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일보] 고양일보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시의원·시장에 대한 정당의 공천 반대 의견이 각각 83%와 76%로 나타났다. 민의를 반영해야 할 지방의회는 온전히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적 이유를 지니고 있다. 시민과 도민에 의해 선출된 시‧도의원은 동시에 국회의원의 영향력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시·도의원은 공천권을 틀어쥔 국회의원의 공천이 있어야만 선거에 나설 수 있고, 당선된다 하더라도 다음에 또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의정활동을 하는 내내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이 같은 국회의원과 기초의원의 ‘갑을 관계’는 지방의회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특히 민의와 국회의원의 정치적의도가 서로 충돌할 때, 시·도의원들이 후자를 택하는 것도 시·도의원들의 생리 저변에 국회의원의 시·도의원에 대한 공천권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이러한 공천제의 폐단이 전국 지방의회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난 곳 중에 한 곳이 바로 고양시의회다. 정부의 창릉 3기 신도시 지정에 대해 고양시의회가 민의를 대변해 반대 목소리를 충분히 내지 못함에 따라 이윤승 의장에 대한 주민소환이 추진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고양시의회에서 3기 신도시를 다룰 때마다 다수당을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반대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공천권을 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총지휘하는 현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에 반기를 들 수 있는 민주당 시의원들은 없었다. 이러한 3기 신도시와 관련한 고양시의회 안팎의 이러한 움직임은 국회의원의 시·도의원에 대한 공천권이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양시민의 민의가 반영되어야 할 장인 고양시의회가 사실상 중앙정치에 예속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고양시민의 민의가 반영되어야 할 장인 고양시의회가 사실상 중앙정치에 예속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당 공천제의 폐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정당 공천제 폐지는 정당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인 선거참여를 근본적으로 약화시킨다. 다양한 시민들의 의사가 모아지고 표출되는 매개 역할을 하는 정당의 기능이 약화되면서 정당 민주주의와 복수정당제를 희석시킨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정당 공천제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지방자치가 그대로 실현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유권자들의 의사 결정에 정당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해서 합리적인 투표가 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자칫 지역 주민들에게 잘 알려진 지역 토호들의 독점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후보자를 선택하는 기준의 하나였던 정당 외에 학연, 지연 등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방해하는 다른 요소가 얼마든지 있다.

고양일보는 이렇게 찬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정당 공천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정당의 시·도의원 공천제 ▲정당의 시장·도지사 공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눠서 질문했다. 설문조사 기간은 지난 14일 12시부터 15일 14시까지였고, 설문에 응한 고양시민 응답자는 182~184명이었다. 

우선 정당의 시·도의원 공천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정당의 시·도의원 공천제에 모두 반대한다’는 의견이 60.9%(112명)로 과반을 넘었다. 이어서 ‘도의원은 공천제로 하되, 시의원은 공천제를 반대한다’는 의견이 21.7%(40명), ‘시·도의원 모두 공천제 찬성한다’는 의견이 10.9%(20명)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시의원 공천에만 국한하여 보면 82.6%가 시의원에 대한 정단 공천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정당의 시장·도지사 공천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물었는데 그 결과 역시, ‘시장·도지사 모두 공천제 반대한다’는 의견이 54.9%(100명)로 가장 많이 나왔다. 이어 ‘도지사는 공천제로 하되, 시장은 공천제 반대한다’는 의견이  20.9%(38명), ‘시장·도지사  모두 공천제 찬성한다’는 의견이 19.8%(36명)로 나타났다. 이경우도 시장 공천에만 국한할 때 75.8%가 시장 공천을 반대한다는 결과이다.

즉, 시의원에 대해서는 83%가, 시장은 76% 정도가 정당의 공천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 의견이다. 이 결과만을 두고 판단한다면 고양시민 5명 중 4명이 시의원 공천제에 대해 반대하며, 시민 4명 중에 3명은 시장의 정당 공천도 반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응답자들은 전반적으로 정당 공천제에 대해 반대하지만, 시장·도지사에 대한 공천보다 시·도의원 공천에 대해 더욱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올해 8월 6일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실질적 자치분권 확대로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선거의 정당 공천제 폐지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실장은 “정당 공천제는 정당의 책임정치 구현과 공직 후보자의 사전검증이라는 순기능에 비해 정당공천을 둘러싼 금전 수수, 중앙 정치인을 향한 충성서약 등 역기능이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19일 열린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공동회장단회의에서는 ‘대한민국 기초가 위기다’라는 제목의 선언을 발표하면서 기초지방 선거의 정당 공천제 폐지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지난 10월 30일 전국 유일한 8선 기초의원으로서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장인 강필구 의장(전남 영광군의회 의장)도 ‘경북매일’과의 인터뷰에서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 (기초의회) 정당 공천제가 폐지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기초의원들이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모시고 다니는 일로 소일하게 돼있다”고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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