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보훈지청 제대군인지원센터 김동억
경기북부보훈지청 제대군인지원센터 김동억

[미디어고양파주]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수업을 하신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어떤 쟁점이 있을 때 다른 사람의 눈으로 사안을 바라보면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을 수 있으며, 결국 그것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나는 속으로 "누가 그걸 모르나? 만약 모든 사람이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행동한다면 개인 간의 갈등과 다툼이 있을 것이며, 국가 간의 전쟁이 있었겠는가? 그게 안되니까 인간인거지"라고 시니컬하게 생각하며 속세의 풍파를 겪지 않는 사람들의 관념적인 말이라고 치부한 적이 있다.

공무원이 민원인을 상대하면서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규제'이다. 보통 규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모든 국민 또는 특정한 범주의 사람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리를 제한하는 법령이나 지침 등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규제는 규제가 적용되는 국민에게 불편함을 끼치기도 한다.

이러한 규제는 한 번 설정이 되면 외부적인 큰 압력 없는 경우 그대로 존속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규제를 고치거나 폐지하는 경우 '리스크'가 발생하는 데 그 리스크가 어느 정도 될 지 가늠할 수 없으며, 공무원은 그 리스크를 부담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보상금 계좌 변경 절차를 기존의 방문, 팩스, 우편 접수뿐만 아니라 컴퓨터 공인인증서 접속을 통해서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하자. 만약 공인인증서 비번을 알게 된 제3자가 누군가의 보상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무단으로 보상금 계좌를 변경하여 보상금을 부정 수령했다고 치자. 그런데 만약 이런 것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다면, 선한 의도로 민원인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규제혁신을 추구했던 공무원은 많은 비난과 문책을 받을 것이다.

공무원이 민원인에게 '규정(규제)'을 적용하려고 할 때 많은 갈등이 발생한다. 왜 이러한 규정을 자기에게만 적용하냐며 항의하기도 하고, 이러한 규정에 대한 '합리성'에게 대해 반문하기도 하며, 심지어 심한 욕설을 내뱉기도 한다. 나 역시 심한 욕설을 하는 민원인을 상대하면서 앞서 언급한 선생님의 말씀처럼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그들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인만큼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면 규정의 문제점과 개선점이 어느 정도 인지되기도 한다(물론 민원 제기의 대부분은 '규정'의 잘잘못이 아닌 '수혜의 정도'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위에서 언급한 '역지사지'와 '리스크'는 '규제혁신'의 중요하고 핵심적인 키워드이다. 항상 국민의 입장에서 규제를 바라보는 것, 규제혁신에 대한 리스크를 감내하는 것, 그리고 규제혁신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것 등은 규제혁신의 중요한 원동력이다.

물론 이러한 원동력 확보는 규제혁신에 대한 문화가 조성되어 있고, 규제혁신에 대한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혁신을 추진한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공동으로 책임을 부담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을 때, 그리고 규제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직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보장할 때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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