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의 민간인 지뢰제거 금지 지침은 명백한 법률 위반

김기호 소장은 지뢰제거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제거용 차를 비롯해  탐지 기기,  보호복, 헬멧, 신발 등 장비를 갖추고 지뢰제거 활동을 펼쳤지만 쉽지 않았다.

지난 2007년 김기호 소장이 제거한 지뢰를 모 부대에 인수인계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가운데가 김기호 소장. <사진=한국지뢰제거연구소 소장>

“합참(합동참모본부)에서 제동을 걸었습니다. 2004년에 지침을 내려 군사시설보호법을 근거로 들어 보호구역 내 미확인 지뢰지대 지역에서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호 차원에서 각종 개발행위와 관련된 협의 업무를 금지시킨 겁니다”

김 소장은 이 문제에 대해 법률을 공부해 근거를 찾아 합참이 불법 행위를 하고 있다며 당국에 항의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1965년부터 국회의 승인을 얻어 식량 증대를 목적으로 재향군인들을 민통선에 입주시켜 집단영농형태의 부락을 조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을 고용해 지뢰 제거를 한 거죠. 그로부터 40년 동안 작전상 지뢰지대로 관리 유지할 필요성이 없는 지역을 조건부 동의를 얻어 지뢰를 제거해 왔습니다”

그는 최근에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17 아시아지뢰제거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세미나>에서 합참의 지침이 법률 위반이라는 것을 참석한 국회의원들과 공유했다.

“합참의 관리 지침은 오랜 기간 관습적으로 이어져 온 행정관습법을 지침으로 금지한 명백한 법률 위반입니다. 또한 산업분류표상 전문기술서비스업으로 분류된 지뢰 및 폭발물제거 사업을 막는 것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김 소장은 힘주어 말했다.

DMZ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꿈꾸는 비폭력 평화주의자

김기호 소장은 2011년에는 사단법인 녹색평화연합을 설립했다. 비인도적인 지뢰 사용을 막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동참하고 DMZ의 생태를 복원시켜 남북 평화의 공간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에서다. 

2012년 개최했던 DMZ 생태적 보전과 평화적 이용 방안 포럼 당시 기념사진. 왼쪽 맨끝이 김기호 소장.

“현재 한국은 대인지뢰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 협약인 ‘오타와 조약’에 일부러 가입하지 않고 있다.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안보에 위기가 올 수 있고 한국에는 대인지뢰 희생자가 없다는 이유에서란다”고 어이없다는 듯 허탈을 웃음을 지어 보였다.

관련 NGO 단체들은 오타와조약만 가입해도 지뢰 피해를 예방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소장의 나이는 올해로 63세다. 30년을 군에서 근무하고 나오는 연금으로 편하게 살 법도 한데 그는 기질적으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인물이다. 

다른 언론사에서 인터뷰도 많이 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힘이 남아 있는 한 지뢰 제거 운동을 계속 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자와 만나기 얼마 전에도 지하철에서 만난 한 시민으로부터 제보를 듣고 한달음에 달려가 지뢰를 찾았다고 자랑하듯 말하는 그다.

그러나 한계는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이 일을 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과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처음에 장비를 개발하는데 아파트를 팔았어요. 5년 동안 연구소 법인 설립 자본금 1억을 다 까먹기도 했고요. 가끔씩 지원금 제의도 들어오기도 하는데 영리를 목적으로 했다면 이 일을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고, 지금은 나오는 연금으로 비용을 충당하고 있어요”

“힘드시겠어요”라고 건네는 말에 그는 “연봉 140만원에 일하는 비영리단체 사람들도 많이 있는데 저는 나오는 돈이 있으니까 괜찮은거죠”라며 웃어보였다.

현재 김기호 소장은 덕양구청에서 다선문인협화와 공동으로 시화전과 지뢰 사진 전시회를 열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 외에도 지뢰 제거는 작업자인 내 자신의 생명이 걸린 일이다. “내가 교육시킨 지뢰 제거 전문가가 4명 정도 되지만 경제적 사정과 위험성 때문에 이를 강요하거나 붙잡아 둘 수가 없는 거죠. 제 가족들에게도 늘 걱정을 끼치는데 그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어요” 

하지만 그가 이 일을 놓지 못 하는 이유는 ‘사명감’, ‘애국’, ‘인간애’와 같은 욕망보다는 보다 숭고한 ‘정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피해를 입은 수많은 민간인들과 장병들에 대한 예의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군 당국에 대한 항의다.

김기호 소장은 박근혜 정부가 ‘DMZ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약속하기 훨씬 전부터 이를 주장해왔다. 

"저는 DMZ를 드나들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연생태계를 봤어요. 지뢰만 탐지해 친환경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면 충분히 DMZ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 될 수 있어요. 이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면 남북한 군사적 신뢰 관계를 형성해 평화통일 환경도 조성할 뿐 아니라 6.25 참전 후손들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는 글로벌 관광지로 만들 수 있는 거죠“ 

이렇듯 그가 추구하는 지뢰제거 방법은 폭파가 아니라 말 그대로 친환경적인 제거다. 이른바 ‘비폭력 지뢰 제거 방식’이다. 

그는 최근 한국다선문인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창작시화전과 함께 지뢰 사진 전시회를 열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접경지대를 돌며 투어 전시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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