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일보]  고양탄현 공공주택지구 내에 금정굴 희생자들에 대한 위령시설을 포함한 평화공원을 설치하는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시공원이 아닌, 유해를 안치하는 추모공원으로 조성되는 문제는 유해 안치를 원하는 금정굴 유족들과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주민들 간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95년 6‧25전쟁으로 인해 희생된 민간인 153구의 유골이 황룡산 금정굴에서 발굴되자 유골은 서울대 의대에 임시로 안치됐고, 2011년에는 고양시 청아공원으로 이전했으며, 2014년에는 하늘문 추모공원으로 이전됐다가, 현재는 세종시 ‘추모의 집’에 임시로 안치되어 있다.

이처럼 유골이 정처 없이 떠돌게 되자 금정굴 유족회는 희생자 유골을 황룡산 금정굴 현장을 평화공원으로 조성해 안치힐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이같은 내용을 명문화한 조례는 여러 차례 부결을 거듭하다가 지난해 8월 ‘고양시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이라는 이름으로 통과됐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취임 전 고양시 금정굴 유족회의 요구를 반영해 평화공원 조성을 공약사항으로 내걸었다. 이 시장 취임 후, 고양시는 금정굴 현장이 포함된 고양탄현 공공주택지구 내에 평화공원을 설립하고 위령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LH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양 탄현 공공주택지구에 3628세대 주택과 함께 평화공원이 조성되면 세종시에 있는 유골을 이전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26일 평화공원 설치 문제와 관련한 시정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특정 집단의 이해에 따라 갈려서 논의되는 것은 맞지 않다. 이제는 70년 전쟁의 상흔은 털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평화공원 조성 강행을 시사했다.

하지만 탄현동 주민들은 이 같은 위령시설이 들어오는 것에 반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족시설이 동반되지 않은 채 3628세대의 주택만 건설되는 것에 대해 교통불편을 크게 우려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이같은 위령시설마저 생긴다면 더 큰 반발을 살 가능성이 있다.

탄현동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완규 시의원은 26일 이러한 주민들을 대변해 시정질문을 했다. 김 의원은 금정굴 희생자 유골을 고양탄현 공공주택지구 내에 안치할 것이 아니라 현재 공사 중에 있는 ‘대전 합동위령시설’에 안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행정안전부에서는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및 유품 등을 현재 대전시 동구 낭월동 일대에 추진 중인 ‘전국 단위의 위령시설’에 안치하겠다고 한다”며 “정부의 전국단위 위령시설 추진계획 등은 매우 적절하고 타당한 조치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완규 고양시의원이 26일 고양탄현 공공주택지구 내에 금정굴 희생자들에 대한 위령시설을 포함한 평화공원을 설치하는 문제와 관련해 시정질문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금정굴 희생자 유골을 고양탄현 공공주택지구 내에 안치할 것이 아니라 현재 공사 중에 있는 ‘대전 합동위령시설’에 안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완규 고양시의원이 26일 고양탄현 공공주택지구 내에 금정굴 희생자들에 대한 위령시설을 포함한 평화공원을 설치하는 문제와 관련해 시정질문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금정굴 희생자 유골을 고양탄현 공공주택지구 내에 안치할 것이 아니라 현재 공사 중에 있는 ‘대전 합동위령시설’에 안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금정굴유족회 측은 금정굴에서 발굴된 유골이 모두 이장된 것이 아니며 현재도 황룡산 금정굴 현장에 아직 남아 있으니 신도시 조성 관계없이 발굴 현장은 원래 묘지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기철 금정굴인권평화재단 연구소장은 “저희 측은 원래부터 그곳(황룡산 금정굴)이 묘지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는 반면 김완규 의원은 유골이 모두 이장됐으니 그곳은 묘지가 아니다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 어느 것이 옳은가는 따져봐야 한다. 또한 금정굴 유족회뿐만 아니라 진주유족회, 경산코발트광산 유족회 등 여러 유족회가 유골을 대전 합동위령시설에 안치되기를 원치 않고 지역에서 안치를 원한다는 점을 김 의원은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해지는 바로는 금정굴 유족회원 모두가 황룡산에 안치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신 소장은 “일부 유족들에 따르면 참혹한 현장에 다시 유해를 안치하는 것이 마음에 편치 않다고 말한다. 약 90% 정도는 평화공원이 조성된다면 황룡산에 안치되는 것을 원하지만 나머지 10%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듯 역사적 아픔을 치유하고 화해의 의미에서 지역의 금정굴 현장을 평화공원으로 조성할지, 아니면 탄현동 주민들을 생각해 유골을 대전에 있는 합동위령시설에 봉안해야 하는 지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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