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일보] 이 시절 담쟁이덩굴이 한창 이쁠 때다. 일산동구 중산동에 있는 안곡초 담벼락에 있는 그 모습을 보고 사진에 담아 본다. 담쟁이덩굴은 포도과에 속하는 식물이다. 10m 이상 자라며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덩굴손은 잎과 마주나고 갈라져서 끝에 빨판이 생기는데 이것이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
6~7월경에 꽃이 엷은 녹색으로 피고, 열매는 8~10월경에 자주색을 띠면서 익는다.
돌담이나 바위 또는 나무줄기 등에 붙어서 살며 우리나라 전국 각 지역에서 볼 수 있다. 미관을 생각하여 담벼락이나 건물 외부에 많이 심는다.
담쟁이 관련 시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 도종환 시인의 글이 가장 유명하다. 개인적으로는 전숙영 시인과 박인해 시인의 글도 좋다.
<도종환 시인의 글>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전숙영 시인의 글>
부대끼는 삶도 인연이라는 듯
내 등에 철썩 붙어있는 담쟁이
흉물스런 몸뚱이에
사뿐
뿌리를 내렸줬다
까칠한 네 잎이 닿는 그 어디든
내가 너의 혀가 되어줄게
네 몸의 뿌리로 내가 기대살고
이 몸을 칭칭 감겨와도
네가 보고 싶어 하는 세상에
나는 길이 되어줄게
세상사 너에게 눈멀어도
마냥 나는 좋다
담 너머 가득 꽃물이 들도록
너의 빨판에 먹혀들어가
나도 꿈을 꾸는
너의 숲이 되어줄게
<박인해 시인의 글>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담쟁이가 어떻게 벽에 붙어
기어오르고 있는지를
무성한 넝쿨 뒤에서
죽을힘을 다해 벽을 움켜쥐고 있는
가녀린 손바닥을 보고야 만 것이다
힘줄이 끊어지는 고통을 견뎌내며
한 뼘 두 뼘 키를 키우고
담장 너머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었다
나보다 먼저
강하고 모질게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익혔을 담쟁이
뜨문뜨문 보며
함부로 여겼던 세월이 그리고 유매함이
자꾸만 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