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식사·덕이·삼송지구는 스마트도시로 조성이 완료되었고, 지축·향동·덕은지구는 스마트도시로 조성 중이며, 장항지구 청년스마트타운은 조성 계획 중이다”라는 고양시 스마트도시 추진현황을 들은 고양시민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스마트도시가 뭐지? 스마트도시로 명명되지 않은 신도시와의 차이는 뭐지? 내가 가보았거나 살고 있는 식사·덕이·삼송지구에서 뭐가 스마트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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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7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스마트건설 지원센터' 현판 제막식이 있었다.

우리는 ‘스마트도시’의 학문적 정의를 굳이 찾아보지 않더라도 ‘스마트’라는 용어에서 직관적으로 새로운 신기술이 많이 적용된 도시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이 신기술을 도시에 적용하는 목적과 과정은 나라마다 매우 다르다.

국토교통부의 『스마트도시 종합계획』에 의하면 우리나라 스마트도시 정책은 4차 산업혁명시대 경제성장에 필요한 기술개발의 테스트베드(실험공간)이며, 향후 기술수출의 대상으로 도시를 인식하고 있다.

반면에 선진 외국의 스마트도시는 환경문제 해결과 도시재생을 위해 신기술을 활용하는 도시이다. 기술과 도시 둘의 관계에서 어느 것을 중심에 놓느냐가 다르다.

스마트도시의 개념 (자료 = 국토교통부, 제3차 스마트도시 종합계획[2019-2023])
<스마트도시의 개념> (자료 = 국토교통부, 제3차 스마트도시 종합계획[2019-2023])

도시는 시민들이 삶을 영위하는 정주공간이다. 도시에서 기술을 중심에 놓으면 사람들의 정주환경을 왜곡시킬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1930년대부터 미국에서 자동차라는 새로운 기술을 중심으로 도시를 개발한 경우이다.

제너럴 모터스(GM; Genral Motors)가 처음 공표한 ‘자동차화된 미국(Motorized America)’이라는 비전하에 장거리 통행을 유발하는 도시교외화가 진행되었다. 기존 도심은 넓은 도로 건설을 위해 삶의 공간을 불도저로 밀어 버렸다.

우리는 미국의 도시계획이론을 받아들여 위성신도시 개발과 도심재개발을 활발히 진행해왔다. 저명한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 이후 미국의 자동차산업 중심의 도시개발은 교통, 환경, 양극화 등 여러 도시문제를 야기하는 주원인으로 비판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정책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은 다양한 기술을 가진 새로운 기업들이 GM의 위치를 차지하고 도로망 대신 디지털 네트워크가 유토피아로 데려다 준다고 우리를 몰고 가기 시작했다(앤서니 타운샌드, '스마트시티: 더 나은 도시를 만들다' 2018).

이 물결을 놓치지 않겠다고 기술에 종속되는 것이 스마트한 것일까?

앞서가는 스마트도시로 평가받는 암스테르담이나 바르셀로나에 가면 수백 개의 스마트도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기술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시민의 삶 위에서 이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형태로 스며들어 있다.

첨단 기술을 어디에 적용할 것인지를 고민하기보다는 필요 도시서비스(Use Case)가 무엇인지 찾는 것이 우선이다. 기술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이다.

중앙정부에서 기술 중심의 스마트도시를 만든다고 해서 고양시가 이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스마트도시를 만드는 작업은 국가가 아니라 도시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신현규.이광재 지음, '도시 이후의 도시' 2018).

고양시는 다른 도시보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적극적인 참여가 강점인 도시이다. 이 강점을 잘 활용하여 ‘스마트시민’이 주도하는 스마트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록펠러 재단은 스마트도시와 같은 신기술이 가난한 사람들을 뒤처지거나 더 나쁜 상황으로 떨어질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앤서니 타운센드, '스마트시티: 더 나은 도시를 만들다' 2018).

현재의 도시 양극화 문제가 기술 중심의 사회에서는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자와 활용하지 못하는 자로 더 극명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스마트도시에서 스마트시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이다.

스마트도시를 구현하기 위한 기초자료는 시민들이 제공하는 정보이다. 정보를 가진자가 도시를 통제하며 큰 권력을 가질 것이다. 이 권력을 특정 기술기업에 주지 말고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여 활용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고양 스마트시티에서는 정보제공자가 필요로 하는 스마트 서비스를 제안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운영되어야 한다. 즉, 고양시에서 만들어지는 스마트도시는 새로운 기술의 성과에만 심취하지 말고 그 기술이 도입되었을 때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스스로 검토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진정한 스마트 시민은 지역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어 필요한 도시서비스를 제안할 것이다. 또한, 실험 대상자로서 참여하며, 궁극적으로는 기술을 통해 도시들이 더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고, 결과를 공유·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런 ‘스마트 시민’들이 주축이 되는 도시가 진정 ‘스마트’한 도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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