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일보]  코로나 19로 일상의 모든 것이 멈추었다. 무인 비대면 기계가 눈에 띄게 많아졌고,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도처에 적용되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드물어졌다. 온라인 쇼핑, 모바일 앱을 활용한 주문·결제가 늘어났고, 등교도 온라인으로 대신했다. 이 모든 것이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4차 산업혁명이 세상을 변화시켰고, 장애인들의 삶도 달라질까 장애인들은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비대면, 온라인을 통해 만난 세상은 장애인에게 실망과 좌절을 안겨주었다. 장애인이 손 댈 수 없는 높이, 인식할 수 없는 정보 등 혼자서는 도저히 접근하기 어려운 장벽이기 때문이다. 마스크 알림이 앱,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알림이 앱은 장애인의 접근성이 고려되지 않아 재난 정보에서 장애인은 소외되는 차별을 경험했다. 이 모든 것은 언택트 사회가 낳은 새로운 차별이다. 기술을 배경으로 갑작스럽게 변해버린 세상에 장애인들은 적응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기로에 놓였다.

장애인이 이용하기 힘든 무인 매장, 접근 가능한 콘텐츠가 부족한 온라인 교육, 접근이 어려운 웹사이트 등으로 장애인은 또 다시 소외되는 차별을 경험한다.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이 보편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와 달리 지능정보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해외에서는 장애인이 디지털 정보화 시대의 주체적인 소비자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장애인법(ADA)에서는 키오스크의 접근성 디자인에 대한 표준이 마련돼 있다. 설치장소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항을 명시하고 있으며, 기기 입력 버튼을 누르는 힘을 최대 5파운드로 제한하고, 1m 높이에서 기기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기능별로 세밀한 표준이 마련돼 있다.  

스페인의 스타트업 “Navulens”은 인공지능으로 공간을 감지하는 QR코드를 개발했다. 사용자가 QR코드 근처에서 손을 들면 QR코드와 휴대폰간 거리를 인식해 음성으로 최대한 QR코드와 접근할 수 있도록 위치를 안내해주고, QR코드 인식 시 효과음이 나서 시각장애인이 알아차릴 수 있다. 버스정류장, 버스, 지하철 등에 QR코드를 시범 설치해 장애인 이동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스타트업 "Horus Technology"는 시각장애인용 웨어러블 기기 "호루스”를 개발중이다. 안면 인식이 가능한 영상 장비로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동료의 얼굴을 찾아 음성으로 알려주고, 사물과의 거리를 인식해 가까이 있는 장애물을 피해 다닐 수 있도록 음성으로 안내해주는 장치다. 해외 사례에서 처럼 우리나라가 지능 정보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이 우선 해결 과제이다.

장애인이 소외되지 않는 언택트 시대를 위해 정보 접근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제도적 환경 구축, 비대면 공백 해결을 위한 신기술 적극 활용, 멘토를 통한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강화 등 노력이 필요하다.  언택트 시대에 장애인에게 필요한 디지털 역량은 디지털 정보통신기기에 접근하고, 무인화를 비롯한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할 수 있고, 정보 통신기기로 획득한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빅데이터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 분석하고 가공하는 힘을 길러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경제주체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지난 7월31일 발행한 397호 장애인정책리포트는 ‘언택트 문화의 습격’, ‘장애인의 언택트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 ‘접근성 보장에서 지능정보사회로 먼저 진입한 해외 사례’, ‘장애인 소외되지 않는 언택트 시대를 위한 노력’의 주제로 언택트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고 달라진 세상에서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다.

1. 장애인의 언택트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

▲온·오프라인 모두 엉망인 물리적 접근성

무인 매장에 장애인 편의 기준이 없다. 시각장애인은 제품이나 영역별 음성안내나 점자표시가 되어있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 무인 단말기 설치 위치를 파악할 수 없어 셀프 계산대도 혼자 이용하기 어렵다. 무인 계산대의 경우 휠체어에 앉은 채로 조작이 가능한 지, 앉은 채로 디스플레이를 확인할 수 있는 각도와 높이인지도 중요하다. 장애 유형별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무인 매장의 규모나 무인 매장에서 고려되어야 할 장애인 편의 기준이 없다.

ATM같은 금융 자동화기기, 공항, 철도, 지하철, 영화관 등에서 사용하는 공공단말기에 대한 구가 표준이 제정돼 있다. 지난 해 5월 키오스크를 장애인 및 고령자의 접근성을 고려해야 하는 정보통신기기에 추가하였으나 이전에 설치된 키오스크가 많이 존재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제품을 설계하거나 구매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키오스크 이용시 이미지 형태의 정보가 많고 화면 터치 스크린 방식이므로 시각장애인은 음성으로 정보를 변환하여 들을 수 있어야 하고, 이미지에 대한 설명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장애인 접근성이 우수한 웹사이트는 5% 뿐이다. 8개 표준산업 분야 1,000개 웹사이트에 대한 접근성 조사 결과 평균 66.6점으로, 74.3%의 웹사이트가 75점 이하로 미흡했다. 광고 배너, VOD 서비스 등에 자막 또는 원고를 제공하지 않아 시각 장애인 뿐만 아니라 지체장애인, 청각장애인의 이용도 어렵다.

정부가 공공부문 모바일 앱 접근성 지침을 마련했으나 민간 적용은 자발적 선의에 기대야 한다. 서울시가 재난지원금 지급시 제로페이 웹을 통해 할인행사를 진행하였는데 제로페이 접근성은 100점 만점에 58점에 불과했다. 키패드 음성지원서비스나 스크린 리더가 작동하지 않아 시각장애인은 긴급재난지원금을 혼자 신청하기 어려웠다. 한 시각 장애인 유투버가 배달의민족 앱을 사용해 저녁식사를 주문하기까지 무려 2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수많은 개인인증과 정보동의 절차 끝에 주문에 성공했지만 마지막 말은 “진짜 배고플때는 못시켜먹겠다”였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정부에서 개발한 전자출입명부 애플리케이션은 바코드 생성, 확인, 이용면에서 시각장애인이 혼자 사용하기 불가능하다. QR코드는 어디를 스캔해야 하는지 시각장애인이 알기 어렵고 내용을 음성으로 안내해주지 않아 불편하다.

현재 장애인방송 고시에 의한 장애인방송 의무 편성 비율에 따르면 지상파와 종편, 보도 채널의 경우 전체 프로그램 중 자막 방송 100%, 화면해설방송 10%, 수어방송 5%만 편성하면 된다. 방송 위주의 장애인방송 편성 기준을 VOD나 OTT 서비스에도 확장하여 적용할 필요가 있다. VOD 서비스 대부분은 수어, 자막, 화면해설 등 장애인을 위한 방송 서비스가 포함되지 않고, OTT는 인터넷을 통해 영상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웹접근성과 앱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미국은 2012년 8월 온라인 동영상 및 인터넷 TV 서비스의 영상 콘텐츠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삽입을 의무화했으며, 라이브방송의 자막속도, 정확도, 지연시간, 오류의 종류 등 질적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은 VOD의 장애인방송 의무화로 수어통역창의 크기를 키우거나 시청자가 수어통역 창을 삽입하거나 뺄 수 있는 선택 영역을 추가한다.

EBS가 장애인서스 홈페이지를 통해 2주 단기 라이브 특강으로 자막 영상을 제공하였지만 과목이 한정적이고 강좌 수도 적었다. 수어 학습 자료는 ‘평생교육’ 강좌에만 있었다.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콘텐츠도 초·중·고 강좌가 아닌 ‘평생 교육’ 3강좌 뿐이었다. 국립특수교육원 ‘장애학습 온라인 학습방’에서 장애인 학생 수준에 맞는 학습자료를 활용하기 어려웠다. 쌍방향 소통 강의를 진행할 경우 장애학생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강의 전달은 장애학생의 학습권을 크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

▲좁혀지지 않는 디지털 역량 및 정보격차

장애인은 IT 기계 접근 및 ICT 기술에 대한 경험 부족, 사회경제적 요인 등에 따라 언택트 사회 진입에 어려움을 경험한다. 2019년 장애인 가구의 컴퓨터 보유율은 58.6% 비장애인(83.2%)과의 격차가 크고 스마트폰 보유율은 76.8%로 일반국민 92.2%에 비해 15.4% 낮은 수준이다. 인터넷 이용률(78.3%) 역시 비장애인(91.8%)보다 132.5% 낮다. 정보통신기기 활용한 금융거래 경험이 부족하고 지능정보사회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지능정보기술의 사용 경험은 음성비서 15.5%, 생체인증 7.0%를 제외하고 모두 5% 미만으로 매우 낮다.

취약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정보 격차를 야기하는 한 요인이다. 장애인 가구의 소득은 전체 가구의 72% 수준이고 중졸 이하의 학력이 58.6%로 과반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고령화 수준은 전체 인구의 고령화 수준보다 3배 빠르게 진행한다. 장애인은 이런 정보격차 요인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장애특성에 따른 어려움이 더해져 보완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기술 발전이 이뤄질수록 장애인의 정보 격차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2. 지능정보사회로 먼저 진입한 선진국

미국의 항공기 접근 보장법은 항공사의 무인 단말기에 대한 세부적인 표준을 제공한다. 미국 재활법 508조 공공 우선구매 제도는 정부 기관에서 장애를 지닌 근무자나 장애인이 정보나 서비스 이용을 일반인과 동등하게 할 수 있도록 접근성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구글과 애플은 제품 설계 단계부터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앱 개발사에 접근성 가이드라인과 도구를 제공하여 개발 단계부터 장애인을 고려한 앱을 개발하도록 지원한다. 시각장애인이 낯선 장소에 갔을 때를 고려해 스마트 디바이스의 카메라가 주변 상황이나 물체를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룩아웃(Look Out)을 비록하여 청각장애 사용자를 위한 실시간 자막(Live Caption), 라이브트랜스크라이브(Live Transcribe), 사운드 앰플리파이어(Sound Amplifier)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자폐나 다운증후군 등 인지장애 사용자를 위해 여러 단계 작업에 바로가기를 만들어 홈화면에 설정해 둘 수 있는 액션 블록(Action Blocks)도 개발돼있다.

애플은 보이스오버(VoiceOver)라는 스크린 리더로 각 화면 구성요소에 대한 음성설명을 들을 수 있다. 에어팟은 아이폰과 연동가능한 보청기나 에어팟을 통해 원하는 곳에서 나는 소리를 좀 더 크고 명료하게 들을 수 있는 기능으로 스마트폰의 마이크로 들어온 소리를 증폭해서 에어팟으로 전달한다.

구글의 Live Caption
구글의 Live Caption

페이스타임(FaceTime)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사용자들간 무료로 사용하는 영상통화로 청각장애인들이 수화를 사용해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 화면 터치가 어렵거나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없을 때 자주 쓰는 아이콘 등을 저장하는 어시스티브터치(AssistiveTouch) 기능은 신체장애인에게 유용한 기능이다.

시각장애인도 즐기는 접근 가능한 게임을 위해서는 기존 게임에 접근성 옵션을 제공하거나, 접근성을 고려하여 컨트롤러를 설계할 수 있는데 마이크로스프트의 엑스박스,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에 접근성 기능이 탑재돼 있다. 또한 게이머 입장에서 게임 경험을 오디오 등으로 제작하여 공유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A BLIND LEGEND’는 화려한 그래픽과 연출없이 소리와 터치만으로 즐길 수 있는 오디오 게임이다.

시각장애인용 웨어러블 기기 호루스(Horus)는 안면인식이 가능한 영상장비로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동료의 얼굴을 찾아 음성으로 알려주고, 사물과의 거리를 인식해 가까이 있는 장애물을 피해 다닐 수 있도록 음성으로 안내하는 장치다. 

사물인식 애플리케이션 ‘아이폴리’는 1천만 개가 넘는 이미지를 인식하여 진열대 상품 종류나 색깔, 화장실 변기 위치, 거리의 자동차 종류 등을 음성으로 전달하는 이미지 인식 앱이다.

구글 Action Blocks
구글 Action Blocks

3. 장애인 소외되지 않는 언택트 시대를 위한 노력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은 기본적인 접근성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다. 설계 단계부터 장애인 정보 접근성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도록 지능정보화기본법의 강화가 필요하다.

장애인의 신체적 기능을 보완할 보조기기와 접근성만 보장된다면 장애인의 신체적 한계가 언택트 사회에 장벽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지난 6월, 시청각장애인을 위해 정부의 코로나19 생활방역 지침을 딥러닝기술로 합성한 음성, 수어 애니메이션을 공개했다.

앞으로 음성인식기술을 이용하여 영상 자막을 생성하거나, 입모양을 인식한 텍스트 변환, 언어치료를 돕는 로봇 등 다양한 형태로 의사소통을 돕는 보조기술이 등장할 것이다. 가정에서 중증장애인을 위한 스마트홈, 신체활동지원 로봇 등의 도입이 가능해진다.

디지털 기술에 밝은 청소년과 장애인을 연결하여 디지털 활용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교육내용은 인터넷이나 키오스크에서 기차표 예매, 금융 앱 활용 및 계좌 이체, 전자상거래 이용 및 매장에서 비대면 앱으로 주문·결제하기, AI 스피커 및 1인 미디어플랫폼 활용하기 등 실생활과 밀접한 내용으로 실시한다.

독일 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의 3분의 1이 디지털화를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장애인 스스로도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소득창출 공간이 온라인 디지털 공간으로 이동하였음을 자각하고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한 생산 및 공유, 창업 진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비대면 채용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 없이 개인의 능력과 실력으로 증명하는 새 기회가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고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