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일보]  9일 오전 고양시 서구 가좌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열린 출판기념회는 벅적대는 여느 출판기념회와 사뭇 달랐다.

지난 20주 동안 가좌도서관의 도움으로 함께 모인 30명의 시민이 함께 요리하고 웃고 울면서 꺼내놓은 엄마의 삶과 나와 가족의 이야기를 한데 모아 기록한 ‘맛의 기억, 엄마의 음식을 기록하다’의 출판기념회였다.

평범한 시민들이 도서관에 모여 각자 엄마의 음식과 엄마와의 추억을 기억하면서 가족의 삶을 돌아보며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매개가 음식이었다. 시민들은 저마다의 엄마의 이야기와 음식 기억을 갖고 도서관에 모여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었다. 그리고 직접 엄마 음식을 만들었다. 이선희 관장은 “엄마의 삶을 이야기하면 자기 삶과 연계가 돼 자연스럽게 같이 함께 하는 사람들이 공감해 주고 위로가 되어 굉장히 많은 힐링을 얻었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년이 됐는데 아직도 냉장고에 엄마가 만들어주신 김치가 남아있고 엄마의 부재가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엄마를 조금은 덜 가슴 아프게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가 평소 엄마한테 살갑지 않았는데 엄마가 치매에 걸린 순간부터 아버지가 엄마에 애정을 뜸뿍 쏟아부었으나 엄마는 그걸 알아보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맘대로 끄집어 낼수 없는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면서 힐링의 시간을 가졌던 이들은 생전 처음 자신의 이름이 저자로 올라간 노란색 표지의 책을 받아들고 ‘작가가 되었다’며 서로 축하해주고 벅찬 감동을 나누었다. 이들은 “기억의 우물 속에 가득 채워져 있던 엄마 밥의 추억을 하나씩 하나씩 길어 올리며 함께 요리하고 웃고 울었다. 그렇게 가슴으로 나누었던 이야기, 손끝으로 주고받았던 맛의 기억을 책에 소중하게 담았다”고 말했다. 서명희씨는 “엄마를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로 태어나겠다. 엄마와 다른 방식으로 제 삶을 잘 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이용훈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 정현태 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사업본부장, 최경숙 일산서구청 도서관과 과장, 이외숙 그림책작가, 엄혜숙 그림책작가 등이 참석해 책 출간을 축하했다. 고양챔버오케스트라의 축하 연주와 2인조 오카리나 공연단의 축하공연도 진행됐다.

‘맛의 기억, 엄마의 음식을 기록하다’는 가좌도서관의 출판 프로젝트로 이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하고 진행한 사람은 최지현 등 3명의 고양시민이었다. 시민들은 엄마의 음식에 관한 책을 읽고, 엄마의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고, 엄마의 레시피와 삶을 글로 써보고 하는 그 동안의 활동을 모아 책으로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한 ‘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공모 사업에 선정돼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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