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일보] 장애인 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으나 무죄, 집행유예, 불기소 처분 등으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죄질에 비해 형량이 매우 낮아 장애인학대처벌 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4일 “해결되지 않는 장애인 학대, 처벌특례법이 답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형사특별법을 만들어 장애 특성을 반영한 수사와 재판, 장애인 인신매매 행위 등에 대한 처벌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는 심각한 장애인 학대와 인권 유린에도 불구하고 처벌이 제대로 내려지지 않는 사례를 열거했다.

지난달 21일, 광주지방법원 제12형사부는 전남 곡성에서 무려 17년 동안이나 지적장애여성 A씨의 성과 노동력을 착취한 혐의로 기소된 이웃 주민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의 이유는 A씨가 성관계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으므로 성 착취가 아닌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이고, 일을 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품앗이’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이다.

또 지난 1월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2018년 서울 잠실야구장 분리수거장에서 지적장애인 B씨가 10년 이상 노동력을 착취당하다 응급구조된 일명 ‘잠실야구장 노예 사건’의 가해자인 고물상 주인에게는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리고, 또 수급비와 임금을 모두 착취한 B씨의 친형에게는 기소 중지 처분을 내렸다. B씨는 서울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도움을 받아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검찰은 B씨가 지적장애인이므로 ‘내적 기준을 가진 의사가 아니다’라며 고소의 효력을 부인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사찰에서 30년간 노동력을 착취당한 C씨의 경우 경찰은 ‘노동착취가 아닌 울력(협동 관행의 하나)’이라며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고, 지난 8월, 검찰은 끝내 노동착취를 인정하지 않고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오래 전에 일어난 염전지역 장애인 노동착취 사건(일명 ‘염전노예사건’)도 가해자들에게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되어 실형을 받은 사례가 거의 없다.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는 “시설과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이 매맞고 착취당하고 버려지고 죽어가도 가해자들은 법망을 대부분 빠져나가고 있다”며 “대체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어야 하는가, 복합적인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장애 특성과 장애인 학대 사건의 특수성을 제대로 담아낼 만한 체계적인 법제가 부재한 것을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학대사건에 적용할 법률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수사기관마저 혼란을 겪고 또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형량이 너무 낮다. 그리고 기존 법에서는 장애 특성을 고려하고 있지 못하다.

또 사법절차에서의 지원 역시 매우 미흡하다. 아동학대·성폭력·가정폭력에서 특별법으로 해결하고 있는 진술조력인·국선변호사 등 형사절차에서의 지원들, 그리고 피해자 보호명령과 가해자 접근금지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례들이 장애인 학대에서 하나도 적용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형사절차에 관한 사항은 복지법에 담아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이제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다. 여전히 장애인 학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너무 오랜 시간을 끌어 왔다. 장애인학대처벌특례법을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 통과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특례법 제정으로 장애인학대범죄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성착취·노동착취 등 인신매매성 범죄 구성요건을 신설하며 치사, 중상해, 상습범과 후견인, 관련업무종사자 등 특수관계인에 의한 학대 범죄시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애인 경제적 착취에 대한 친족상도례 적용 제외, 지적장애인대상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적용제외, 검사의 처분 전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피해자 특성 조사 및 의견 개진 등 장애 특성을 고려한 보조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아동학대·성폭력 등 일부 범죄에만 적용되던 국선변호사와 진술조력인 제도를 장애인학대 피해자로 확대하고 보호자,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직원, 신뢰관계인 등 ‘보조인’ 참여 근거 신설, 역할과 절차 명확화를 요구했다.

검찰에서 불기소돼 재판조차 받지못한 학대 사례
검찰에서 불기소돼 재판조차 받지못한 학대 사례
저작권자 © 고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