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은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나도은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미디어고양파주]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낮·밤으로 찬바람이 고개 들어 문을 두드린다. 어느덧 오늘이 처서(處暑)다. 계절은 어김없이 절기(節氣)를 밟고 돌고 돌아온다.

그런데 이번 처서엔 찬바람이 아닌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좌우될 정도로 스스로 키운 내우외환이다.

그중 하나는,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자의 청문 전 언론검증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의혹으로 국민의 역린을 건드린 국정 혼란이고, 다른 하나는, 한일군사보호협정 즉 지소미아(GSOMIA)의 종료선언으로 빚어질 동북아 외교·안보 정책의 혼란이다.

특히 조국 법무장관 내정자의 딸과 관련된 의혹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만큼이나 국민 특히 2030 세대의 역린을 건드린 가장 큰 의혹이 될 듯하다. 더군다나 그 의혹들에 대한 내정자의 진정성 없는 태도에 더욱 분노하고 있기도 하다. 그들에게 있어 '조국'이라는 정치적 아이콘이 갖는 의미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이들은 일제와 해방 그리고 전쟁, 독재와 근대화, 민주화를 목격하지 못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의 아들딸로 태어나자마자 IMF 겪었다. 자칫 '잃어버릴 10년'이 될지도 모른다는 절체절명의 국가위기의 길목에서 자신의 미래를 점칠 수 없는 좌절과 방황으로 점철되어있는 세대로써 파이 싸움이라는 세대갈등의 일방적인 피해자로 자리할 비운의 젊은이들인 것이다.

그래서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자의 딸에 대한 의혹, 그 구태의연한 대응방식으로 말미암아 "2030 세대에게는 상실감을, 4050 세대에게는 박탈감을, 6070 세대에게는 진보에 대한 혐오를 가져다 줄지도 모른다"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발표대로 진보진영과 집권세력을 대표하는 386~586세대들 내부에서 그들 모두가 2030 세대에게 존재 자체를 부정당할 수 있다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대한체육회가 아이스하키 종목의 남북단일팀 구성을 북한과 합의했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을 때 2030 세대가 보여준 의외의 반응으로 기성세대들에게 황망함을 안겨주었던 데자뷰처럼 보인다.

2030 세대는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후보의 공약이 현 진보진영과 집권세력의 핵을 이루고 있는 386~586세대들이 이젠 '수꼴'이라 불리는 적폐의 대상과 아무런 다를 바 없는 반칙과 특혜를 자행하는 내로남불의 모습에 커다란 실망감을 안고 더할 수 없는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2030 세대를 넘어, 우리 사회의 다수가 가장 분개하고 절망하는 것은 이제는 성공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불평등 구조의 고착이다. 따라서 그 구조를 깨뜨리기 위한 방편으로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적 기준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정권에서도 그랬다” 혹은 “그들보다 낫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의 높아진 정치의식과 윤리기준을 무시하는 일이다. 시대에 역행하지 말고 시대의 발목을 잡지 않으려면 지난 정권과의 비교우위만을 논해서는 안된다.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만들어낸 이번 청문회 정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끌어왔던 386~586세대가 더 이상 한국 사회의 주역이 될 수 없음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되고 있다. 하지만 조국 본인과 민주당은 언론을 향해 가짜뉴스라고 낙인을 찍고, 청문회를 통해서 사실을 밝히겠다고 버티고 있다. 청와대는 스스로 만든 국민청원제도를 통해 봇물처럼 쏟아지는 사퇴 압박을 “청원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문을 닫아버렸다.

가짜뉴스와 사실(Fact)은 명백히 구분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사실과 진실을 구분하는 일이다. 이것은 또 다른 문제로 사실의 나열로만 의혹의 본질이 밝혀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로 엮어진 진실의 고리를 찾는 것 즉 사태의 맥락을 정확히 짚어내어 진실에 다가가는 일이 보다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짜를 두려워하지 말고 진실을 향해 사실을 모으는 일에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진실이고 그 진실에 벌거벗고 다가서려고 하는 진정성이기 때문이다.

강한 자가 용서할 수 있고 자신 있는 자만이 화해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때론 한두 걸음 물러나는 것도 커다란 전진이다.

또 하나의 역린 지소미아 종료 선언...

이는 남·북·미 중심의 비핵화 협의와 전혀 다른 한·미·일과 북·중·러로 대별되는 기존 동북아 질서의 새로운 재편을 결과하는 미국의 역린을 건드리는 중대한 사건으로 보인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동북아의 역동성이 다시 한번 진동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통일과 평화에 대한 단어적 단상이 흔들리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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