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의 벽을 허무는사람들' 국가인권위 진정
'장애의 벽을 허무는사람들' 국가인권위 진정

[고양일보]  의대생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정책에 반발하며 진행한 ‘덕분이라며 챌린지’가 수어를 왜곡했다고 농인들이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장애인 인권단체인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은 25일 의대생들이 수어를 뒤집어 누른 손 모양인 ‘#덕분이라며 챌린지’가 수어를 희화화했다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 진정에는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 16명이 참여했다.

의대협의 ‘덕분이라며 챌린지’는 오른손 엄지를 위로 세우고 왼손으로 받치는 손동작 ‘존경’의미의 수어를 뒤집어 누른 손 모양을 대표 이미지로 사용해 SNS 등에 게시했다.

해당 게시물이 올라오자 지난 21일 대표적 농인 단체인 한국농아인협회를 시작으로 장애벽허물기가 잇따라 성명서를 내고 의대협을 비난했다.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회장 변승일)는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의료현장에서 고생하는 의료진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편 주먹을 손바닥 위에 올리는 형태의 수어는 타인을 '존경한다'는 뜻으로 수어를 모르는 사람조차 널리 알려진 수어이다. 그러나, ‘존경’을 뒤집은 형태는 사전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존경이라는 단어의 반대 의미를 넘어서 남을 “저주한다”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며 엉터리 수어를 자신들의 파업상징으로 사용하고 있어 우리 농인들이 분노한다고 밝혔다. 

농아인협회는 계속해서 ”우리 농인에게 ‘수어’가 갖는 위상과 가치는 국어의 그것보다 더 높다. 그러한 농인들의 수어를,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될 의과대학생들이 미래의 이익을 지키겠다며 끌어다 쓰고 모독했다“고 주장하며 의대협의 사과를 요구했다.

농인들의 반발에 의대협은 다음날인 22일 사과문을 내고 “수어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손 모양일지라도 기존의 수어와 대비돼 상처를 안겨드릴 수 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사과하며, 챌린지 이미지를 새로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의대협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장애벽허물기’는 재발방지 등 노력이 미흡하고, 여전히 해당 게시물을 게시되고 있어 경각심을 주고, 의대협이 공공병원 확충 등 의료접근 환경 개선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행위가 ‘차별’임을 알리고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진정을 통해 의대협에 ▲수어통역이 반영된 영상 사과문 게시 ▲장애인 차별 방지에 대한 방안 제시를 요구했다.

한국농아인협회는 24일 ‘의대생들의 사과에 대한 답변’이라는 발표문을 내고 그동안 올려진 문제의 사진을 모두 삭제하고 학생들에게도 문제의 사진을 삭제하도록 공지할 것과 농인들의 인권과 의료에 많은 관심을 가지겠다고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

의대협의 '덕분이라며 챌린지' 포스터
의대협의 '덕분이라며 챌린지'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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