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일보] “직장 마치고 보통 당산역에서 1082번을 타고 집으로 왔었다. 1082번이 파업으로 운행되지 않아서 이제 퇴근할 때 9707번을 이용하게 됐다. 그런데 6시에 칼퇴근을 하고 당산역에 기다리다 보면 9707번 버스 속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서, 9707번 버스는 한 두 사람만 겨우 태우고 가버렸다. 그래서 지하철 2호선 타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려 홍대입구역으로 갔지만 엄청난 줄이 이어져 있었다. 아이를 맡긴 어린이집 선생님에게도 미안하고 아이에게도 미안했다. 줄지 않는 긴 줄 속에서 아이를 생각하며 울었다.”
 
“버스요금이 올라서 화가 났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엔 파업 때문에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얼마나 파업 기간이 길어질지 걱정이다.”

“명성운수 외에 서울로 운행되는 다른 경쟁 버스회사들도 고양시에 많이 있어야 하는데, 명성운수가 일산 대중교통을 지배하다시피 하니까 이런 일이 발생하면 일산시민들은 힘들게 된다. 시민들을 볼모로 이런 일이 일어나서 짜증이 난다”

최근 고양시의 일부 인터넷카페에 올라온 버스 파업 관련 불만 글이다. 지난 19일 명성운수 버스운전자 노조의 파업에 이어 20일부터 철도 노조까지 파업으로 지하철 3호선과 경의선의 운행 횟수가 줄어들고 배차 간격이 벌어짐에 따라, 서울로 출퇴근하는 고양시민들이 체감하는 교통 불편은 극에 달해 있다.

경기도교통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8월 기준 명성운수 소속 20개 노선의 하루 승객은 평일 기준 14만1423명이다. 특히 서울 간 출퇴근으로 주로 사용하는 1082·1500·1000 노선의 경우 4만5245명으로 집계됐다.

명성운수 소속 노선을 이용하지 못하고 가뜩이나 운행 횟수가 줄어든 지하철로 몰리다 보니 지하철은 이른바 ‘지옥철’이 되고 있는 형편이다. 열차 안은 한꺼번에 몰린 출근 인파로 만원을 이뤘고, 지하철 밖 뒷줄에 선 이들은 아예 지하철을 지나쳐 보내야 할 지경이다.

평소 지하철 3호선과 경의중앙선이 만나는 대곡역의 경우 하루 환승객만 10만여 명에 탑승인원은 4000여 명에 이르고, 지하철 3호선 지축~대화 구간은 일일 이용자 3만3492명, 경의선 구간은 일일 이용자 7만4838명에 달한다. 따라서 고양시로서는 이러한 교통수요를 분산시킬 다른 교통대책이 필요하던 차에 일어난 이번 버스와 철도 노조 파업은 이러한 필요성을 더욱 각인시키게 한다.

명성운수 노조의 파업으로 애꿎은 시민들만 교통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은 29일 대화동 본사에서의 집회 모습.
서울 출퇴근길을 도와야 할 광역버스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다. 이번 명성운수 노조의 파업으로 애꿎은 시민들만 교통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은 29일 대화동 본사에서의 집회 모습.

고양시는 이러한 교통혼란에 긴급 대응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고양시는 총 70대의 전세버스(고양시 관용차량 포함)와 100대의 비상 셔틀택시를 긴급 투입했다.

고양시는 오전 6시30분~8시30분 사이 1000번 버스가 운행되던 대화~서울역 노선에 전세버스 20대, 870번 버스가 운행되던 대화~영등포역 노선에 전세버스 5대, M7129번 버스가 운행되던 능고초~연세대 노선에 전세버스 7대가 투입됐다.

이 외에도 1082번(내유동~영등포)에는 10대, 11번(성석동~행신역)에는 8대, 66번(대화역~DMC역)에는 7대, 3300번(대화동~인천공항/7400번 1대 증차)에는 7대, 1000번(고양경찰서~서울역)에는 6대의 전세버스를 투입했다.

고양시는 또한 출근 시간 대에 개인택시 50대, 고양시청 관용차 30대, 고양도시공사 차량 20대 등 총 100여 대의 비상 셔틀택시를 투입했다. 이들 비상 셔틀택시는 대화역, 주엽역, 마두역, 백석역, 화정역 등에 역마다 10대 이상씩 배차해 주로 디엠시(DMC)역, 구파발역 노선에 투입되고 있다. 셔틀택시는 4인 탑승을 원칙으로 3인까지 탄력적으로 운용된다.

하지만 고양시의 이러한 비상 대책 노력에도 불구하고 명성운수가 운행하던 20개 노선 270대의 운송 결실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한편 22일 오전 명성운수 노조원 400여명은 고양시청 앞에서 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투쟁 구호를 외쳤다. 명성운수 노동조합 신종오 조합장은 “시민들의 불편을 감안하고 있다. 사측과 원만한 합의점을 찾는다고 하면, 저희 노조원들 모두는 언제라도 버스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대기하려고 매일 아침 출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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