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민 시인·문학평론가
송경민 시인·문학평론가

한국문학신문사는 매년 한국문단의 발전을 위해 각 부문별 문학상 공모를 2월부터 5월까지 진행하고 있다. 응모작 중 예선을 통과한 작품들에 대한 심사를 5월 21일 한국문학신문사에서 각 부문별 진행했다.

이날 심사에 앞서 성기조(시인, 재단법인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심사위원장과 채수영(문학비평가, 문학박사) 심사위원은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것이 정지된 기분이 드는 요즘, 한국문학신문사에서 적극적으로 문학상 공모 선정을 추진한다는 것은 그동안 움추렸던 문학계도 서서히 태동을 하여야 하는 시점이 된 것 같아 기쁘다”며 “오랜만에 각 부문별 심사위원들을 만나 반갑고 기쁘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2020년 한국문학신문 평론부분 대상에 송경민 시인·문학평론가의 작품 「포스트 에콜로지즘(post ecologism)적 인식으로 본 김용택의 시 세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송경민 시인·문학평론가는 과거 「한창훈의 <돗 낚는 어부>와 포스트 에코이즘(post ecoism)」이라는 평론으로 신인문학상과 제13회 대한민국 문화예술 명인대전 외교통일위원회 평론부문 명인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송경민 시인·문학평론가는 “한국 문학의 발전과 사회적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고자 고양시와 서울, 전남 등에서 활발한 문단 활동을 하고 있다”며 “카프카(저는 죽었지만 살아 있기도 하다)의 말처럼 문인들은 자신의 의식을 작품 속에 담아내려 노력해야 하며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시대와 역사 속에 녹여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용택 시인의 객체들에게 ‘포스트 에콜로지즘(post ecologism)적 인식’을 개입시켜 해석해볼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며 “이러한 의식은 사뭇 조심스러운 재생산의 고통이었다고 말하며 대상의 그 큰 뜻에 어긋남 없이 문학을 품은 사람의 마음으로 창작과 평론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평론 대상 수상작 발췌문
「포스트 에콜로지즘(post ecologism)적 인식으로 본 김용택의 시 세계」

탈현대성, 그것은 하나의 문명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며 에피스테메(인식소)이다.

김용택 시인은 그의 시에서 이와 같은 ‘포스트 에콜로지즘(post ecolosism)적 인식’을 내포한 대표적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의 초기 작품은 주로 고향과 고향 사람들의 이야기를 태세에 비추어 서정적으로 노래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의 작품에서는 생태계 파괴와 오염의 문제, 그리고 그것의 해결을 모색하고자 할 뿐만 아니라 인간 삶의 가치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시하고 공동체적 관계 속에서 그 문제점을 파헤치면서 ‘포스트 에콜로지즘(post ecolosism)적 인식’을 보다 본격적으로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김용택 시인은 삶 자체가 ‘생태주의’라 할 수 있다. 1948년 9월 28일 전북 임실군 덕치면 진메마을에서 태어나 순창 농림고교를 졸업했다. 졸업 그 이듬해에 우연히 친구들을 따라 초등학교 선생 시험을 보러 간 것이 계기가 되어 스물두 살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21인 신작 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로』(창작과 비평사, 1982)에 연작시 「섬진강」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열 권의 시집과 다섯 권의 산문, 여러 편의 동시집을 집필하는 등 누구보다 소박한 진실을 바탕으로 대상일 뿐인 자연을 삶의 중심으로 끌어내어 절제된 언어로 형상화하는 데 뛰어나다. 현재에도 풍요로운 자연과 호흡하며 살아온 한평생, 자연과 더불어 세상을 바라보고 교감하며 시 창작에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중견 시인이다.

섬진강
섬진강

나는 평생 동안 강을 보며 살았다.
강물을 따라왔던 것들은 눈부셨고, 강물을 따라 가버린 것들도 눈부셨다.

김용택 시인의 시 대부분은 섬진강을 배경으로 한다. 시인을 섬진강과 떼어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우선 ‘섬진강’을 주제로 여덟 편의 연작시를 썼을 뿐 아니라 시인은 초기 작품의 오브제를 ‘섬진강’으로 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한 번도 섬진강을 떠나서 산 일이 없다는 점이다.

산문집 『인생』에서 시인은 “나는 평생 동안 강을 보며 살았다. 강물을 따라왔던 것들은 눈부셨고, 강물을 따라 가버린 것들도 눈부셨다. 아침 강물은 얼마나 반짝이고 저문 물은 얼마나 바빴던고. 그러면서 세월은 깊어지고 내 인생의 머리 위에도 어느덧 서리가 내렸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시인의 시와 산문은 섬진강을 젖줄로 하여 이루어진 그 자신의 삶을 토대로 하여 쓰인 것이다. 섬진강은 단순히 평화롭고 아늑한 농경적 삶의 기억만이 아니라 근·현대사의 격변 그리고 급격한 근대화가 남겨 놓은 갖가지 상처들을 안고 있는 역사의 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전까지의 대부분의 자연시가 자연의 아름다움과 평화로움, 세상으로부터 벗어난 호젓함 등을 노래하였다면, 김용택 시인의 시에서는 그러한 전원적 자연을 표현하기 보다는 대신 눈을 돌리면 어느 곳에서건 마주치게 되는 인간중심주의에 의해 파괴된 섬진강이 주요 대상이 된다.

이 시에서 시인은 “가문 섬진강”, “퍼가도 퍼가도”, “저무는 강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퍼낸다고 마를”, “퍼간다고 마를” 등 다른 개체생명들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인간의 우월성을 내세우고 있다. 강이 인간에 의해 가물어지고 퍼감을 당하고 목메이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자기반성을 동반한 ‘포스트 에콜로지즘(post ecologism)적 인식’의 결과물에 기반하여 온생명론을 제시한 입장으로서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을 밑받침하는 근거를 결코 승인할 수 없다.

공동체와 자아의 어우러짐의 미학
동질성의 공동체로 공동의 역사성을 공유하는 공동체적 관계의 개념화

김용택 시인은 섬진강의 참모습이 시작되는 진메마을에서 첨단마을 학교까지 40년 가까이 출·퇴근하며 강을 걸었다. 시인에게 있어서 강을 걷는 것은 산과 하늘, 강과 바람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늘 자연과 아이들에게 마음을 열어두고 자연을 시인의 삶, 현존재로 표현하며 풍부한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풀어 독자들에게 하나씩 들려준다. 이렇듯 자연을 유심히 보고 그 움직임에 주시해 온 것이 시인의 문학적 토양이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인간은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 ‘자가 격리’ 등 결코 예견하거나 상상 조차 못한 범지구적 펜데믹 상황에 처해 있다. 어쩜 인간 스스로가 방조했을 환경 문제에 대한 불감증으로 인해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으로서 몇 달째 대면을 허락받아야 되는 집단적 통제 속에서 독립적 가치를 가지지 못 하는 상황이 된 이상, 환경에 대한 관심이나 염려는 이상의 수위를 넘어 인류와 지구는 멸망하고 말 것이라는 섬뜩하고 절망적인 미래 비전을 낳았다. 문학에서 뿐 아니라 더 나은 21세기를 위해라도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김용택 시인이 가진 ‘포스트 에콜로지즘(post ecolosism)적 비전, 상상력, 감수성’이다. 서구 현대성의 최대 병폐 또한 ”생태학적 상상력“ 결여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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