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수 법학박사
장병수 법학박사

영국

세계 최초의 교통신호기는 영국의 철도 엔지니어인 존 피크 나이트 (John Peake Knight)가 설계하고, 의회에서 승인되어 1868년 12월 9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국회의사당 앞 교차로에 적색과 녹색의 2색등으로 제작되어 가스를 사용하여 경찰관이 직접 수동으로 조작하는 장치가 설치되었다.

18세기 말과 19세기 초에 런던은 산업혁명으로 인한 공업화의 진전으로 공장이 밀집한 런던으로 노동자가 집중하게 되어 매일 주요 교통수단인 옴니버스(말이 끄는 큰 마차) 또는 도보로 출퇴근을 하게 되는 극심한 교통체증이 발생했는데, 문제는 교통 규제 부재로 인해 저마다 자기 방식대로 운행을 하게 되어 승객들은 기나긴 교통체증을 마차 위에서 대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에 따라 교통사고도 자주 발생하게 되어 한 주에 평균 3~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교통사고를 목격한 철도 엔지니어인 존 피크 나이트는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질서를 유지해 주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철도에서 사용된 신호기와 유사한 원리로 작동되는 교통신호기를 제안하였고 이것이 의회에서 받아들여지게 되어 세계 최초의 교통신호기가 설치된 것이다.

그러나 이 신호등은 주간에는 가스등을 보기 어려우므로 지상에 6m 높이에 설치하였는데 Semaphore Paddle(양날개)가 45도 아래로 내려오면 "주의", 양 날개가 90도 옆으로 벌어지면 "정지"인 것으로 교통경찰관의 팔의 움직임을 대체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이미 철도에 사용된 완목신호기(날개식)와 유사한 동작 원리였다.

당시 수도 경찰국장이던 RICHARD MAYNE이 게시한 안내문의 내용은 『신호, "CAUTION(주의)"에 의해 차량과 말 등은 보행자의 안전에 유의하여 건널목을 통과해야 한다. 신호, "STOP(정지)"는 보행자가 통행할 수 있도록 교차로 양쪽에서 차량과 말이 정지해야 할 때 표시되며, 교차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차량과 말 관계자들은 이 내용을 지켜야 한다.』라고 표시한 것이 흥미롭다.

Knight는 주요 철도 노선과 같은 방식으로 주요 도로의 교통류를 처리할 수 있는, 즉 한 방향에서 오는 교통흐름을 중단시킬 수 있는 우선순위 시스템을 사용하는 형식으로 설계하여 경찰의 안내문을 준수하는 사람들에게는 호응을 받아 초기에는 성공하는 듯하였지만, 대다수 운전자는 위 신호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에 따라 이를 무시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던 중 신호등 설치 후 불과 1개월만인 1869년 1월에 신호기를 작동시킨 경찰관이 신호기 하단부에서 가스 누출로 폭발이 일어나 큰 부상을 당함에 따라 세계 최초의 신호등은 사람에게 안전하지 못한 것으로 인식되어 오래 쓰이지 못하고 즉시 제거되었다.

이후 영국은 수십 년 동안 교통문제로 어려움을 겪다가 1926년 런던 최초로 수동으로 작동되는 3색 신호등이 피카딜리 거리에 설치되었으며 경찰이 항상 신호기 옆에 주둔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미국

한편 미국에서는 1914년 8월 5일에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아프리카계 발명가인 가렛모건(Garrett A. Morgan)이 전구 내장 T자형 신호기를 발명했다. 

이 교통신호기는 전 세계 도로에서 질서를 유지시키는 공공 생활방식을 변화시키게 되었고, 세계 교통신호기 역사에 기념비적인 역할을 하였기에 미국 오하이오주 애쉬빌 박물관에 아직도 전시되어 있는데 초기 설치비용은 1914년 당시 1500달러였다고 한다.

1918년에 3색 전기식 신호등이 미국 뉴욕에 첫선을 보였다. 2층 유리 탑 속에 설치된 이 신호등의 이점은 경찰관이 위험하게 교차로에 들어가지 않고 부스에 앉아 차들의 통행량을 보아가며 적당히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었다.

이후 1920년 디트로이트 경찰관 윌리엄 포츠 (William Potts) 기존 3색등에 노란색 신호등이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뉴욕과 필라델피아와 같은 도시에서 도입하기 시작하여 이후 여러 도시 교차로에 대한 표준제어 메커니즘이 되었으며, 1930년대에 이르러 현대식 신호기의 상부와 같은 외관을 가진 신호기가 출현하게 되었다.

유럽

1923년에, 전기를 이용한 최초의 기계식 신호등이 파리대로, 스트라스부르대로와 그랑대로와의 교차점에 설치되었으며, 1924년 베를린, 1925년 밀라노, 1926년 로마, 1927년 런던(울버햄튼 자동신호등), 1928년 프라하, 1930년 바르셀로나, 1931년 도쿄에 설치되었다.

교통신호기의 표준화 및 규제

도로 교통신호 통일에 관한 제1차 협약은 1931년 3월 30일 제네바에서 서명되었다. 그 목표는 도로 교통안전을 높이고 균일한 도로 신호 시스템을 통해 도로로 국제 이동을 촉진하는 것으로 오늘날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대부분의 교통신호는 이 조약을 통해 정의되었는데, 3가지 색상 (빨강, 노랑, 녹색)이 교통신호등의 표준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교통신호기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인 1940년 기차역 플랫폼 입구의 3색 날개가 번갈아 기둥에서 돌출하는 형태의 날개식 신호기로, 종로 화신 백화점 앞 등에 설치되어 교통경찰관이 손으로 조작했으나, 신호기에 전등이 없어 밤에는 사용할 수 없는 무용지물이었다.

해방 이후에 전기신호등이 나타났으며, 미군이 상륙하면서 서울에는 날개식 신호기 대신 주등식 자동신호기로 도심에 교체 설치하였고, 1961년 도로교통법이 제정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설치, 운영되기 시작했다.

특히 1968년 국제연합경제사회이사회 ‘도로표지 및 신호에 관한 의정서’의 서명을 계기로 1982년 국제연합에서 권고하는 형태를 대폭적으로 수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서울의 경우 중앙컴퓨터가 지역 교통신호제어기를 제어하는 전자식 교통신호체계를 80년도에 도입·설치한 이래 최근에는 교통량에 따라 신호시간을 자동 조절하는 첨단 실시간 교통신호제어기까지 실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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