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일보]

수능을 앞둔 어느 날 1

김태영 원장
김태영 원장

불과 하루 이틀 남은 날, 14일은 대한민국 수능일이다. 감히 ‘대한민국’을 붙이는 이유는 수능일에 비행기 이착륙 시간도 조정하거나, 소음 일으키는 공사를 중단시키기 때문만은 아니다. 직장인 출근 시간을 한 시간 늦춰주는 은근히 기분 좋은 날이어도 아니다. 간혹 “빠라 빠라~” 괴성을 내는 택배 오토바이가 지각생을 싣고 달려도 되고 응시장을 착각한 학생을 경찰이 호송하는 날이어서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입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된다. 나쁘게 말하면 극성이고 좋게 말하면 열성이지만, 영재학교, 국제중학을 보내기 위한 물밑 작업은 평균의 학부모 가정에서는 상상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올해 초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우리 교육현장의 물밑 작업을 묘사한 것으로 시끌벅적했었다. 그리고 ‘김주영 쌤’의 극 중 대사 ‘어머니,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는 기형적인 입시 현장을 고발하는 것과 다름아니었다.

그런데, 극 중 염정아씨의 대사는 한번 되짚어 볼 만하다.

“영재 학종(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서울의대 합격했어요. 내신관리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소논문은 뭘 썼는지, 봉사활동은 어떻게 했는지, 동아리는,,,,나 영재 포트폴리오 절실하게 필요해요”

사실 극성맞고 열성적인 학부모들은 위 대사처럼 답을 찾고자 실제로 동분서주할 텐데, 그 모습 역시 초등학교에서부터 착실히 준비해서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지, 수능을 앞둔 지금은 전혀 관계없는 헛소리일 뿐이다. 아무튼, 교육 입시 제도를 국민적 관심으로 끌어올린 드라마가 출현했으니 가히 대한민국은 입시가 중요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수능을 앞둔 어느 날 2

학종이라는 입시제도의 시작으로 학생들에게 입시 선택지가 다양해진 것은 사실이다. 지방 일반고교에서도 서울대 입학생을 만들어냄으로써 균형 교육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 신호를 보인 것은 칭찬받을만한 일이다. 그러나 수시 70% 선발에 맞춰 착실히 준비한 학생들이 있다면, 정시 30% 선발에 맞춰 뒤늦게 준비해온 학생들도 있다는 점이다. ‘늦게 철이든 학생’에게는 정시 30% 선발은 줄어도 너무 줄어든 것이고, 도전과 꿈을 용납하지 않는 제도로 보일 수도 있다. 게다가 얼마 전, 조국 장관과 정경심 교수의 딸이나 나경원 원내대표 딸과 아들처럼 지위와 정보를 이용해서 유학 가고, 실험하고 그것을 이용해 입학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온다면, 대학입시 실패 이유를 ‘제도 탓’으로 할지, 부모의 능력 문제로 돌릴지 계산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엄청난 사회적 경비를 낭비하고 있는 대학입시 제도, 가히 대한민국은 수능이 ‘천지삐가리’로 중요하다.

수능을 앞둔 어느 날 3

몇 년을 거치며 조금씩 수정된 ‘학종’은 “재수(財數)없다”는 평을 듣고 있는 것 같다. 오죽하면 교육부와 상의도 없이 발표했다는 소문도 들리는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께서 직접 ‘정시’확대를 발표했을까.

수능을 앞둔 어느 날 불현 듯, ‘재수있다 없다’가 떠오른 것은 재물운을 말하는 ‘재수’는 있어야 좋다는 뜻이었는데, 듣기에 따라 달리 들릴 수도 있으므로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11월 14일은 분명코 대한민국 수능일이다. 대통령도 나서고, 장관도 탈락시키는 중요한 입시이고, 수능 관계자들은 한 달간의 감금 생활이 풀리는 등 대한민국의 관심사는 14일로 집중된 날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수능일, 그 주인공인 모든 수험생에게 박수를 보낸다. ‘2020학년도 수능, 나에게 재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도전하길.

추신 :

1. 이 얘기도 작년에 이맘때 해주었어야 하는데, 입시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이 되어 버렸다.

2. 작년엔 포항 지진으로 인해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사건이 있었다. 덕분에 수능 출제자들의 해금일이 연기되었고, 필자의 조카도 시험지 배송에 참여했다가 일주일 더 감금(?)되었다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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