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일보]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일상과 사회경제적 활동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세계로 나뉠 것이라는 전망을 한다. 그리고 당장 코로나19를 어떻게 극복하고, 앞으로 닥쳐올 수 있는 유사한 문제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수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논의에는 그동안 인류가 쌓아놓은 과학기술에 희망을 건 문제해결 방안,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슬기롭게 공존하면서 예방할 수 있는 친환경적 수단 등 세부적인 제안이 포함돼 있다.

재단법인 고양시정연구원(원장 이재은)은 그동안 코로나19 이후 도시의 회복과 위축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내용을 담은 이슈브리프를 발표해왔다.  9일 발표한 ‘코로나19와 도시, 도시 회복력과 도시정책 방향(연구책임: 김리영 연구위원)’에서는 코로나19로 변화된 도시 내 일상과 코로나19 종식 이후에 대한 전망 등을 도시계획 측면에서 시사점을 정리했다.

이 보고서는 먼저 ‘코로나19’사태 이전에 발생했던 대규모 감염병 발생 사례와 감염병 극복을 위한 도시계획적 접근 방안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 후, 도시의 위험 요인들과 인류와 도시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추구해야 할 도시 회복력의 개념을 소개하였다.  보고서 마지막 장에서는 도시 회복력 개념을 바탕으로 향후 코로나 19 이후의 도시 정책 방향을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했다. 

첫 번째는 생태적 측면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도시공간에 ‘생태백신’을 구축해 자연의 조절 기능을 활용해 감염병을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다. 생태백신은 자연공간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고 생태적 연결을 강화하는 처방으로 설명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기술에 의존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이 실현되는 스마트 시티의 도래와 함께 감염병 대응에 있어 기존 방역체계에서 벗어나 신개념 방역체계로의 전환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이를 위해 도시의 건축물을 비롯하여 공원, 도로, 인도, 업무공간, 생활공간에 이르기까지 도시 전체에 감염을 차단하는 ‘감염차단 도시(Unfection City)’의 개념을 소개했다.

추가적으로 사람들의 삶에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공간인 주거공간을 다루었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시대의 주거공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정리하여 제시했다.

이재은 고양시정연구원장은 “본 이슈브리프가 고양시민들과 고양시 공직자, 그리고 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자들에게 참고 자료로 폭넓게 활용되어 위기 극복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정책 수립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 국토, 도시공간에 대한 생태백신 구축

감염병과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산업, 건축물의 친환경적인 리모델링, 친환경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뿐만 아니라 국토 및 도시 차원의 그린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바이러스를 예방하는데, 제약사가 만드는 화학적 백신, 사회 구성원 간 거리를 두는 사회백신, 그리고 자연의 조절 기능을 활용한 생태백신으로 감염병을 예방하는 방안이다. 

생태백신은 자연공간의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고 생태계를 보전하고 생태적 연결을 고려한 처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생태적 연결성을 고려한 합리적 보전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혜택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이다.  동일한 면적의 서식처를 보전하는 경우, 단절된 두 개의 지역을 보전하는 것보다 연결된 보전형태가 종다양성을 높이고 야생동물의 외부 노출 빈도를 낮춘다는 것이다. 

제러미 리프킨이 언급했던 것처럼, 온실가스 감축은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일자리와 가치를 창출하며, 화석연료의 좌초자산(시장 환경 변화로 자산가치가 떨어져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 손실을 최소화하는 기회요인이다.

생태백신 구축 방향으로 토지이용 계획에서부터 스마트 그리드, 건물 단위 에너지 자급자족, 이동량 축소를 위한 배치를 고려하고 그린뉴딜 과정에서 수요량이 감소할 물리적 공간에는 탄소 흡수원이자 다양한 혜택을 창출하는 그린인프라를 도입한다. 그린뉴딜을 통한 탄소제로 녹색경제로의 전환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인한 다양한 전염병의 발생 가능성을 저감하는 등 선순환 효과가 기대된다.

도시차원에서의 대응 방향으로는 소생활권 내 그린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다. 그린인프라는 생활권 간 불필요한 이동을 감소시키고 전염병 확산 방지, 온실가스 감축 등의 효과를 가져온다.

생활권별 인구구조 및 기존의 환경 수준에 기초한 그린인프라 수요 파악, 생활권 내 어디에 얼마 만큼의 그린인프라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린인프라 구축시 야생동물 서식처 기능, 열섬현상 완화와 물 순환 기능, 그리고 심미적 기능 중 복수 기능을 함께 포함시킨다. 코로나19 이후 그린인프라는 재해로부터의 피난처와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완충 기능을 갖는다.

바람길 조성을 위해 건축물의 배치 및 고도 조절이 필요하다. 홍콩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으로 1755명 감염, 299명이 사망하는 피해를 겪은 이후 도시의 통풍환경 개선을 위한 도시설계 기법과 자체 평가시스템을 개발했다. 건축물 배치와 고도 조절을 통해 바람길을 조성하고, 도심 내 병원소를 빠르게 도시 밖으로 내보낼 수 있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

2. 감염차단 도시(Unfection City) : 스마트 감염병 감시시스템

현재 대부분의 방역정책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실천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한계를 갖는다.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정책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사각지대가 다수 존재한다.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이 실현되는 스마트 시티의 도래와 함께 감염병 대응에도 기존의 원시적인 방역체계에서 벗어나 첨단 신기술의 시대에 따른 신개념 방역체계로의 전환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즉 ‘신개념 감염차단 도시(Unfection City)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Unfection city는 도시의 건축물을 비롯하여 공원, 도로, 인도, 업무공간, 생활공간에 이르기까지 도시 전체에 감염차단 개념이 적용된 도시 구축을 말한다.

의료인의 신고 의무와 확진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수동적, 노동집약적인 감염병 감시 및 역학조사 체계에서 통합 빅데이터 구축을 통한 언택트 시대의 첨단 방역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드론 등의 신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위험 예측과 선제적 대응이 가능한 신기술 개발, 첨단 방역체계로의 패러다임 전환도 필요하다. 도시의 설계단계에서 ‘Unfection City’의 개념을 도입, ‘비감염 건축물(unfection building)’ 또는 도시의 모든 환경을 감염차단 소재로 적용한다.

3. 코로나19이후, 언택트시대의 주거공간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재택근무, 원격근무제, 시차출근제 등 유연근무 등을 실시해 기존의 업무공간과 업무시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주거취약계층인 노숙인, 고시원ㆍ쪽방 등의 비주택 거주 가구 그리고, 지하나 반지하 거주 가구 등은 감염병과 폭염이나 화재와 같은 사회・자연재난에 취약하고 경제위기가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은 시급한 문제가 된다.

사람들이 주거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면적 기준,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한다. 상수도 또는 수질이 양호한 지하수 이용시설 및 하수도시설이 완비된 전용입식부엌, 전용수세식 화장실 및 목욕시설 등 최저기준에 의한 필수적인 설비기준을 정한다.

그리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언택트 문화에 대응, 그리고 인구구조 변화(고령인구의 증가 등)을 감안한 주거기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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