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일보] 출판시장이 어렵다. 종이책 시장은 지난 10년 만에 절반으로 축소됐고 전자책 시장은 생각보다 성장이 더디다. SNS, 유튜브 등 경쟁 매체가 등장한 것과 전자책 시장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0여 년 전 출발한 전자책은 오랫동안 제자리걸음만 해오다 최근에야 좀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전자책 전문 리더기의 성능 개선으로 전자책 독자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와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여전히 종이책 시장이 반 토막 나도록 빠져나간 많은 독자들이 전자책 보다는 페이스북·유튜브 같은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역시 전자책 콘텐츠 부족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견·대형 출판사가 주도해온 전자책 출판시장은 종이책을 먼저 출판한 후 반응 좋은 콘텐츠 위주로 전자책을 출판하는 형태였다. 때문에 작가가 보내온 원고를 종이책 출판을 위해 PDF파일로 우선 제작한 후, ePUB파일로 변환해 전자책을 제작해왔다.

이런 방식에서는 전자책 독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있어 몇 가지 불편함을 주었다. 기술적인 한계와 출판방식에서 기인한 것인데, 우선 그림이 많이 들어가는 콘텐츠는 전자책 출판이 어렵다. PDF파일을 전자책 출판하기 위해 ePUB파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깨지거나 뒤틀리는 현상이 자주 발생기 때문이다. 리더기의 크기·형태, 디바이스 운영체제별로 구현하는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시중에 출판되고 있는 전자책이 텍스트 위주 콘텐츠가 많은 이유가 그래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pPUB파일을 먼저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PDF파일을 만드는 것이다. 전자책을 출판하기 위한 ePUB파일 제작 시 서체·이미지 등을 가변형으로 지정해 파일을 추출하면 해결할 수 있다. 그러자면 우리나라 출판 행태가 전자책을 우선 출판 후 종이책을 출판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효율적이다. 그래야 두 번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마침 우리나라 출판 형태가 최근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보고서가 있다. 도서관연구소(KRILI) 조사 발표에 따르면 시중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전자책 300권 중 종이책을 출간하지 않은 순수 전자책이 23권(7.6%)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출판사들이 모든 기획 도서를 종이책으로 출판하기 앞서 전자책으로 우선 출판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쇄비용과 재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책 시장이 지금보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게 한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 300여 개 중견·대형 출판사들 중 약 45% 정도가 종이출판을 포기하고 전자출판만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들이 생산하는 전자책 콘텐츠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자출판사로 전환 후에도 기존 종이출판 시절에 자신들이 만들었던 콘텐츠 위주로 생산할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전자출판 전환은 기존 전자출판 콘텐츠 확대에는 크게 기여를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책 출판시장에 새롭게 뛰어들어 콘텐츠를 다양하게 만들고 전자책 시장을 크게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는 후보군에는 4가지 부류가 있다.

우선은 기존 종이책 시장에서 그간 수익을 내지 못한 중·소, 1인 출판사들이다. 이들 중 디지털 문화 수용력이 뛰어난 40~50대 CP(Contents Provider)들이 후보군 1순위이다.

다음은 퇴직한 50~60대 은퇴자들이다. 경험 풍부한 이들이 전자책 출판시장에 뛰어들어 쏟아낼 콘텐츠는 후배들에게는 경험 공유를, 동세대에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분명 전자책 콘텐츠를 풍부하게 만들 것이다.

세 번째는 재직 중인 30대 젊은 직장인들이다. 이들 중 전자출판 분야로 전직을 꿈꾸고 있거나, 전자출판 사업을 준비 중인 직장인들은 디지털 문화에 최적화된 세대다. 디지털 시장 생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세대로서 시장에서 수용될 수 있는 전자책 콘텐츠를 생산해낼 역량이 충분한 부류다.

마지막으로 가사 노동에서 해방된 유한 40~50대 주부들이다. 남편이 아직 현직에 있기 때문에 가족 부양책임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에서 글쓰기를 취미생활로 즐기는 부류다. 젊은 시절 겪은 육아 경험이나, 시집살이 설움, 가슴 아린 첫 사랑이야기 등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이 쏟아낼 콘텐츠는 40~50대 전자책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요즘‘리디북스’나‘밀리의 서재’같은 유력 전자책 유통 플랫폼들의 고민 또한 깊다. 다양한 전자책 콘텐츠 확보 어려움 때문이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기존 독자를 유지하고 신규 독자를 확보할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장 내 기존 CP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리디북스’는 작년 말 IT전문 온라인 미디어 ‘아웃스탠딩’을 인수했다. 리디북스 경영진은 아웃스탠딩이 비록 IT전문 매체이긴 하지만 IT이슈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 유익한 이슈를 쉽고 재밌게 포스팅하고 있는 아웃스탠딩 콘텐츠가 리디북스 기존 독자들에게도 쉽게 수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리디북스 독자들 입장에서도 같은 조건에 콘텐츠 선택폭이 넓어졌으니 싫을 이유가 없다.

전자출판 시장에선 종이출판 시장에서와는 달리 인쇄비용과 재고 부담이 중·소(1인)출판사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전자책 출판 관련 정보와 제대로 된 교육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것은 또 다른 시장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는 즐기면서도 전자책 콘텐츠에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30~60대 독자들을 전자책 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관심 주제에 포커스를 맞추고 감성 코드를 건드릴 수 있는 전자책 콘텐츠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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