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발표가 눈앞에 닥쳤을 때, 누군가의 앞에서 내 주장을 펴야 했을 때, 내 마음을 드러내야 했을 때, 우리는 목구멍이 뜨끔거렸던 경험이 있다. 

표현했다가 혹시 망신 당할까봐, 가진 것을 확인하기가 겁나서, 우리는 그렇게 망설이다가 두렵다가 표현하기를 미루곤 한다. 

여기 온라인 커뮤니티 일산아지매 소모임 ‘행복한 만남’에서는 목구멍 걱정 따위 접어도 좋다.

 

주제를 놓고 토론 중인 최민애(좌), 유효순(우) 씨.

남미영(38세), 유민희(39세), 유효순(50세), 이수현(45세), 최민애(36세) 5명의 주부 회원들로 구성된 ‘행복한 만남’은 매주 목요일 10시 일산아지매가 운영하는 ‘더봄센터’에서 만나 2시간 동안 소통의 장을 연다.

책 두 권에서 발췌 글을 뽑고, 글 뒤에는 주제와 관련된 질문이 하나씩 던져진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원활한 소통을 위해 어떤 추임새를 사용하고 계십니까?’

‘당신이 생각하는 자존심이란 무엇입니까?’ 하는 식이다.

회원들을 위한 맞춤형 건강 상식은 덤이다. 만남은 ‘이번 주 좋은 글 추천’을 함께 소리 내어 읽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주 1회 2시간의 소통이 남미영(좌), 유민희(우)씨에게는 삶의 활력이 된다.

일상의 쉼표 하나 찍고 

“주제 하나를 깊게 생각할 여유가 사실 없잖아요.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2시간 동안 서로의 생각을 듣고 내 마음을 이야기하다보면 스스로 정화된다고 할까요? 개운한 느낌이 들어요.”

최민애 씨는 목요일의 만남이 며칠 여운으로 남아 일주일의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

“주제를 놓고 이야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로 넘어가더라고요. 시시콜콜한 주변 이야기부터 말 못할 고민까지, 이제는 서로 너무 잘 알다 보니까 스스럼도 없어요.”

지난해 7월부터 모임에 합류한 남미영 씨는 무엇보다 속 편하게 속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어 모임을 통해 위로를 얻는다.

“누구나 내 이야기와 고민에 귀 기울여 주기를 바라잖아요. 하지만 부모님, 남편, 친구에게도 쉽게 말 못하는 것들이 있어요.”

2015년 6월부터 ‘행복한 만남’을 이끌고 있는 유효순(50세) 씨는 회원들이 소통을 통해 공감하고, 위로와 치유를 통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4주차는 ‘행복한 만남’의 문화데이다. 회원들은 콧바람 쐬며 근교행을 감행하기도 하고, 해보지 못했던 소품 만들기에 도전할 때도 있다. 모임을 알차게 이끌고 싶은 유효순 씨 덕분이라는데, 회원들 역시 대만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행복한 만남' 회원들이 함께 만든 소품들.

스스로 인정하고 위로받고 치유 받으라

언어로 표현하는 것 외에 몸짓, 눈빛, 표정 등 비언어적 표현 모두가 스피치의 영역이라면, ‘행복한 만남’ 회원들은 다른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하는 스피치의 기본을 모두 갖췄다.

“잘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잘 말할 수 있다고 하잖아요. 남을 존중하는 태도, 사랑의 언어로 이야기를 담아내는 회원들 모두에게 백점을 주고 싶어요.”

유민희 씨는 ‘행복한 만남’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고 남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당신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이라는 주제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행복했던 순간을 잊고 살다가, 함께 이야기하면서 새삼 알게 되더라고요.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지금의 삶을 기쁘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수현 씨는 모임을 통해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중년의 버릇을 잊었다.

‘행복한 만남’이 2년 가까이 이어진 핵심은 남을 존중하는 태도와 진실성,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과 ‘사랑의 언어’를 쓰는 것이다. 공감과 사랑의 언어를 통해 완성되는 진정성 있는 소통이 떨어져 있어도 회원들 서로를 끌어당긴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줄 알면 행복해진다. 침묵으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첫눈처럼, ‘행복한 만남’의 시간들이 회원들 가슴에 조용히 쌓인다.

저작권자 © 고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