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대표: 제기(祭器)는 대제(大祭) 때 예찬(음식)을 담는 용기, 제복(祭服)은 대제 때 제관들이 의관정제를 하는 의상, 구장복(면류복)은 대제 때 임금(초헌관)이 의관정제하는 의상을 말합니다.

구 발행인: YCN 유림방송에서 고전에 대한 강의를 하신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강의를 하는지 궁금하네요?

이 대표: 네, 사서(四書)인 논어(論語), 대학(大學), 중용(中庸), 맹자(孟子) 강독을 한 학자이신 선생님과 같이 ‘유림독서’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YCN초대석 진행을 맡고 있으면서, 방송을 위한 자문도 하고 있고요. KT 채널 240번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바랍니다.

구 발행인: 기독교나 천주교 불교의 방송이 있듯이 유림방송도 있겠죠. 많은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는 못하는 것 같은데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방송을 봐야겠네요? 요즘 젊은 세대의 사람들에게 인생의 선배로 하고 싶은 말씀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 대표: “미래를 꿈꾸며” 사는 삶이되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배려,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으로 따뜻하고 풍요로운, 그런 인성을 가진 젊은이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현재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준비하면서 건강한 생활인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끈임 없이 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여! 진정한 어른이란 혼인(결혼)한 사람만을 어른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아들, 딸 낳아서 화목한 가정을 꾸리면 되겠지요? 젊은이들이여 파이팅입니다!

구 발행인: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사시고 있는 무형문화재 이상명님과의 인터뷰였습니다. 더욱더 건강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이 잘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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