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신문의 '아베사죄상' 보도
아사히 신문의 '아베사죄상' 보도

[고양일보] 강원도 평창에 있는 한국자생식물원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 앞 사죄하는 남성 조형물이 한일관계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 언론들이 이 조형물이 '아베 사죄상'(작품명 영원한 속죄)이라고 일제히 보도하며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일본 정부는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아베 사죄상에 대해 "(한 나라 행정 수반에 대해) 국제 예의상 허용되지 않는 일"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스가 장관은 아베 사죄상이 한국에서 설치된 것이 사실이라면 한·일 관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조형물은 지난 26일 국내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이후 일본 인터넷 매체들이 이를 인용해 보도하면서 일본 내에도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해당 사진을 곁들인 29일자 지면 기사에서 스가 장관의 전날 논평을 전하면서 김창렬 한국자생식물원 원장의 해명을 소개했다. 아사히는 김 원장이 "한국에 소녀상이 많지만 책임있는 (일본) 사람이 사죄하는 모습의 상을 만들면 더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조형물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면서 논란이 일고 나서 예정했던 제막식 취소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도쿄신문은 일본 국민을 대표하는 지도자를 "모욕적"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일본 외무성 간부가 출입 기자단에 "기분좋은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베) 총리뿐만 아니라 일본이 모욕당한 것과 같다"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인터넷상에서 '유치하다'거나 '대립을 부추길 뿐'이라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올 8월로 예정됐던 제막식이 취소됐지만, 조형물 자체는 자생식물원에서 공개된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이와 함께 이 조형물이 아베 총리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누군가에게 사죄받고 싶다는 개인적인 생각에서 설치했다.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라고 한 김 원장의 발언을 덧붙였다.

마이니치신문은 나카야마 야스히데(中山泰秀) 자민당 외교부회장이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이상한 행위다. 민간 영역의 일이라고 하지만 간과할 수 없고, 한국 정부에도 관리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면서 한·일 관계가 이번 논란으로 한층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원장은 "조형물은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고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일본 정부의 지적에 대해서는 "민간 식물원 앞마당에 내 돈으로 개인의 생각을 표현한 것을 간섭하는 것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며 "우리 정부에서도 (조형물 설치를)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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