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고양시 덕양구청에서 열린 창릉 3기 신도시 주민설명회에서 창릉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주민들이 ‘그린벨트 해제하고 보상하라’, ‘강제수용 절대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자, 좌석에 앉은 주민들은 설명을 경청하는데 방해가 된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12일 고양시 덕양구청에서 열린 창릉 3기 신도시 주민설명회에서 창릉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주민들이 ‘그린벨트 해제하고 보상하라’, ‘강제수용 절대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자, 좌석에 앉은 주민들은 설명을 경청하는데 방해가 된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고양일보] 12일 열린 창릉 3기 신도시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반대 주민의 저지 움직임 속에서 형식적 절차만 갖춘 채 끝났다. 정부가 3기 신도시를 일방적으로 강행했을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주민 불만과 욕구를 봉합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 식으로 이뤄진 주민설명회라서 이날 혼란은 예상된 것이었다. 

‘고양창릉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설명회’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이날 설명회가 열린 고양시 덕양구청 대회의실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 여러 갈래 욕구의 분출장이었다. 지난 5월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창릉 3기 신도시의 시행자인 LH와 고양시 주민과의 공식적인 첫 만남이었기 때문에 주민들도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 3기 신도시 주민설명회장, 주민 욕구와 불만의 분출로 큰 혼란

이날 설명회에서 분출된 주민들의 불만과 요구는 크게 ▲집값 하락과 교통 불편에 따른 3기 신도시 반대(일산연합회) ▲헐값 보상과 이주대책 없음을 우려한 토지주·기업인들의 강제수용 반대(창릉지구 주민대책위원회) ▲GTX-A 노선·고양선의 도래울역 설치 요구(원흥동 도래울 마을 주민들) ▲GTX-A 노선 창릉역 설치(창릉동 주민들) ▲고양선의 행신중앙로역 요구(행신동 주민들) 등이었다. 

이날 붉은 조끼를 입은 30여 명의 창릉지구 주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은 ‘먼저 그린벨트 해제하고 보상하라’, ‘강제수용 절대반대!’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세운 채 단상을 점거한 가운데 이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고, 좌석에 앉은 주민들로부터는 “야! 자리에 앉아”, “설명이나 들어보자”라는 거센 고함소리가 들렸다. 일산연합회 회원들은 ‘위법한 3기 신도시 철회하라’는 플래카드를 든 채 한쪽에서 시위를 벌였다. 창릉동과 원흥동 마을 주민들도 ‘창릉역, 도래울역 없이 GTX  A노선 개통 없다’는 대형 플래카드를 선보였다.

이런 여러 가지의 요구 목소리가 뒤엉켜 떠들썩한 가운데 이날 설명회를 주관한 LH 직원들은 발표 자료를 전면 스크린에 띄운 채 설명회를 강행했다. 설명회를 저지하려는 움직임과 이에 따른 몸싸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각종 구호와 불만의 목소리에 가려진 채 설명회를 진행하는 LH 직원이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주민들과의 소통보다는 주민들이 듣든 말든 최소한의 형식적 절차만 갖춘 채 설명회를 끝내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급기야 창릉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주민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요구사항이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고 있다.
급기야 창릉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주민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요구사항이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고 있다.

● “LH는 창릉신도시를 자족기능 없는 주거단지로만 여겨”

이날 설명회 현장 분위기도 엉망이었지만, 설명회를 위해 LH가 배포한 자료도 고양시의 자족시설 확충과는 동떨어진 내용으로 이뤄졌다.

이재준 고양시장이 창릉 3기 신도시와 관련해 지난 6월 기자간담회 때 배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족용지 확보로 주택 수보다 2.6배 많은 9만여 개의 일자리 창출 가능하고, 기업 육성·유치를 위해 스타트업 클러스터인 ‘기업지원허브’, 성장단계기업을 위한 ‘기업성장지원센터’를 LH가 각각 2곳씩 총 4곳 건설·운영하여 1000여개 기업 수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로 나타나 있다. 요컨대 창릉 3기 신도시를 통해 고양시를 ‘경제 중심도시’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LH 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창릉 3기 신도시의 개발기본계획의 목적이 ▲서민의 주거 안정 및 주거수준 향상을 도모해 쾌적한 주거생활에 기여 ▲수도권에 입지가 우수한 양질의 저렴한 공공주택 공급 등 2가지만 명시되어 있다. ‘자족’이나 ‘산업시설’에 대한 계획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날 창릉 3기 신도시 지정 철회를 요구하던 일산연합회 주민들도 플래카드를 준비했다.
이날 창릉 3기 신도시 지정 철회를 요구하던 일산연합회 주민들도 플래카드를 준비했다.

더구나 ‘고양창릉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공람 자료에는 ‘본 계획은 수도권에 공공택지를 확보하여 양질의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하고자 하는 사업으로 별도의 산업시설계획은 없으며, 이에 따른 지역산업에 대한 영향은 미비할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공람자료는 고양시가 3만8000호라는 공공주택을 수용하면서 국토부로부터 협의를 통해 확보했다고 홍보했던 자족용지의 활용을 무색케 하는 LH의 의도를 알 수 있는 공문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표현은 LH가 고양시의 자족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채 토지를 강제 수용해서 이를 되팔아 차익을 남기려는 이른바 ‘땅장사’라는 이전의 관행을 되풀이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날 설명회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정의당 박수택 고양시병지역위원장은 “LH는 창릉 신도시를 별다른 산업계획 없는 단순한 주거단지라는 식으로 보고 있다”며 “이재준 고양시장이 자족도시 운운한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주민을 속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창릉 3기 신도시 토지이용계획도(세부적인 토지이용계획 등은 향후 지구계획 수립시 변경될 수 있음)
창릉 3기 신도시 토지이용계획도(세부적인 토지이용계획 등은 향후 지구계획 수립시 변경될 수 있음)
이날 주민 설명회가 끝나자 원흥동 도래울마을 주민과 창릉동 주민들이 마을에 GTX 역사를 원하는 플래카드를 보이고 있다.
이날 주민 설명회가 끝나자 원흥동 도래울마을 주민과 창릉동 주민들이 마을에 GTX 역사를 원하는 플래카드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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