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8월 1일 목요일 보라가 데이케어로 첫 등원하는 날이다. 아침 6시부터 일어나 우유병 3개에 모유와 분유를 혼합해 준비하고 어제 만들어 놓은 고구마 미음도 아이스가방에 준비했다. 보라도 첫 등원을 하는걸 아는지 혼자 일찍 눈을 뜨고 일어났다. 보라를 씻기고 옷을 입히고 앞머리를 똥머리로 묶어 올려 첫 등원을 기념하는 기념사진도 찍고 넷이서 데이케어로 출발했다.

보라의 데이케어 등원
보라의 데이케어 등원

내가 5살 딸을 처음 유치원에 보내던 날도 안쓰러웠는데, 딸은 171일 되는 보라를 떼어 놓으려니 오죽할까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눈물 바다였다. 안쓰럽고 잘 적응해 줄거라고 믿으며 선생님 품에 인계했다. 보라의 옷가지와 종일 먹어야 할 식량가방을 보라의 캐비넷에 걸어두고 품에 안겨있는 보라에게 딸은 “엄마가 일하고 있다가 데리러 올 때까지 잘 있어줘”라는 말을 해주고 나왔다.

사위는 7시 15분 버스로 바로 출근하고 딸은 집으로 돌아와 아침을 먹고는 7시 35분에 집에서 나갔다. 보라가 없는 나는 혼자 집 정리를 하고 이른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홀로 버스를 타고 맨하탄에 나가 지난번에 못 걸어본 허드슨 야드쪽에서 시작되는 하이라인을 걷기 시작했다. 오늘도 하이라인파크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혼자서 찾아간 하이라인파크
혼자서 찾아간 하이라인파크

딸의 퇴근시간에 맞추기 위해 타임스퀘어에서 구경을 하다가 5시에 터미널 307번 출구에서 딸과 사위와 함께 바로 데이케어로 이동했다. 보라가 하루 종일 잘 지내고 있었는지 궁금했다. 보라는 우유를 잘 먹지 않아서 선생님들이 고생을 했고 첫날이라 그런지 쪽잠을 잤다면서,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고 했다.

12시간 만에 다시 만난 보라를 품에 안고 집에 돌아와 목욕시키고 딸이 젖을 물리니 금세 잠들어 버렸다. 낮잠 못자서 그런 것 같다. 이제는 정말 잠깐 밖에 볼 수 없는 대부분의 시간을 잠자는 모습만 봐야하고 주말에만 함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금요일 아침에는 사위와 함께 보라를 데이케어에 인계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사위가 출근하고 7시 40분에 딸과 함께 맨하탄으로 이동했다. 딸은 맨하탄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하고 나는 혼자 40가에서 23가까지 내려가 버링턴 쇼핑몰과 마셀, 타겟에서 쇼핑하다가 다시 딸의 회사에 가서 직장 동료들에게 내년에 다시 돌아와 만나기로 인사하고 퇴근했다.

집으로 돌아와 딸과 함께 보라를 데리러 데이케어로 이동했다. 보라는 어제보다 잠도 더 많이 자고 잘 먹었다고 했다. 보라를 돌봐준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나왔다.

집에 도착하니 미장원 원장인 제이미씨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유축해서 모아두었던 모유를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 제이미원장님 냉동고에 보관해 주겠다고 해서 많은 양의 모유를 건네줬다. 선뜻 보관할 공간이 있다고 가져오라고 해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보라가 좀 더 많이 먹어주면 좋으련만... 먹는 양이 적어서 안타깝다.

보라는 목욕을 하고 어제처럼 바로 잠들지 않고 놀다가 잠들었다. 확실히 낮잠을 잔 시간이 길었기에 그런 듯 했다. 이틀 동안 나와 떨어져 데이케어에서 잘 보내고 온 보라에게 정말 고마웠다. 예민해서 많이 울거나 보챘다면 떠나야 하는 내 마음도 편하지 않았겠지만 잠도 졸리면 엄지손가락 빨며 금세 잠들고, 깨어서도 우는 일 없이 일어나 두리번 거리며 칭칭거림도 거의 없는 보라의 성격에 딸과 사위는 그나마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싶다.

후안과 네리스 부부가 해준 송별파티
후안과 네리스 부부가 해준 송별파티

토요일 오후에는 후안과 네리스 부부가 내일 떠나는 나를 위해 송별파티를 준비했다. 4시경 집에 방문하니 뒷마당에서 바비큐 준비를 하면서 함께 선거운동 때 만났던 분들이 와 계셨다. 나는 잡채와 직접 참기름과 소금으로 구운 김을 선물로 준비해갔다. 갈매기살, 문어, 소세지, 갈비, 과일, 케익 등 많은 음식을 준비해 함께 즐거운 저녁식사를 했다.

지난주 수영장에서 만났던 발레리와 브리에나도 보라를 안아주고 예뻐해 줬다. 베이비시터 알바를 했던 미카도 보라를 안고는 내려놓지도 않고 잠까지 재워줬다. 또 발레리가 사용하던 깨끗하고 간편한 유모차를 물려받았다. 밤 10시경 아쉬운 작별과 내년에 방문하면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새 넷이 함께했던 178일간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며 우리는 함께 잠들었다.

8월 4일 일요일 오전에는 마지막 짐을 정리하고 물놀이를 떠나는 아래층 아유시네 가족과 작별인사를 했다. 점심에는 사위가 장모님 떡볶이를 먹고 싶다고 해서 군만두가 들어간 떡볶이를 맛있게 만들어줬다. 나는 빼 놓고 가는 것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우리는 8시 40분경 짐을 싣고 공항으로 달렸다.

공항에 도착해 짐을 부치고 수속장을 들어가면서 “내년에는 인천공항에서 보라의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둘 다 엄마, 아빠 되느라 고생했고 앞으로 더 많이 서로 잘 챙기면서 재밌고 행복하게 지내”라는 말과 함께 사위, 딸, 보라를 꼭 안아주고서 헤어졌다.

하나뿐인 딸의 딸, 첫 손녀를 위해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다. 178일 동안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행복했다. 딸과 사위가 적어준 특별한 감사카드와 13장의 사진을 기내에서 보면서 행복했던 시간들이 떠올라 눈물이 흘렀다.

배웅해준 보라와 마중나온 할배
배웅해준 보라와 마중나온 할배

8월 5일 0시 50분에 미국땅을 출발해 인천공항에 4시 3분에 무사히 도착했다. 5시까지 오기로 했던 보라할배를 만나기 위해 짐을 찾아 나가는데 느닷없이 여동생과 함께 아는 동생이 그 새벽에 나를 마중나와 있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동생들의 마중에 또 다시 큰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5시경 도착한 보라 할배를 보니 혼자서 끼니를 해결하며 지냈을 생각에 새삼 더 반가웠다. 출근해야 하는 두 동생과 함께 간단히 콩나물 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헤어져 나의 보금자리로 돌아오니 정말 큰일을 치루고 온 내 자신이 기특했다.

잠시 후 페이스톡 알림이 울리면서 데이케어에서 집으로 돌아온 보라가 화면 속 나를 알아보고 좋다고 웃어준다. 이제는 페이스톡 속 보라의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내년에 인천공항에 마중 나가는 날까지 할매를 잊어버리지 않게 계속 소통하며 지낼 생각이다.

보라야~ 너 때문에 할매가 장기체류하면서 새로운 첫 경험들을 할 수 있었어, 지금처럼 항상 해피베이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또 받은 사랑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면서 건강하고 예쁘게 그곳에서 자라주기를 할매는 늘 기도할게... 너무너무 사랑해 우리 보라.

27화를 마지막으로 178일간의 첫 손녀와의 일상을 사진과 함께 글로 적어보았던 커다란 숙제를 마감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고양아줌마의 뉴저지 손녀 육아일기”라는 부족한 일기를 읽어주신 독자분들에게 정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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