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10월 31일 린든 존슨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서울에 도착한다.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추진된 정상회담이었다.

존슨에게 있어서 방한은 매우 전략적 선택이었는데, 당시 그는 중간 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한국방문을 선택한 것이다.

환영 인파 <사진 = 라이프지>

그의 도전은 이번 중간 선거를 통해 미국의 베트남 파병에 대해 미국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미국 공화당의 공격에 맞서 그의 정치생명을 연장해야 하는 절대 절명의 것이었다.

그의 해법은 외교였다.

베트남전쟁이 미국만의 전쟁이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보여 주어야 했다.

한국은 1964년 9월 의료진 베트남 파견을 시작으로 맹호부대, 청룡부대, 백마부대를 파병했다. 이후 한국은 총 30만명이 넘는 전투병력을 베트남에 보내는 혈맹이 되었다.

미국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은 존슨의 방한일인 월요일을 임시휴일로 정하고 서울, 경기도의 학교와 관공서에 동원령을 내렸다.

당시 동원인원 규모 또한 어마어마했다. 학생 100만, 시민 155만, 공무원 20만 등 총 275만 명이었다고 전한다. 참고로 당시 1966년 서울 인구는 350만 명이었다.

백악관 환영행사에서 과연 박정희 대통령이 존슨 대통령의 사랑을 만났을지 필자는 그것이 몹시 궁금하다.

오늘 이 글의 주인공은 바로 백악관의 노래하는 명물, 린든 존슨 대통령의 반려견 유키(Yuki)이다.

존슨 대통령은 “유키야말로 내가 평생 보아 온 세상의 모든 강아지들 중에서 가장 다정다감하고, 제일 스마트하고, 잠시도 쉬지 않고 내게 관심을 보여주는 그런 친구”라고 자랑했다고 전한다.

<사진 = Presidential Pet Museum>

린든 존슨 대통령과 유키는 모두 텍사스의 존슨이라는 소도시 출신이다.

대통령은 가난한 도시빈민의 아들이었고, 유키는 존슨의 허름한 한 동네 주유소에 버려진 유기견이었다.

1966년 추수감사절, 고향을 방문하던 존슨의 딸 루시가 유기견 유키를 발견해 백악관으로 데리고 온 것이다.

그 다음해인 1967년 존슨 대통령의 생일날, 유키는 공식적으로 딸의 손을 떠나 ‘아빠의 생일선물’ 자격으로 존슨 대통령 곁에 머물게 된다.

존슨 대통령의 손자는 이렇게 회고하고 있다.

“할아버지와 유키는 매우 의미심장한 ‘미국의 미국다운 정신’이라는 연대감을 나누었다고 생각해요. 할아버지는 늘 제게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어요. 오직 미국에서만 가난한 생명이 백악관에 당당히 입성하는 일이 가능하다”고요.

테리어 믹스견인 유키 이외에도 존슨 주위에는 비글 순종 두 마리 ‘그 남자(Him)’와 ‘그 여자(Her)’가 있었으나, 존슨의 유키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

 

1964년 6월 19일자 LIFE지 표지모델로 등장한 존슨대통령의 반려견 그남자(Him)와 그여자(Her)

물론 공식적인 언론에 등장한 반려견은 순종 비글이었지만, 가장 중요하고 긴장되는 순간 혹은 편안한 휴식 시간 존슨 곁을 지켜준 존재는 유키였다.

<사진 = Presidential Pet Museum>

위 사진은 1967년 12월 대통령의 서명책상에 뛰어올라 대신 서명을 시도하는 유키의 모습으로 미국언론에 대서 특필되었다고 전한다.

<사진 = Presidential Pet Museum>

존슨이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나오던 1969년 1월 20일, 유키는 대통령 전용기 Air Force One을 타고 존슨가의 목장으로 은퇴하게 된다.

그로부터 4년 후인 1973년 존슨이 사망하던 당시 임종을 지켜본 가족 중 하나였던 유키는 존슨의 딸 루시와 함께 조용한 은퇴생활을 영위하다가 1979년 노환으로 죽었다.

위 사진은 린든 존슨 대통령 기념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는 유키의 목줄이다. 유키가 백악관에서 생활하던 당시 착용했던 목줄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워싱턴 시 목줄 제1호 (DC Dog Tag 1)

유키는 존슨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 역사의 방향이 결정되던 중요한 순간순간마다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려야 했던 친구의 곁을 지켜온 고마운 반려의 존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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