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정부청사 보건복지부
세종정부청사 보건복지부

[고양일보]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처음에 소득 하위 70%로 잡고 소득 기준은 국민건강보험 납부액을 기준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국민 70%에게만 지급하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비등하자 지원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했다. 소득 하위 70%는 전국민을 100명으로 볼 때 소득이 적은 사람부터 70명까지를 말한다.  각종 복지 수혜의 기준이 되는 소득은 그 범위와 계산이 매우 복잡하다.  

소득은 근로소득 외에 사업 소득, 임대소득, 이자소득 등 종류가 많다.  상시 근로소득(4대 보험가입 근로자), 일용 근로소득, 소상공인 등에 따라 소득 산정을 위해 공공기관에서 조회하는 공적 자료는 여러가지다. 일반 근로자의 소득은 1단계 건강보험 보수월액, 2단계 국민연금 소득신고액, 3단계 고용 산재보험 보수월액, 4단계 국세청 종합소득(근로소득)을 근거로 한다. 일용근로소득은 국세청 및 고용노동부 일용근로소득을 근거로, 소상공인은 국세청종합소득(사업소득)을 근거로 한다.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보장대상자(수급권자)에게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독록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생계 급여는 소득인정액 기준 기본 중위소득 30% 이하(1인가구 527,158원, 4인가구 1,414,752원)에 지원된다.  또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하는 주거급여는 중위소득 45% 이하가 대상이고 한부모가정 지원 대상은 중위소득 52%이하, 의료급여는 기준 중위소득의 45% 이하가 대상이다. 여기에서 중위소득은 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정렬했을 경우 정 가운데 있는 가구의 소득이고 '기준 중위소득'은 중위소득에 여러 경제지표를 반영한 값이다. 기준 중위소득은 가구원 수에 따라 다르다. 1인 가구 175만 7194원부터 7인 가구 738만 9715원까지 가구원 수에 따라 차이가 난다. 

의료 및 생계급여 산정기준인 기준 중위소득
의료 및 생계급여 산정기준인 기준 중위소득

소득인정액은 개별가구의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산한 금액이다. 재산의 소득 환산액은 재산에서 기본재산액과 부채를 뺀 것에 소득환산율을 곱해 계산한다. 소득인정액은 실질적인 근로 및 사업소득 뿐만 아니라 금융, 부동산, 주택 등의 재산소득환산액과 부양의무자 부과율이 합산돼 산정돼 상당히 복잡하다. 의료급여는 월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40% 이하, 주거급여는 기준 중위소득의 45% 이하인 경우에 받을 수 있다.

직장인들에게 소득은 '월급' 또는 '연봉'이지만  제도마다 소득을 산정하는 금액이 달라진다.  현행 복지제도에서 재산을 어디까지 보는지, 공제는 어디까지 해주는지, 환산율은 어떻게 보는지가 각기 달라 같은 사람이라도 복지 유형별로 소득이 다르게 계산된다.  현재 소득을 크게 '소득인정액'  국세청의 '총소득' '건보료' 등 다양한 기준으로 파악하지만 소득에 재산을 일정비율 환산해서 합산한 소득인정액의 경우 개별 복지사업이나 사회보험마다 계산하는 방식이나 재산의 포함 범위 등이 다르다.

현행 소득기준 예
현행 소득기준 예

복지제도를 총괄하는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복지 수혜의 종류와 담당 기관별로 다른 100여 개의 소득 기준을 크게 4개 영역으로 줄이는 것을 포함, 복지 수요자를 헷갈리게 만드는 복잡한 복지혜택 제공 기준을 단순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복지제도마다 다른 재산 인정 범위나 공제 범위를 통일시켜 같은 카테고리내 복지제도는 동일한 소득 기준을 적용받게 하기 위함이다. 

가장 먼저 소득 산정 기준을 수혜자를 중심으로 기초생활보장형(절대빈곤가구), 차상위계층형(중위소득 50%), 기초연금형(전 국민 70% 이하), 바우처사업형(일시적 사업) 등 4가지로 단순화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필요한 작업을 마쳐 내년 9월에 새로운 복지시스템을 개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4개 소득기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4개 소득기준

먼저 `기초생활보장형`은 소득인정액 기준으로 가장 엄격하게 수급자격을 판단하는 생계, 의료, 주거급여 등으로 우리 국민의 약 3%만 해당되는 절대 빈곤 가구 대상 사업들의 소득 기준이다. 두 번째는 기준 중위소득 50% 전후의 저소득층이 해당하는 사업으로 기초생활보장형 보다 선정기준이 높고 수혜 범위가 넓은 `차상위계층형`이다. 세 번째가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처럼 전 국민의 70%가 수혜대상이 되는 복지급여를 위한 기준이다. 마지막으로 임신출산지원금 등 시급성을 요하는 한시적 지원사업이 `바우처사업형`으로 분류된다. 복지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사회보장시스템에서는 소득 기준이 이와같이 크게 4 가지로 정리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처럼 공공부조·사회복지 제도의 지급 기준을 체계화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안전망의 또 다른 축인 4대 보험 적용 범위 확대를 위한 논의에도 본격 착수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대로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특수고용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 상당수가 고용보험 등 복지 사각지대에 처한 상황이 드러나면서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현재 고용보험을 비롯한 4대 사회보험은 기업체 정규직 근로자에게 맞춰져 있다. 전문가들은 근로자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자격 중심의 시스템을 소득이 발생하면 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 중심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특수고용직과 같은 사각지대 해소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편리하고 정확한 소득기준이 마련된다면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사태 때 일었던 형평성이나 신속성 논란이 앞으로는 없을 것"이라며 "(복지수혜기준 단순화 작업은) 현재 복지부의 기준을 다른 부처 사업들도 가져다 쓰고 있는 만큼 400여개에 이르는 전부처 소득 기준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혁신적인 작업"이라고 평했다.

소득기준을 4가지로 단순화하면 공공부조·사회서비스는 한층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될 수 있으나 그것으로 사회보험 사각지대는 해소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의 사회보험 가입기준이 각 사업장 중심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4대 보험은 `일정한 사업장 내에서 근무를 하는 정규직`에 기반한다. 각 보험법에 있는 자격 기준은 정규직 기준으로 설계된 만큼 정규직이 아니면 의무가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플랫폼 경제가 확산되면서 늘어나는 특수고용종사자들의 `근로자성` 문제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들은 임금근로자처럼 몇몇의 사업주에 종속됐지만 용역∙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므로 자영업자 신분이다. 임금근로자의 틀을 억지로 적용해보려 해도 사업주가 여럿인 경우에는 작동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최현수 연구위원은 "자격중심에서 소득중심으로 가야한다"며 "근로자성 여부와 상관없이 소득이나 매출이 발생하면 그걸 기반으로 보험료를 징수해야 하고 이것은 현실적으로 국세청이 통합징수 하지 않는 이상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4대 보험료를 통합징수하는 방안은 이미 국세청이 근로장려금(EITC)을 통해 일용근로소득 파악체계를 완비한 상태라서 별 문제가 없다.

근로복지공단,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현재 4대 보험료 고지는 건강보험공단이 모아서 한번에 처리하지만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과나 적용 업무는 3개 공단이 각각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각각의 사회보험법에 의거해 대상자를 선별(적용)하고 보험료를 부과하는 업무는 별도로 한다. 각 공단이 적용·부과를 한 뒤 건강보험공단이 이를 모아서 고지·체납 관리만 할 뿐이다. 사실상 `고지서`만 일원화된 셈이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사업주는 각 공단에 신고를 따로 해야 한다.  고용·산재보험도 건강보험과 마찬가지로 매년 3월 1차적으로 사업주가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한 내용을 기반으로 보험료를 정산·부과한 뒤 7월께 국세청에서 자료를 받아 신고 자료와 대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국민연금도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이 때문에 국세청이 한번에 할 수 있는 일을 3개 공단이 중복으로 수행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적용·징수 분야는 업무 그 자체에 고유성이나 전문성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굳이 다르게 운용할 실익이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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