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신호기 하자로 손해 발생,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
교통신호기 하자로 손해 발생,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
  • 장병수 법학박사
  • 승인 2020.06.0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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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수 법학박사
장병수 법학박사

[고양일보] 국가관리 시설물로 인한 손해는 국가가 배상하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국가(지방자치단체 포함)가 관리하는 시설물은 영조물이라고 하는데, 먼저 영조물과 공작물에 대하여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영조물에 대하여 대법원은 “행정주체에 의하여 특정목적에 공여된 유체물 내지 물적 설비를 지칭한다”고 판시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가배상법 제5조의 영조물은 대체로 학문상 공물에 해당하는 유체물로서 인공적, 자연적 시설을 포괄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국가배상법 제5조에서 공공의 영조물은 행정조직법 또는 급부행정법에서 말하는 고유한 의미의 영조물과 그 정의를 달리한다. 이와 같이 국가배상법 제5조는 그 대상의 범위를 확대하였다는 측면에서 민법 제758조가 규정하는 공작물책임과 비교하여 강화된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영조물은 공작물보다 책임범위가 넓다고 볼 수 있다.

국가배상법 제5조가 규정하는 영조물로 도로상의 시설물들(도로, 가로등, 신호등, 가드레일, 각종 도로안내시설 등)만이 아니라, 공립학교, 병원, 도서관, 박물관 등을 비롯한 공행정조직의 일부분을 포함한다. 판례가 인정하는 영조물에는 철도건널목, 철도건널목의 자동경보기, 맨홀, 기차의 창, 가로수, 배수로제방, 병사, 엘리베이터, 미군부대에서 점유․관리 중인 고압전신주, 공중변소, 감적호(참호), 군의 지하수 관정공사 중의 우물 등을 들 수 있다.

공작물은 인공적 작업에 의한 물건으로서 민법 제758조의 의미에서 토지에 부착된 시설물을 말한다. 이것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일반 대중에 제공하는 시설물과 정부투자기관, 출연기관, 기타 사인이 설치·관리하는 시설물로 공공목적 이외의 설치하는 시설물은 물론 공공목적 이외에 설치되는 시설물, 예를 들어 옹벽, 담장, 굴뚝, 장식탑·기념탑, 광고탑, 광고판, 고가수조, 지하대피호, 기계식 또는 철골식 주차장, 가스저장탱크, 골프연습장, 물양장(접안시설), 통신용철탑, 저장시설, 유희시설 등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그러나 공작물은 공공의 이용을 전제요건으로 하지 않으므로 일반적으로 영조물을 포함한 모든 인공적 작업에 의하여 제작된 물건을 의미하는 상위개념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영조물과 공작물의 구별은 기본적으로 ① 그 설치·관리의 주체를 중심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하느냐의 여부와 ② 문제되는 시설물이 일반 대중에 공여되느냐의 사실을 기준으로 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영조물은 당연히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관리하며 일반 대중에게 공여한 시설물인 반면, 공작물은 그렇지 않고 해당 시설물을 필요로 하는 자가 설치하여 특정인이 이용하는 시설물이다.

교통신호기의 경우 공작물에 포함되는 시설물이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설치하여 일반에 제공되는 영조물이다. 교통신호기는 교통류가 서로 상충되는 교차로에서 시간대별, 차량직진 우선권을 교대로 할당하여 지정된 행동을 취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차량 간의 추돌방지와 보행자가 안전하게 차도를 횡단할 수 있는 시간적 권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사전에 약속된 색상을 신호로 표시하여 교통법규를 이용자 상호간 이를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수단이지만, 고장이 발생할 경우에 그에 따른 사회적 손실 또한 적지 않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교통신호기는 현장에 설치된 교통신호제어기(LC)와 교통신호등 그리고 교통신호체계를 포함한 포괄개념으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도로에 설치된 교통신호기는 영조물이다.
도로에 설치된 교통신호기는 영조물이다.

현대의 과학기술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교통의 원활함을 위해 교통경찰이 교차로 내에서 직접 수신호를 하였으나, 기술의 발달과 교통수요의 급증으로 『자동화행정결정』이라는 행정작용이 필요하게 되어 교통신호기라는 자동장치로서 행정행위를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장치가 하자 발생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는 행정상 손해배상의 원칙에 의해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 즉, 관계 공무원의 고의·과실에 기인한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제2조가, 자동처리시설의 이상으로 인하여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제5조가 적용된다. 교통신호기는 이처럼 도로상에서 교통질서 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는 곳에 설치하는 영조물인 바, 특정인 또는 그들과 관련된 특정한 용건이 있는 자들만이 이용할 수 있고 자주적으로 관리하는 장소에는 설치하지 않고 있다.

도로교통법 제5조에서는 도로상에 설치한 교통안전시설(교통신호기 또는 안전표지 등)의 신호 또는 지시에 따를 의무를 규정하면서 도로를 통행하는 보행자와 차마의 운전자는 교통안전시설이 표시하는 신호 또는 지시와 교통정리를 위한 경찰공무원 등의 신호 또는 지시가 다른 경우에는 경찰공무원 등의 신호 또는 지시를 따르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조는 “그 신호의 종류, 표시방법과 그 표시하는 뜻”을 구체적으로 확정하고 있으므로, 경찰공무원이 이에 위반되는 신호를 표시하여 교통사고가 야기된 경우 이를 교통신호기의 하자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신호의 주체가 되는 경찰공무원은 물론 전투경찰, 순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교통신호기의 대체인력으로는 교통경찰과 전․의경 등이 포함된다. 이 대체인력들은 현장에서 교통 수신호를 하거나, 직접 현시를 진행시키는 등의 비상행위를 할 수 있도록 부착된 별도의 입력장치에서 소등·현시진행 및 점멸 등의 신호등 제어가 가능한 수동제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관련 법령은 권한을 가진 자가 아니면 조작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교통경찰과 교통의경 등이 교차로 내에서 행하는 수신호는 넓은 의미에서 교통신호기가 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교통신호기는 모두 영조물인가? 공로상에 설치되어 일반에 공여되는 공공시설물의 경우 공작물인 영조물에 포함되며,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 국가배상법 등 관련규정에 의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국가배상법에 의한 배상책임이 인정되는 반면, 도로가 아닌 어린이 교육목적으로 설치한 교통공원 등은 공공의 목적에 제공되지 않는 물적 시설물인 민법상 공작물에 불과하므로(민법 제758조) 그러한 곳에 설치된 교통신호기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

2019년말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2,368만대, 총인구수 5,1842만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자동차등록대수는 최근 5년간 270만대가 증가하여 교통여건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며, 그에 따른 교통신호기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고장발생 요인도 다양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지자체가 냉정하리만큼 교통신호기 관련 예산과 인력지원이 빈약하다고 한다. 즉, 신호등을 일반 가로등처럼 단순한 시설로 생각하는 공무원들이 존재한다고 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지자체 내에 거소하는 시민들은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겠다. 국가배상법에 의해 영조물에 포함되는 교통신호기의 불비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에 대하여는 국가(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손해배상 책임이 있으며, 예산과 인력부족을 이유로 그 책임을 회피할 수 없으므로 선량한 시민 경제활동을 위해 안전하고 평온한 교통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후 또는 부족한 교통신호기의 교체 및 증설을 위해선 예산과 인력도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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