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22일 서울시에서 모아진 분뇨를 실은 차량이 고양시 대덕동에 있는 난지물재생센터 정문으로 통과하려 하자 이곳 주민이 막아섰다. 주민 때문에 난지물재생센터로 진입이 어려워지자 참다못한 차량 운전수는 운전대에서 내려와 주민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주민도 지지 않고 맞받아치며 한동안 실랑이가 벌어졌다. 주민이 한사코 차량 진입을 저지하는 행동을 취하자 결국 분뇨 차량은 되돌아갔다.   

22일 서울시에서 모아진 분뇨를 실은 차량이 고양시 대덕동에 있는 난지물재생센터 정문으로 통과하려 하자 이곳 주민이 막아서고 있다.
22일 서울시에서 모아진 분뇨를 실은 차량이 고양시 대덕동에 있는 난지물재생센터 정문으로 통과하려 하자 이곳 주민이 막아서고 있다. 사진=국명수 기자
운전대에서 내려온 분뇨 차량 운전수와 주민 간 한 동안 욕설이 오가는 다툼이 일어났다. 차량은 주민이 한사코 막아서자  되돌아갔다.
운전대에서 내려온 분뇨 차량 운전수와 주민 간 한 동안 욕설이 오가는 다툼이 일어났다. 사진=국명수 기자
결국 분뇨 차량은 주민의 저지를 못이기도 다시 되돌아갔다. 사진 = 국명수 기자
결국 분뇨 차량은 주민의 저지에 다시 되돌아가고 있다. 사진 = 국명수 기자

지난 19일 시작된 대덕동 주민들의 차량을 저지하는 실력행사('서울시에 뿔난 고양시민, 난지물재생센터 차량 실력 저지' 기사 참조)가 이날까지 이어진 것이다. 여느 때 같았으면 주민기피시설인 난지물재생센터 안으로 서울시의 하수·분뇨와 음식물쓰레기를 실은 차량이 들락날락했지만 최근에는 센터 안 진입이 쉽지 않게 됐다. 

주민들의 분노가 최근 달아오른 이유가 있었다. 서울시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남은 음식물 폐수를 중랑물재생센터(서울시 성동구), 서남물재생센터(서울시 강서구)에서 처리함에 따라 서울시는 보상 차원에서 2곳 센터 인근에 사는 서울시 주민들에게는 교부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하수·분뇨뿐만 아니라 서울시 음식물 폐수를 처리하는 난지물재생센터 인근의 대덕동 주민들에게는 교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실은 난지물재생센터로 인한 대덕동 주민들의 피해의식을 한층 더 깊게 만들었다. 송규근 고양시의원은 ”서울시가 중랑과 서남물재생센터 주변에 있는 주민들에게 두 곳 합해 약 5~6억원의 주민지원금을 교부해 왔던 것을 대덕동 주민들이 최근에 알게 됐는데, 이것이 주민이 들고 일어나는 촉매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난지물재생센터에서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침전물인 슬러지 수천 톤을 외부 공터에 버젓이 쌓아놓고 방치하고 있다. 이에 반해 나머지 서울시 소재 3개(탄천·중랑·서남) 물재생센터에서는 슬러지를 외부에 방치하지 않고 건조처리 혹은 소각처리한 후 김포매립지로 옮겨 매립한다. 외부에 방치하는 수천톤의 슬러지가 문제시 되는 것은 슬러지 속 환경오염성분이나 발암성분이 바람에 날려 인체에 해를 입힐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송원석 난지물센터주민협의체 위원장은 “마을의 암환자 유병률이 전국 평균의 10배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서울시 서대문구로부터 난지물재생센터 내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을 민간위탁 받은 E업체가 지난해 12월말 계약이 해지됐다. 따라서 E업체로부터 주민들이 받아오던 지원금 연간 약 5억원을 올해부터 받을 수 없게 됐다. 송원석 위원장은 “업체로부터 받은 지원금의 약 70%는 각 통장에 분배되고, 나머지 30%는 장학금, 마을의 사회단체 예산 등으로 쓰여진다”며 “하지만 지원금을 받는 것보다 주민들이 더 원하는 것은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의 완전폐쇄 혹은 지하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피시설의 지하화에 대한 대덕동 주민들의 염원이 커지게 된 계기는 2012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성 고양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고양시-서울시 상생발전을 위한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이 발표는, 서울시가 운영하지만 고양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서울시립승화원, 난지물재생센터 등 기피시설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주민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하지만 최성 시장과 박원순 시장이 합의해 발표했다는 이 공동합의문은 결과적으로 ‘보여주기식 행정’이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우선 2쪽 짜리에 불과한 합의문이 이를 뒷받침한다. 고양시와 서울시의 ‘소모적 대립과 갈등을 원활히 해소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이 공동합의문은 ‘서울시민과 동등한 혜택을 고양시민에 부여’,  ‘비정규직 채용 시 고양시민 우대’ 등만 명기되어 있을 뿐 근본적 해결에 대한 고민이 흔적이 없다. 그나마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볼 수 있는 ‘기피시설의 현대화 등 환경개선 중장기 추진’이라는 것도 있으나마나한 문구가 되어 버렸다.  

특히 ‘협력·지원 사항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공동실무협의회를 둔다’는 사항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실무협의회라도 제대로 구성해 정례화된 만남을 통해 고양시는 서울시에 이행을 촉구하거나 확인 감독해야 하는데 담당공무원 1~2명만 배치해 전달자 역할만 해왔다. 공동협의문을 맺은 2012년 5월부터 공동실무협의회가 가동되지 않다가 이재준 시장 취임 후 올해 5월 들어서야 기피시설 문제를 논의하는 ‘공동협의체’가 가동됐다.   

정판오 시의원은 지난 2월 시정질문을 통해 “상생공동문의 구체적인 이행여부나 강행규정이 없고 임의적이고 포괄적인 문건의 선언에 불과하며, 서울시의 이행여부에 따라 휴지조각에 불과한 협약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양시가 대단한 합의를 한 것처럼 언론에 홍보한 행위는 한탄과 눈물로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을 우롱한 처사였고, 고양시민을 바보로 만들었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2012년 5월 최성 시장과 박원순 시장이 발표한 공동합의문은 아무런 힘을 발휘 못하는 동안 서울에 있는 3곳의 물재생센터는 엄청난 액수의 투자계획 하에 현대화 사업이 가시화됐다. 특히 서울시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탄천물재생센터는 하수 처리 시설물 상부를 복개하고 그 위에 축구장과 실개천, 잔디마당, 산책로, 연못 등이 갖춰진 가족공원으로 조성됐다. 반면 고양 대덕동에 위치한 난지물재생센터에 대해서는 공동합의문 발표 이후 7년 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대덕동 주민들은 여전히 악취와 슬러지에서 흩날리는 먼지로 시달리고 있고, 여전히 창문을 닫고 빨래를 널고 있다. 

 

저작권자 © 고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