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식 고양자치발전시민연합 상임대표/목사
신기식 고양자치발전시민연합 상임대표/목사

[고양일보] 중세기 이후 특히 근대사회는 왕권(교황권)을 제한하는 의회권의 확립 전쟁을 계속했다. 이런 투쟁의 결과 개인의 신체의 자유와 기본권도 신장되고 참정권도 확립되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유럽과 미국의 경우 국민의 기본권을 위한 처절한 투쟁의 결과 얻어진 것에 비하면 한국은 민주주의를 답습한 것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천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구현하는 분명한 제도는 선거권 행사이다. 선거는 확실히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러나 국회는 여전히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소선거구제 선거법을 고수하고 있다.

제21대 총선도 민의를 대변하는 진정한 선거라고 볼 수 없다. 선거권 행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법을 그대로 두고 민의를 반영한답시고 연동형 비례제도와 선거권 연령 낮추는 선거법을 개정 때문에 회기 내내 난장판 국회가 되어 더욱 민의를 왜곡하는 선거법을 만들어 선거를 실시했다. 국민의 선거권을 왜곡하여 국회를 구성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민은 선택이 여지없이 각 정당에서 차려놓은 메뉴를 찜찜하게 받아먹어야만 했다. 후보자 선정에나 선거권 행사에 국민은 수동적인 위치에 있다. 대부분이 만족하지 못한다. 헌법 제1조 정신을 온전히 구현하지 못하는 지역주의와 투전판식 선거를 계속하여 국론 갈등이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통계와 언론사들이 분석에 따르면, 집권 민주당은 지역구서 1,434만표 얻고 정당 투표에선 930만표를 얻어서 그 차이가 약 500만표에 달한다. 여당이 253개 지역구에서 180개(60%) 의석수를 차지해 압승을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소선거구제 때문에 압승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정당 비례득표율 33.3%와 비교하면 지역구 득표율 49,9%가 과도하게 보인다. 그래서 분석가들은 민주당 지역구 투표 500만표는 향후 이탈 여지 있어 보인다고 진단한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압도적인 표를 몰아달라고 당부하면서 분할 투표를 적극 막았음에도 범 민주당 인사들이 참여해 만든 열린민주당이 정당 투표에서 151만표 가량 득표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민주당의 지역구 정당 득표의 차이는 350만표 가량이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표는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과 지역적으로 편중된 민심이 반영된 결과는 부끄러운 권력지향성을 나타내고 있다. 모두 소선거구제 선거법 때문이다.

실제 일부 지역은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 후보가 1등을 차지했지만 정당 투표에선 미래한국당을 1등으로 밀어준 곳도 있었다.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가 대표적이다. 민주당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통합당의 황교안 전 대표를 1만7,000여표차로 크게 이겼다. 하지만 비례 투표에서는 미래한국당(3만987표)이 더불어시민당(3만539표)을 448표 앞섰다. 정당 투표로 권력을 견제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대표적 사례이다. 전문가들은 ‘500만표’의 민심이 향후 민주당이나 정권의 행보에 따라 이탈할 여지가 있는 ‘캐스팅 보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를 투표의 등가성 원칙에서 지역구 의원 1인 평균 득표수 115,104명(29,126,467÷253)를 기준하여 정당 지역 국회의원 수를 계산해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124.6명(14,345,425÷115,104), 미래통합당은 103.5명(11,915,277÷115,104), 정의당은 정의당 4.2명(492,100÷115,104), 민생당 3.6명(415,277÷115,104)이 된다. 따라서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역구 국회의원 수가 163명이 되는 것은 과도한 면이 있는 반면에 미래통합당 지역 국회의원 수가 84명이 되는 것은 손해 본 면이 있다. 정의당과 민생당도 손해 본 면이 있다.

여당이 선거에서 국회의원 총수가 180명이 된 것을 가지고 대통령 지지율 덕분이나 선거전략을 잘 세웠기 때문에 압승한 것이라는 분석은 매우 부적합하다. 오히려 표의 등가성을 반영하지 못한 소선거구제 덕분이라는 것이 정확한 분석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서 국회에서 1+4 : 1의 험악한 정당 대결구도 속에서 누더기가 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정이 얼마나 졸속이었는지가 드러났다. 이성적인 사고보다는 동물적 본능으로 밥그릇 싸움하듯이 엉터리 선거법을 통과시킨 것에 열을 올린 민주당과 정의당의 큰 잘못이다. 국민의 선거권을 공정하게 행사하도록 선거법 개정을 심도있는 합의로 개정했어야 했다. 국회의원 머릿수에만 집착하여 국민의 선거권을 행사 결과가 왜곡되든 상관없다는 궤변을 떠벌려서는 안 된다. 꼼수를 부려서라도 국회의원 한 명이라고 더 늘려보겠다는 탐욕으로 국민을 현혹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제22대 국회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 법은 조속히 폐지하고 헌법 제1조의 정신을 진정 구현할 수 있는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의례적인 선거제도가 아니라 귀중한 민의가 온전히 반영되는 대표가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는 공의로운 선거법 개정을 여야가 모색해야 한다. 선거결과를 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첫째는 중선거구제 선거법 개정이 당연하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선거법’은 권력을 독식하려는 계산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 반면에 소선거구제 때문에 국민의 선거권이 반토막 나는 것은 당연하다.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고 감독하는 주요기능은 소멸되고, 민주주의 역사에 반하여 영•호남 지역 갈등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는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하다. 지역주의와 소선거구제의 속임수에서 나온다는 말도 과언이 아니다.

오로지 선거권 행사가 권력의 기반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국민통합의 축제가 되지 않고 권력의 시녀가 되어 맹목적인 장단에 놀아날 뿐이다. 20대 국회에서 쌈박질해서 만든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선거권 행사 연령을 낮추는 등의 발상도 사실은 소선거구제와 결점을 눈가림하듯 땜질하려는 옹색한 발상에 불과하다.

제21대 총선 고양시의 득표 현황을 분석해 보아도, 득표율 결과 정당별 지역 국회의원 수는 선거권자의 투표 등가성 가치 기준에서 보면 심하게 민의를 왜곡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정당별 득표의 차이에 비하면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원 3명은 민의와 크게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정당 득표율은 31.3%(191,922명)이고, 공천된 후보의 득표율은 63.1%(386,018명)이어서 무려 총투표수 611,751명 중 194,096표 가량이 유동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열린우리당 39,492표를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154,604표가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1개 선거구당 약 38,651표가 유동적이 표라는 계산이다.

더구나 총무효표 5,984표와 총기권표 293,298표를 포함하면 최대 487,497표, 최소 447,902표가 유동적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선거권자 총 약905,049명을 기준해 보면, 선거권자의 약 절반 정도가 집권당에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투표의 등가성이 훼손되는 표는 권력을 창출하지 못하고 사표가 되어 기권표나 무효표와 다를 것이 없다. 국민들의 신성한 선거권이 무시당하는 일들이 반복되어 권력의 들러리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이런 결과는 스포츠 경기의 승패를 판정하는 기준과 달리 집합적 민의가 반영되어야 하는 선거의 성격을 크게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선거구제를 방치한 채 ‘민의 운운’하며 포퓰리즘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기만이며 술수에 불과하다. 국민을 우민화시켜 참여 민주주의 허울 아래 선거를 통하여 권력을 분점하려는 통치 계략에 다름 아니다. 민주주의를 변질시켜 ‘던져주는 떡이나 먹으라’는 듯이 투표에 열심히 참여하는 바보로 만드는 것이다. 국민들은 국회의원의 입맛대로 만들어 놓은 기울어진 선거마당에서 어지럽게 선거에 참여하고는 민주주의 국가 시민임을 자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통령과 정부는 나라 살림살이에 열중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오만하게 개혁, 혁신을 들먹이며 법을 뜯어 고칠 것이 아니라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을 구현할 수 있게 선거권의 등가성 원리에 따른 중선거구제(1위, 2위 득표자 당선) 국회의원(지방의원) 선거법 개정이 당연하다.

고양시 4개 선거구 총선 결과를 중심으로 표의 등가성 원칙에 따라 지역구 국회의원 1인 평균 득표수 152,937명(611.751÷4) 기준에서 보는 정당 예상 국회의원 수는 더불어민주당 2.52명(386,018÷152,937), 미래통합당 1.57명(240,204÷152,937), 정의당 0.4명(68,165÷152, 937)이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3명은 지나친 면이 있고, 미래통합당은 당선자가 없어 손해 본 측면이 있다. 정의당 당선자 1명도 표의 등가성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를 통해 헌법 제1조의 주권재민 이념을 구현하려면 중선거구제 개정이 당연하다.

둘째는 명실공히 지방자치 정신을 구현하도록 지방자치법을 개정해야 한다. 1987년 이후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30년이 되었으나 지방선거도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제도가 아니다. 선거는 카우보이식 1:1 대결을 구경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에 따른 주민주권 행사는 국회의원 선거권 행사 결과를 답습하고 있다. 따라서 공직선거법상 지방선거도 중선거구제로 개정해야 한다. 여기에는 국회의원의 책임이 크다.

아직도 지방자치는 형식뿐이고 실체는 중앙통치에 예속되어 있다.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은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 중앙당은 지방자치법 개정을 공약하지 않고 지방자치를 중앙통치의 노리개로 전락시키고 있다. 그래서 지방의회나 도의회는 중앙정치의 짝퉁이 되었다. 전략공천, 공천헌금, 선거부정, 정당패권주의가 난무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결정판이라고 할 지방자치제가 오히려 주민주권을 훼손하고 있다. 이런 황무지 같은 토양에서 무슨 지방자치가 구현될 것이며 유능한 정치 지도자가 자라날 수 있을까? 각 중앙당은 낙하산 공천, 전략공천을 하며 국회의원 후보자를 내리꽂아 30년 동안 지방자치를 짓밟으며 더욱 예속시켜 왔다. 정당 대표들도 지방자치, 주권재민 정신을 훼손하면서도 국회 선진화법이니 하며 민주주의 절차를 외치고 있으니 한심스러운 일이다.

여당은 값싼 여론에 편승하는 기교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실용적인 국가 운영보다는 개혁 포장에 열중하며 실책을 가리기에 바쁘다. 친여 성향의 야당은 선명한 정책 의지를 상실한 채 국회의원 머릿수 몇 개를 더 만들어 보려고 여당 곁을 기웃거리고 있다. 차라리 여당과 합당하는 것이 훨씬 똑똑해 보인다.

정통 야당도 권력 쟁탈을 목적하면서도 권력의 원천인 지방자치법 개정을 외면하고 있다. 누가 정당 대표가 되는 인적 쇄신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정책 대안을 가지고 있느냐가 하는 것이다. 정치적 카리스마 지도력보다는 운영 시스템을 통해서 지도력이 발휘되어야 한다. 툭하면 책임지고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장을 모셔오는 식의 정당은 계속 사람 중심으로 표류하게 마련이다. 이런 정당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다. 국회의원 수 확보가 아무리 급해도 정책적 대안을 가지고 권력의 기반인 국민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

지방자치를 통해서 민주주의를 완성하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정당이 사는 길이다. 누가 정당 대표가 되느냐에 몰입하는 정당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의 희망이 될 수 없다. 주권재민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의 권리행사를 위해 어떤 정책을 마련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정당에서는 지방자치법 개정되기 전이라도 지방선거 때에 시장, 시의원, 도의원 후보들을 선정하는 민주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당협위원장은 시장, 시의원, 도의원 공천권을 독점하고 공천헌금을 받지 않아야 한다, 위임받은 권력을 가지고 깨끗하게 봉사해야 한다. 지방의원이 공천헌금•특수관계에서 공천장을 받기 위해 당협위원장 눈치 보기에 급급해하는 구습을 청산해야 한다. 그러므로 중앙당은. 민심을 받들어 지역의 일꾼을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공천하는 일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제는 허망한 개혁 구호나 권모술수에 불과한 여론 편승(포플리즘; Populism) 보다 책임 정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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