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은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나도은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고양일보]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장관에 임명된 뒤 달포가 넘었어도 오히려 더 시끄러워지고 있던 10월 초, 대표적인 시민사회운동단체인 참여연대와 경실련이 조국의 사모펀드와 관련한 폭로를 연달아 터뜨렸다.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센터 소장은 지난 10월 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현재 참여연대는 정관계에 진출한 참여연대 출신자들에 대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어떠한 감시나 비판은 커녕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행위가 비일비재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런 일은 조국 사태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났다”며 “이는 시민단체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것이며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존립할 근거조차 없다고 판단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시민단체의 본연 임무가 정치와 경제 권력을 감시·비판하는 것이라면, 특히 단체 출신인 조 장관에 대해서 남들보다 더 가혹한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고, 신랄하게 감시·감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조 장관은 참여연대에서 사법감시센터 소장 등을 지냈다). 실제로 참여연대는 지난달부터 ‘조국 사태’와 관련해 총 7번의 논평 등을 냈으나, 조 장관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입장을 밝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또한 경제정의실천연대(이하 경실련)는 지난 10월 8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여러 가지 의혹과 도덕적인 결함이 의심되는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를 엄격하게 법 집행을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법무부 장관직에 임명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조 후보자에게 자진해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조 후보자를 정치적으로 성장시킨 ‘정의’와 ‘공정’이 후보자 지명 이후 드러난 언행불일치로 국민과 청년들에게 많은 허탈감과 실망을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진보진영 내에서 그 위상이 만만치 않았던 참여연대와 경실련의 잇따른 폭로가 갖는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실련과 참여연대가 진보진영 내에서 갖는 위상이 워낙 독보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위상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진 것도 사실이다. 우선 경실련과 참여연대, 여성단체, 환경단체. 희망제작소 등과 같은 시민사회단체에서의 주요 핵심인사들이 대거 정·관계와 공공기관에 영입되면서 시민사회단체 영역 내에서의 인력난이 초래됐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무엇보다 활동비가 전부인 척박한 여건 속에서도 “살아있는 권력에게 냉철한 비판기능을 견지해오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비타협적으로 투쟁한다”는 대의만을 믿고 따라왔던 대표적인 시민사회단체가 비판기능의 상실을 넘어 살아있는 권력에 적극적으로 동기화됐다는 점이 위상을 가장 크게 추락시켰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전 대표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면서 희망제작소를 포함한 관련 시민사회단체의 핵심적인 활동가들을 서울시가 대거 흡수해가고 남겨진 인력으로 재정비된 단체는 과거의 기능이 현저히 약화되거나 오히려 살아있는 권력의 싱크탱크(Think Tank) 또는 쉐도우캐비넷(Shadow Cabinet)의 역할을 자임하는 상황까지 노출되고 있다.

급기야 참여연대의 한 소장은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는 한 사건에 대한 폭로를 통해 참여연대의 일탈적인 행태를 맹렬히 비판했고 참여연대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그 소장을 명예훼손으로 제명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이 참여연대와 경실련, 희망제작소만의 문제일까? 또한 대한민국과 서울시에서만 일어나는 문제일까? 우리 고양시는 다를까? 물론 대답은 당연히 ‘아니올시다!’다.

고양시는 2010년 지방정권의 교체기 전후까지 왕성했던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이 민주당 출신시장의 8년(2010년~2018년) 집권기간 동안 변질됐다. 이유는 수많은 의혹과 적폐논란에 휩싸이면서도 민주당이 주도하는 지방정부는 어느 것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시민사회단체들도 제대로 비판의 목소리를 못 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가 방기한 수많은 의혹이란 백석동 와이씨티 특혜의혹, 백석동 쓰레기소각장 문제, 강매동 자동차클러스트 표류, 킨텍스 C1·C2부지 매각, 킨텍스 고층아파트 건립, 스타필드 주차장 특혜, (주)포스콤 사태, 행복주택, 산황동 골프장 건설문제 등이다.  

여기에 1기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약속했던 자족도시와 교통문제를 25년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는 3기 신도시개발을 발표했다. 3기 신도시개발은 일산 주민과 덕양 주민으로 양분시키면서 갈등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고양시가 이렇게 구설수에 시달리면서도 시민사회단체들은 어느덧 살아있는 권력 앞에 형형(炯炯)한 눈매와 날카로운 이빨을 감추고 있다. 여기에 더 나아가 권력 주변을 맴돌면서 폼새 나는 자리와 달콤한 이권을 구하면서 자신을 동조화하기 바빴다. 그나마 가끔씩 터지는 날선 비판논조도 객관성을 띤 비판이라기보다는 이권싸움에 박 터진 ‘동족상잔(同族相殘)’에 불과할 때가 많았다.

이러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무기력함을 틈타 이제 고양시민들이 나서고 있다. 이들은 3기 신도시개발과 조국사태를 통해 어느 한 진영의 논리에 휩싸이지 않고 자신과 공동체의 협력과 상생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또한 대북문제와 국내 정치문제에만 올인하면서 진영 간의 육박전으로 치환하는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협치 능력의 현실화 문제로 귀결된다. 깊어지기만 하는 진영 간의 골을 깨부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시민사회단체의 중재력이다. 


중재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의 고급 인력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면서 각 부의 협치 대응능력을 배가해야 한다. 각자가 자신의 공적인 역할을 하면서 협치의 성과들을 어떻게 잘 제도화하여 남겨놓느냐가 관건이다. 즉, 시민사회단체의 능력 있는 인력들이 정치영역이나 정부와 공공의 전문기관에 배치되면서 나타난 위로부터의 ‘하향식 협치’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상향식 협치’를 완성해야 한다.

“정치인이든, 시민활동가든, 공직자든 자기 전문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민단체 활동가 출신이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생애주기 동안 평생 하나의 직종에만 종사해야 할 이유는 없다. 시민운동을 한 사람들이 정치인을 택할 수도 있으며, 공직자가 됐다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의 말이다.  

“협치라고 하면 DJ정부나 노무현 정부 때 위원회 체계에 시민단체 사람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떠올리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시민단체 인사가 얼마나 더 들어갔느냐가 아니라 내용적인 측면에서 시민사회가 동의할 수 있는 시민 사회적 가치가 얼마나 반영되어 공동운영을 했느냐는 것이다”라고 명호 생태지평연구소부소장이 말했다. 

지난 10~15년 동안 우리 역사가 시민사회 영역의 위기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의 출현, 4차 산업혁명, 글로벌 경제로의 편입 등 다양한 영역들을 새롭게 만든 만큼 시민사회도 새로운 충원·육성 모델을 스스로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이제 시민사회단체는 시민사회단체라는 본연의 자세로 다시 일어서야한다. 진영의 논리를 떠나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공익우선의 원칙에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전문성을 투사하는 잣대를 가져야 한다. 또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어느 한순간에라도 시민의 인간다운 삶과 행복추구에 반하는 순간 냉철하고 날카로운 비판자로써 칼을 들이댈 수 있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가 이러할 때 상식이 통하고 국민의 영(令)이 제대로 서는 나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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