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무열 한국관세신문 발행인
서무열 한국관세신문 발행인

[고양일보] 2019년 제36회 관세사시험 2차 부정출제 혐의로 서울 동부지검은 관련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기소장에 따르면 피의자들에게 적용된 죄목은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사기죄, 산업인력공단법 위반 등 3가지다.

검찰은 건국대 무역학과 강흥중 교수와 F관세학원 김용원 대표에 대해서는 ‘관세평가’시험문제 부정 출제 의혹 관련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를 적용했다.

또한 검찰은 이들에게 건국대와 건국대 산학협력단 담당자를 상대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4차례에 걸쳐 총 9백여만원 상당을 받아낸 혐의로 ‘사기죄’도 추가했다.

사태가 이처럼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데도 관세청은 “진행 중인 행정심판과 형사소송 결과에 따라 적법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주무관청으로써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관세사는 관세행정 파트너이고 관세 분야 변호사라 할 수 있다. 급변하는 무역환경과 복잡해진 수출입 제품을 이해하고 관세청과 수출입기업 사이에서 관세·통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세전문 변호사라 할 수 있다. 관세사 자격시험은 이런 역할 수행에 필요한 역량 보유 여부를 판별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마땅하다.

그런데 관세사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특정 학원에 등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고, 이런 인식이 공정하지 못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이라면 이는 관세업계 종사자 모두에게 이롭지 못하다.

관세사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뿐 아니라 기존 등록·개업 관세사들 그리고 관세청에도 결국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반 국민과 기업 고객 사이에도 관세사와 관세청을 보는 시선에 색안경이 씌어질 것이고 어렵게 시험을 통과한 관세사들 스스로도 자부심에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결국 이 모든 책임은 일차적으로 주무관청인 관세청이 져야 할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작년 회계사 2차 시험에서도 발생했다. 하지만 주무관청인 금감원은 관세청 대응과는 달랐다. 회계사 2차 시험 문제가 모 대학 기출문제와 유사하다는 제보를 받고 유사성을 확인한 금감원은 해당 문제를 만점 처리 후 합격자를 최종 발표함으로써 관세청과 달리 비교적 큰 파장 없이 사태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관세청은 이번 기회에 관세사 시험 운영 프로세스를 한 번 자세히 들여다 필요가 있다. 문제출제·선정·평가(채점)를 2명의 교수가 일괄 처리(?)하는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작년과 같은 부정 출제 의혹이 재발하지 말란 법도 없다.

특히 이번에 부정 출제 의혹이 불거진‘관세평가’과목의 경우는 문제가 심각하다. 관세·통관분야의 특수 영역을 다루는 ‘관세평가’는 현업에서 오랫동안 실무를 경험한 관세청 공무원들도 해석하고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많고, 보는 사람에 따라 이론(異論)이 많은 과목이다.

판례가 있긴 하나 개별 사안에 따른 판결이어서 일관성이 부족하고 사안마다 다른 판결 내용이어서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업장에서는 어려움이 많은 과목이다. 하지만 학원 입장에서는 수익증대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과목이기도 하다.

관세청(산인공)이 어떤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전문성 부족한 교수를 출제 위원으로 선정하고, 해당 과목에 전문성 부족한 교수는 독점 학원에 기출문제와 해설서를 의뢰해 참고함으로써 자신의 무능을 분식(粉飾)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무능한 출제 교수와 학원 간 커넥션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에 부정 출제 의혹을 불러일으킨 건국대 무역학과 강 교수의 경우 ‘해운물류와 무역실무’가 전공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 경험이 없고 비전공자인 강 교수와 같은 인사가 어떻게 관세평가 과목 출제위원으로 선정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산인공이 공개하지 않고 있는 관세사 시험 운영 프로세스가 그래서 더욱 의심스럽다.

관세청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산인공이 운영하는 관세사 시험 운영 프로세스를 상세하게 공개하고, 문제점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관세사 시험 과정이 공정하지 않은데 결과를 신뢰하라고 하는 것은 책임 회피이자 공권력의 폭력이다.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행정이다.

정의는 사소한 것에서 무너질 수 있다. 정의가 무너진 사회는 불공정과 특권이 자연스럽게 용인된다.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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