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마을의 전통조청 제조
양지마을의 전통조청 제조

[고양일보] 마장호수 출렁다리로 유명한 파주시 광탄면은 미군 부대 이전 이후 지역 경제가 침체되고 젊은 세대가 도심지로 이탈하며 현재는 중·장년층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지역이다. 파주시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은 마장호수 출렁다리와 함께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새로운 사업으로 ‘이등병 마을, 편지길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입영 노래 ‘이등병의 편지’ 원작자 김현성 씨의 고향이기도 한 광탄면에 ‘이등병의 편지’를 주제로 파주만의 문화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앞서 ‘이등병 마을, 편지길 조성 사업’은 2019년 행정안전부 특수상황지역 지원사업으로 선정됐다. 사업 부지는 광탄면 신산2리 일대, 약 4만㎡(1만2천여 평) 규모로 오는 2022년 말까지 조성 사업을 진행한다.

파주시는 해당 사업을 통해 광탄면 일대에 ▲이등병 우체국 ▲이등병 이발소 ▲김현성 스토리 하우스 ▲라이브 카페 ▲입영열차 소공원 ▲야외 공연장 ▲이야기가 있는 벽화거리 ▲랜드마크(포토존)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광탄면에서는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파주형 마을 살리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27년째 전통 방식으로 만든 조청과 엿, 강정 등을 판매하는 용미1리 양지마을과 사계절 농촌체험활동을 운영하며 도시민을 사로잡는 마장3리 마장두레마을이 대표적이다. 파주를 대표하는 마장호수 출렁다리에 이어 지역 재생을 목표로 추진되는 ‘이등병 마을, 편지길’이 조성될 광탄면의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파주형 마을살리기를 소개한다.

■ 1993년부터 전통 조청 만들어온 마을 부녀회, ‘양지말전통조청협동조합’

광탄면 용미1리 양지마을은 2005년 농촌건강장수마을, 2006년 전통조청 체험마을로 지정된 곳이다.

양지마을 부녀회는 1993년부터 겨울 농한기가 되면 부뚜막에 가마솥을 걸어 전통 방식으로 조청을 만들었는데, 국내산 보리와 쌀 외에 아무것도 넣지 않은 조청이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 각지에서 개별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현재는 마장호수 출렁다리 카페와 임진각 농산물 판매장, 지역 축제장, 지역 하나로마트 등에서도 양지마을 전통 조청을 만날 수 있다.

양지마을 부녀회원 중 최고령 회원은 79세, 최연소 회원은 63세로 평균 60~70대의 회원들로 구성된다. 과거에는 부녀회원 수가 30여 명이었는데 세월이 지나 현재는 10명의 회원이 조청과 엿, 강정을 만드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농촌 마을은 특성상 농사일이 끝난 농한기에는 한가로운데, 양지마을은 농한기에도 온 마을 사람들이 분주하다. 조청과 엿, 강정을 만드는 것은 부녀회원 몫이지만 장작을 패고, 엿물을 짜내고, 재료들을 부뚜막으로 나르는 작업에는 마을 남자들도 동참한다.

수십 년간 조청을 만들다 보니 부녀회원들은 조청에 자부심을 갖고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쌀 조청은 국산 보리로 만든 엿기름과 쌀로만 만들고, 생강 조청에는 여기에 국산 생강만 추가로 들어간다. 양지마을 조청은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아 냉장 보관이 필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만드는 과정에서 상할 수 있어 11월부터 2월 정도까지만 만든다.

양지말전통조청협동조합은 2006년 용미1리 전통 조청체험장을 준공해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됐고 2019년 신규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신규마을기업 지정 후 3천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가마솥 3대와 강정기계를 구입하고 시설 개선비로 사용했다.

올해는 ‘지역 특화작물 연계 마을 공동체 육성사업’에 선정돼 총 6천만 원(자부담 400만 원)을 지원받아 제품을 보관할 저온저장고를 추가 구입하고 제품 스티커 등 포장재 지원, 리모델링을 통해 작업 환경을 한층 더 개선했다.

최남순(70) 용미1리 양지마을 부녀회장은 “우리 부녀회가 조청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단순히 이익창출 목적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매년 농한기 때마다 함께 모여 조청과 엿, 강정을 만들며 화합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만들고 판매한 조청 수익금 일부를 매년 면사무소에 기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양지말전통조청협동조합의 판매 수익은 4천만 원 정도다. 양지마을 사람들은 판매수익으로 마을사람들끼리 다른 지역으로 관광을 가거나 함께 식사를 하고 1년에 한 번씩은 면사무소에 기부도 한다. 양지마을 부녀회 사람들은 전통조청 명인으로서 자부심, 책임감과 함께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참여해 올린 수익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음에 보람을 느낀다.

올해 9월경에는 마을 입구에 마을기업 간판 설치 사업을 신청해 마을기업으로서 외관을 갖춰나갈 계획이다. 오랜 시간 마을 공동체 활동을 통해 양지말전통조청협동조합은 마을기업으로서 체계를 갖췄지만 훗날 전통조청 작업이 단절될까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최남순 부녀회장은 “마을사람들이 농한기 때 모여 조청을 만드는 것이 마을문화가 됐지만, 마을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참여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 조청 작업이 단절될까 걱정된다”라며 “우리 마을이 바라는 것은 젊은 세대들이 양지마을로 이주해 함께 전통조청을 만들며 마을 문화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광탄면에 위치한 양지말전통조청협동조합은 30년 가까이 마을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가며 파주형 마을 살리기를 실천하고 있다.

■ 계절별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마장두레마을 협동조합

마장3리 마장두레마을 협동조합은 자연이 주는 천혜의 자연을 바탕으로 농촌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마을기업이다. 총 38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마장두레마을 협동조합은 지난 2016년 마을기업으로 선정돼 사계절 농촌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도시민들의 발걸음을 마을로 이끌고 있다.

마장3리 마장두레마을은 봄에는 주말텃밭 가꾸기 활동을 진행한다. 가족당 연 10만 원의 입장료를 내면 4~5평의 텃밭을 할당받아 1년간 가꿔 나갈 수 있다. 여름에는 ▲감자 캐기(단체 대상 1인 7천 원) ▲금붕어 생태체험(소 6천 원, 대 1만2천 원) ▲파키라, 허브 등 나만의 식물화분 만들기(1만2천 원) 등 체험활동과 함께 수영장(성인 1만2천 원·미취학아동 6천 원)과 캠핑장(당일 2만 원·1박 3만5천 원)을 운영한다. 여름에는 수영장을 개장하고 겨울에는 송어축제를 진행해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이 방문하고, 봄·가을에는 유치원 또는 단체 체험 방문이 많다.

가을이 되면 고구마 캐기 체험(1인당 7천 원)을 진행하고 있는데 마장두레마을협동조합은 향후 김장 체험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겨울에는 송어축제(1인당 2만 원)를 운영해 파주시 인근 도시민들이 방문한다. 평균적으로 여름에는 월 1천200여 명이 방문하고, 연간 방문객은 평균 1만~1만 2천여 명으로 추정된다.

마장두레마을은 2020년 파주형 마을살리기 공모사업에서 ‘마을생태하천 체험관 운영’ 사업이 선정돼 올해부터는 수중생물과 식물을 함께 키우는 체험활동도 진행한다. 또한 지난 2016년부터 주민 참여형 마을정원 가꾸기 사업을 추진하며 봄부터 가을까지 자연과 어우러진 마을 정원을 조성해 자연을 만끽하기 좋은 곳이다.

문산천이란 넓은 여울에 자리한 광탄면은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파주형 마을살리기를 통해 도시민을 마을로 이끌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마을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등병 마을, 편지길 조성 사업’까지 완료되면 타 지역과 차별화된 광탄면만의 지역 특색으로 마을들이 살아나고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

두레마을
두레마을
이등병마을 계획도
이등병마을 계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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