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성 예비후보
이상성 예비후보

[고양일보] 더불어민주당이 17일 서울 종로와 경남 양산을, 경기 남양주, 그리고 고양시(병)에 전략공천을 발표하면서 고양시(병)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상성 전 연세대 겸임교수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상성 예비후보는 일전에 “일산은 낙하산 훈련장이 아니”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고양시병 지역구가 전략지역으로 선정된 것에 항의하기도 했는데 이번에 전략공천 후보가 발표되자 더욱 강한 반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성 예비후보는 18일 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과거 평양을 방문했을 때 거리에서 보았던 “당이 결심하면 인민은 한다”라는 구호를 회상하면서 당이 공천하면 당원은 무조건 따라야 하느냐 라는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태의 전략공천을 과거 봉건시대 영주가 기사를 임명하던 관습과 연결시켜 케케묵은 구습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다.

그는 전략공천된 홍정민 변호사에 대해서도 거론했는데 경제학으로 학위를 한 후 이혼과 파산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온 사람이 과연 경제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 후 설사 대단한 경제전문가라고 해도 지역의 상황을 모르고 어떤 경제정책을 제시할 수 있을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홍정민 변호사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로스토리를 검색하면 화면에 ‘파산, 이혼 등 AI기반 자동화 프로세스로 쉽고 저렴하게 변호사로부터 받는 온라인 법률서비스’ 라는 간략한 소개 글이 뜬다. 홈페이지도 온통 회생과 파산, 그리고 이혼으로 뒤덮여 있다. 그는 “얼마나 훌륭한 분이시기에 경선을 하면 떨어질까 염려가 되어 지역의 경선 없이 낙하산으로 내려와야 할까?”라는 말로 경선 없는 전략공천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다.

이어서 그는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모토를 거론하면서 과연 전략공천이 민주당의 이 슬로건과 맞는 것인지 강력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겉으로 대통령의 말씀을 선전하면서 속으로는 썩어 문드러진 공천을 하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같은 학교 출신, 같은 직업 출신들끼리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특권을 독식하려는 심보를 어찌 모르겠는가?”라고 질타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민주당의 적폐청산에 대해서도 적폐청산은 “내게 방해가 되는 적폐만 청산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내 안에 있는 적폐도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레닌이 공산주의 혁명을 자신의 집권으로 중단함으로써 실패했듯 자신의 적폐를 청산하지 못하면 결국 자신이 무너질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끝으로 그는 과거 공천을 잘못함으로써 총선에서 실패한 뼈아픈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후보 선출권을 지역의 당원과 지역민들에게 돌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낡아빠진 과거의 관습을 벗어던지지 못하면 또 다시 보수라고 주장하는 반민족 반서민 세력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뼈아픈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글을 맺고 있다.

[이상성 예비후보의 전문]

1991년 4월 셋째 주 일요일, 나는 평양 순안공항에 있었다. 당시 뉴욕에 거주하고 있던 나는 북한을 방문하기 위해 순안공항에 도착했던 것이다. 어렵사리 공항에서 평양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가던 나는 주변의 건물에 게시된 현수막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박정희의 군사독재 시절 교육을 받은 나였지만 적어도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잘 알고 있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민이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본 그 현수막에는 ‘당이 결심하면 인민은 한다.’ 라고 적혀 있었다. 인민이 결심하면 당이 한다가 아니라, 당이 결심하면 인민은 무조건적인 복종과 실천만 있을 뿐임을, 공산당의 독재임을 당당히 알리고 있었던 것이다. 북한 공산정권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환상과 호의적인 생각이 한 순간에 사라지던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29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똑 같은 모습을 본다. 명색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왔다고 자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21대 총선 공천에서 ‘당이 결심하면 당원은 한다’라는 극단적인 행태를 목격한다. 소위 말하는 전략공천이다.

세간에서 수구보수 정당이라고 비판을 받고 있는 다른 정당이 그렇게 한다면 말도 안 한다. 민주적인 절차를 밟아서 공천하는 정당이 없다면 또 보지 못해서, 잘 몰라서 그런다고 하겠다. 집권 여당이, 세계에서 민주주의 지수의 최첨단을 달리는 대한민국의 집권 여당이 아직도 봉건시대의 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영주가 기사를 임명하듯 중앙당의 실권자들 몇 명이 모여서 지역 국회의원 후보를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고서 당선되면 국민들이 선택해 준 선량, 시민들의 대표라고 한다. 말은 바로하자. 공천권자의 은덕을 입고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당선된 계파의 일원이 아니던가!

내가 예비후보로 등록한 고양시병 지역구에 영입인사인 홍정민 변호사를 공천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고 경제전문가라는 명분으로 이 지역의 경제를 살릴 인재로 공천했다는 것이 후문이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한 후 파산 이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한 분이 과연 경제전문가인지의 문제는 차치하고 제아무리 훌륭한 석학급 경제학자라고 해도 지역의 상황을 모르고서 제대로 된 경제 정책을 만들 수 없다. 지역에서 출마한 후보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되는지 그 후보에게 단 한 번 전화도 해 본 적이 없으면서 무조건 그가 더 뛰어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디에서 오는 자만심인가? 얼마나 훌륭한 분이시기에 경선을 하면 떨어질까 염려가 되어 지역의 경선 없이 낙하산으로 내려와야 할까?

중앙당이 정말로 아까운 인재가 있다면 그런 분은 비례대표로 추천하면 된다. 비례대표로 입후보해서 떳떳하게 당원들의 선택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면 된다. 비례대표로 선출될 수 있는 숫자가 아무리 선거법이 바뀌었다고 해도 상당수가 된다. 그것도 모자라 전략공천이라는 미명 하에 지역에서 활동해 온 정치인을 밀어내고 후보를 공천하는 것은 어떤 민주주의의 원칙에 입각한 것인지 모르겠다.

당규가 그것을 허용한다고 주장한다. 정당의 당규가 헌법정신과 민주주의의 이념을 능가하는 권위를 가졌는지 모르겠다. 비민주적인 당규는 당연히 고쳐야 하는데 그런 당규를 가지고 있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는 못할망정 비민주적 행위를 당규 뒤에 숨어 정당화하는 것은 몰염치에 가깝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을 존경하고 그 분이 대통령 된 것을 정말 다행으로 생각하는 정치인이다. 그 분이 대통령 되실 때 하신 말씀이 지금도 귓가에 울려온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라는 말씀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실천사항이 어디 있겠는가? 기회는 평등해야 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 전략공천에 어디 평등한 기회가 있으며, 어떤 이유로 그것이 공정하다 말할 것이며, 그 결과를 어떻게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겉으로 대통령의 말씀을 선전하면서 속으로는 썩어 문드러진 공천을 하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같은 학교 출신, 같은 직업 출신들끼리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특권을 독식하려는 심보를 어찌 모르겠는가?

특권이 특권을 낳고 그 특권이 뭉쳐서 더 큰 특권을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이 지금 이 시대 우리나라의 최고의 적폐다. 적폐 청산은 이런 특권을 무너뜨리고 없애자는 것이다. 공산주의 혁명이 레닌의 집권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듯 적폐 청산도 내게 방해가 되는 적폐만 청산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내 안에 있는 적폐도 청산해야 한다. 레닌의 공산주의 혁명이 그렇게 무너졌듯 정당도 자신의 적폐를 청산하지 못하면 그렇게 무너질 것이다.

지금이라도 더불어민주당은 말도 안 되는 전략공천을 중단하고 지역 후보의 선출권을 지역 당원과 지역민들에게 돌려주라. 공천 잘못해서 고공행진하던 지지율이 곤두박질쳐서 실패한 경험이 한 두 번이 아니거늘 21대 총선에서 정말 국민들의 지지와 염원에 화답하려면 공천부터 제대로 된 민주적 절차를 거치도록 하라.

그렇게 하지 않고, 낡아빠진 과거의 관습을 벗어던지지 못하면 또 다시 보수라고 주장하는 반민족 반서민 세력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뼈아픈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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