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남 우림복지재단 대표이사
조규남 우림복지재단 대표이사

[고양일보] "꿈은 이루어진다!" 2002년 월드컵 때 목이 터져라 외치던 구호였다. 그 꿈은 월드컵 4강 진출까지 이루어졌다.

꿈은 꾸기를 소망하고 잠 속에서 그 꿈을 실제처럼 꿀 수 있어야 이루어지는 꿈이 된다. 믿음은 믿는 자의 것이듯, 꿈 역시 꿈꾸는 자의 몫이다. 꿈은 반드시 품고 있어야 하며, 그래야만 언젠가는 실제로 이루어지리라는 기대감의 가능성도 있다.

나로서 꿈이라 말하기보다 그저 소박한 소망 중의 하나는 고급 호화 유람선을 타고 세계를 돌아보는 것이다. 젊은 시절 내가 외항선 항해사로 상선을 타고 마도로스 생활을 할 때 가장 부러웠던 것이 사람 많은 크루즈 승무원이었으니까.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세계적인 유람선 Diamond Princess와 Grand Princess가 직격탄을 맞고 유람선이 아닌 유령선으로 변하는 것을 목도하고는 크루즈 여행에 대한 꿈이 싹 가시었다.

아무리 좋은 환경과 시설의 시스템을 갖추었다 할지라도 사람이 사람을 무서워하며 피해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공간이라면 그건 고립된 감옥과도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점은 바다 위의 고립된 공간 안에서 또 서로 간 고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꿈은 품고 있기도 하지만 그 꿈을 깨버려야 할 때도 있다. 위를 바라보지 못하고 발밑의 현실에만 집착하는 것도 답답하지만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만 매달리는 것도 안타깝게 느껴질 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꿈이 깨지는 아픔을 겪어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그 꿈이 깨지게 되었기에 그동안 지지부진 재미없는 인생을 탈바꿈하여 새롭게 출발하는 사람도 있다. IMF위기 때와 같은 좌절의 아픔과 새로운 출발의 신선한 다짐이 겹쳐질 것이다.

정치계도 그렇다. 이번 21대 총선으로 인해 희비가 엇갈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랐지만, 그 꿈이 깨어진 사람도 있고 이루어진 사람도 있다.

자신의 꿈이 깨어진 꿈인가, 아니면 이루어진 꿈인가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에서 내가 어떤 삶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후의 삶의 과정에서의 핵심은 '변화'라는 공통분모이다. 승자나 패자나 반드시 변화가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승자는 승자대로 새로운 정책과 신선한 변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고, 패자는 패자대로 실패 원인을 찾아보며 지금까지의 방식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새출발의 변화를 다짐해야 할 것이다.

요즘은 꿈꾸는 듯한 삶을 살아간다. 지금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꿈인지 생시인지 착각을 일으킬 때가 많다. 아직도 현실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내 주위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어떤 때는 내가 미래공상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헛갈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현상은 뭔가 변해야 할 내가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역설도 성립된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그래서 변하지 않으면 도태당하고 내팽개쳐 죽게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변해야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변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변화의 방향성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참 어렵다. 그러나 어떻게든 어떤 모양새로든 변화하지 않고서는 지금의 자리에서 더이상 버틸 수 없다면 일단 발걸음을 옮기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주위 눈치를 살피며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먼저 자신의 변화가 필요하며 꼭 변화되어야만 한다는 신념의 의지와 각오가 필요하다. 변화하고자 마음을 열면 생각이 유연해지면서 변화에 대해 긍정적이 되며 변화 추구의 스펙트럼이 넓어져 변화의 기회가 많고 가능성도 짙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이미 자신이 갖고 있는 기득권에 관해 보수성이 강해지면서 변화를 싫어하고 피한다. 그러나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죽는다!"는 일사각오의 의지를 불태우며 용감하게 도전해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되 두려움으로 물러서지 말고 용감하게 앞으로 나가며 꿈을 꾸어야 한다. 내게 주어진 내 앞에 닥친 거대한 현실의 벽 앞에서 그 벽 너머 꿈을 꾸는 것이다.

바다 위에 큰 배를 만들어 예쁜 성을 짓고 작은 마을(mini-hometown)을 꾸민다면 어떨까? 이게 꿈속에서나 있는 일일까? 그러나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지금도 초대형의 초호화판 크루즈는 바다 위에 하나의 도시를 건설하여 없는 것이 없다. 어디 그뿐이랴? 비행기의 활주로를 싣고 다니는 항공모함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보면 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주선을 띄워 화성에 가서 살겠다고 하면 이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꿈과 현실의 벽이 무너지고 만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 내 의식 속에서 천국이 희미해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제 꿈이 현실이 되고 말고의 문제도 아니다. 이제 이 시점에서 따져보아야 할 것은 내가 진정 꿈꾸어 왔던 그 꿈의 실체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우주선도 좋고, 금뱃지도 좋지만, 나의 꿈이 허황된 꿈으로 끝나는 것이라면 이건 아닌 것이다. 내 꿈은 영원한 것이어야 하고 갈수록 주님 얼굴 보듯 가까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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