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일보] 작년 제36회 관세사 2차 시험에서 특정 학원 문제가 그대로 출제되고, 채점 답안도 공개하지 않아 큰 파장이 지속되고 있다. 더구나 서울동부지검은 사건을 축소하여 꼬리자르기 형태로 마무리하고자 하는 정황이 포착되어 향후 이 사태에 어디까지 책임 규명이 요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제 원인, 관세청과 산업인력공단의 관리 감독 소홀

한국관세신문에 따르면 작년 6월 22일 실시한 제36회 2차 관세시험 결과 불합격 통보받은 수험생 일부가 2차 관세사시험 출제 및 채점 오류를 지적하면서 관세사 2차시험문제 출제 의혹이 불거졌다.

올 6월 27일 실시한 1차시험 발표하는 날(7월 22일)이지만 지난해 불거진 36회 2차시험문제 부정 출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체 관세사 시험 공정성에 대한 의심만 더욱 깊어지고 있다.

관세사 시험 공정성 이슈를 제기한 것은 특정 학원과 출제위원 간 유착 의혹인데, 이 의혹도 풀리지 않은 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주무관청인 관세청과 위탁수행 기관인 산업인력공단의 무책임하고 방임적 태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관세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본 이슈에 대한 관세청과 산업인력공단의 지금까지 공식 입장은 "진행 중인 행정심판과 형사소송 결과를 보고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이 전부다.

지난해 6월22일 2차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 중 약 30여명은 개별적, 또는 대리인을 선임해 현재 행점심판청구와 형사소송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와 서울동부지검에 각각 제기해둔 상태다.

특정 학원과 출제위원 간 유착 의혹, '출제위원 교수와 공동 출제' 홍보

특정 학원 웹사이트에 게재돼 있는 2019년 관세사 자격시험 대비 홍보내용 화면 캡쳐.(2020.7.20.)/한국관세신문
특정 학원 웹사이트에 게재돼 있는 2019년 관세사 자격시험 대비 홍보내용 화면 캡쳐.(2020.7.20.)/한국관세신문
특정 학원에서 출판해 수강생들에게 제공한 제36회 관세사시험 합격수기 내용 중 일부/한국관세신문
특정 학원에서 출판해 수강생들에게 제공한 제36회 관세사시험 합격수기 내용 중 일부/한국관세신문

특정 “A” 학원과 출제위원 간 유착 의혹이 불거진 후 가라앉지 않고 있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관세평가 과목은 80% 이상(80점)을 특정 학원 문제와 유사한 문제로 채웠다. 심지어 오타 수정도 없이 그대로 출제한 문제도 있다.

2차 시험 관세평가 과목은 전체 6문제 중 4문제를 특정 학원 모의고사 문제를 그대로 출제했다. 출제 B 교수는 "문제가 좋아서 갖다 쓴 것일 뿐 유착관계는 없다"고 해명했으나, 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더욱이 출제 교수와 특정 A 학원장이 모 대학 무역학과 대학원 사제지 간이라는 사실은 이들 간의 유착을 많은 관계자가 의심하게 하는 상황이다.

특히 2번 문제의 소문항 (2)번은 해당 수입 물품에 적용할 과세가격을 산정하는 문제로서 조건에 따라선 '2544만원'이 정답일 수도 있는데, 특정 학원에서는 3000만원을 정답으로 제시했다는 의견이 있다.

2019년 제36회 2차관세사시험 관세평가 2번 문제(특정 학원 2018년 제14회 모의고사 문제와 유사)/한국관세신문
2019년 제36회 2차관세사시험 관세평가 2번 문제(특정 학원 2018년 제14회 모의고사 문제와 유사)/한국관세신문

때문에 특정 학원에서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본 수험생들이 답으로 쓴 3000만원 만을 정답 처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있다. 본지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산업인력공단에 '과목별 출제위원 명단과 채점표'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했지만 '비공개 정보 대상'이라 "공개 불가"라는 답변을 받았다.

관세사 위상 추락과 직결

노량진에 있는 한 관세사 시험 학원에서 만난 수험생이 토해낸 울분은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잘 말해준다. 이 수험생은 지난해 12월 대리인을 통해 행정심판을 청구한 수험생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는 "죽어라 공부해 실력만 키우면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험이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고 특정 학원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운영돼왔다는 것에 분통이 터진다"라고 했다.

이 수험생은 위에서 언급한 관세평가 2번 문제 소문항 (2)번, 과세가격 산정 문제의 답으로 '2544만원'을 썼는데 0점 받았다는 것이다. 학원에서 선생님들과 다시 풀어보면 2544만원도 맞다는 것이다.

이번 문제를 바라보는 개업관세사 시선 또한 곱지 않다. 당장은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만 해당하는 부담이지만 결국에는 관세사회 전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관세사 시험이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관세사에 대한 신뢰성도 추락한다고 보는 것이다.

관세사가 특정 학원만 다니면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는 자격증으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기업에서나 일반인들이 관세사를 보는 시선에도 색안경이 씌어질 수밖에 없다.

한 대형 관세법인 대표는 "관세사 시험제도는 관세변호사로서, 관세행정 파트너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시험제도를 운영해야 하는데도 이처럼 허술하게 운영해왔다는 것은 관세사회 전체 신뢰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형 관세법인 두 곳, "거의 문제가 똑같다"

작년 제36회 2차 관세사 시험 불합격 수험생 30여명은 개별적으로 또는 대리인을 선임해 각각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청구 소송을 제기해둔 상태다.

그리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6월 초 한국관세사회에 특정 학원 문제와 유사성 평가를 의뢰했다. 관세사회는 관세법인 '에이원‘과 관세법인 '한주'에 각각 문제 유사성 평가를 의뢰했으며, 해당 법인들 또한 지난 6월 중순 평가서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각각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문제 유사성 평가에 참여한 해당 관세법인의 한 관세사는 "거의 문제가 똑같다고 보면 된다. 대놓고 이렇게 출제한 출제 교수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혀를 찼다.

또한, 15년 넘게 개업관세사로 활동해온 대형 관세법인 모 임원도 "출제위원이 관세사 시험을 우습게 생각하는 게 아니면 이런 일탈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동부지검 계류 중, '업무방해죄'로 축소 의혹

본 건 관련해 산업인력공단이 경찰에 신고한 형사소송이 현재 계류중에 있는 서울동부지방검찰청/한국관세신문
본 건 관련해 산업인력공단이 경찰에 신고한 형사소송이 현재 계류 중에 있는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이 문제를 잘 아는 법조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애초 검찰이 어떤 그림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담당 검사는 판사가 기각할 것이 뻔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고, 판사가 영장을 기각하면 '검찰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모양새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본 건 관련해 동부지검에서 청구한 영장은 실제로 기각됐고 검찰은 압수수색도 계좌추적도 안했다. 검찰로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정도로 마무하겠다는 의도가 그래서 엿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검찰에서 피의자 진술을 할 때 해당 출제 교수는 "거론되고 있는 특정 학원은 전혀 관련이 없고 제 무능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선처 바란다"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정 학원이 연루됐다는 진술을 하면 뇌물죄가 성립되기 때문에 출제 교수 입장에선 자신의 무능으로 모든 것을 덮고 가는 것이 최선의 방어책이 되는 것이다.

현재 해당 교수는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지만 학교는 해당 교수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은 체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처리하기 위해 보류해둔 상태로 전해진다.

시험 부정출제, 기회 평등과 결과 정의 훼손

관세사 시험 2차 문제 유출 의혹은 단순히 출제 교수의 무능과 일탈로 처리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 신뢰 척도와 관련이 있는 중요한 이슈기 때문이다.

노력해서 실력을 키우면 누구나 합격할 수 있는 시험제도로 운영되어야 할 관세사 시험이 특정 학원에 다녀야 합격한다면 모든 수험생이 그 특정 학원으로만 몰리게 될 것은 뻔하다.

경쟁 학원들이 모두 사라지고 특정 학원이 독점하게 됐을 때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크다. 이는 경제적 취약 계층에는 계층 상승 사다리를 걷어 차버리는 결과를 야기, 시장진입자에게 또 다른 형태의 진입장벽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해 2차 시험 불합격자 일부가 제기한 행정심판청구, '불합격처분 통지 취소' 요청에 대한 피청구인 '산업인력공단'의 답변 요지를 보면 "위법된 구체적 사실에 대해선 주장하지 못하고, 단지 불합격에 대한 불복수단으로 심판을 제기하였다"고 적시돼 있다.

그러면서도 산업인력공단 측은 청구인들 주장 핵심자료에 해당하는 '관세사자격시험 채점 기준 및 과목별 채첨표' 정보공개청구에는 관련 규정을 들어 공개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국회의원실 국감자료 요청에도 관련 규정을 들어 공개를 거부해왔다.

해당 규정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로서 '(관세사)시험'도 여기에 해당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일반적인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지 행정소송과 형사소송이 진행될 만큼 중요한 사안이 돼 있는 상황에서는 관련 규정을 보다 포괄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것이 맞다.

더욱이 해당 규정 비공개 대상정보 '예외조항'을 보면 공공기관이 작성하거나 취득한 정보로서 '공개하는 것이 공익이나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9조 1항 5호)에 해당하는 비공개 대상 정보라 할지라도 예외적으로 공개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세청과 산업인력공단 측이 다수 수험생의 정보공개청구에도 불구하고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정보공개 뒤 몰아칠 후폭풍이 두려워서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청구인들 올해 2차 시험 합격하면...소 이익 상실

소를 제기한 36회 2차시험 불합격자들 모두가 이번 2020년 제37회 2차 시험에 모두 합격한다면 다행한 일이다. 그렇다고 불공정한 제도운영으로 1년이란 시간을 견디며 소비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가 보상되는 것은 아니다.

김병철 변호사(법무법인 혜명, 관세사)에 따르면 "이들이 모두 이번 2차 시험에 합격하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나 청구인들이 모두 올해 2차 시험에 합격한다면 소 이익이 상실된다"면서도 "청구인들이 원한다면 물질적 정신적 피해 보상을 위자료로 청구할 수는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관세회 관계자는 관세사 시험제도 운영과 관련해 한국관세신문 기자와 통화에서 "산업인력공단이 관세사 시험제도 운영과 관련해 지금까지 관세사회와 협의한 적이 한 번도 없고 출제위원 추천 의뢰를 해온 적도 없다"면서 "특정 학원과 출제위원 간 유착 문제는 앞으로 관세청과 산업인력공단 그리고 관세업계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하며 관세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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