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미국 독립기념일을 잘 보내고 다시 7월의 첫 주말을 맞이했다. 지난번 팰팍에서 사진관을 운영하시는 사모님을 오랜만에 찾아뵙고 인사드렸더니, 축하선물로 여권사진을 찍어주셔서 보라의 첫 여권을 만들기로 하였다.

보라의 첫 여권 / 아주버님, 재원과의 만남
보라의 첫 여권 / 아주버님, 재원과의 만남

보라가 자녀임이 분명하고 제출서류에 이상 없음을 엄마, 아빠가 선서한 후에 여권을 신청했다. 여권이 나오기까지 약 6주에서 8주가 걸린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인근 구청에서 신청하면 발급이 빨리 처리되는데 이곳 미국은 처리가 우리나라보다 많이 늦다. 
 
베이글로 아침을 먹고 훌러싱에 살고 계시는 아주버님(큰시누이 남편)과 요양원에서 지내시는 아주버님의 어머님을 만나 뵈러 갔다.

어르신은 올해로 93세가 되셔서 점점 기억도 희미해 지셨지만 딸과 나를 알아보시고, 보라도 바라보시며 이뻐하며 좋아하셨다. 아주버님께서 10월에 한국에 들어오신다고 해 그때 큰시누이와 가족들 모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딸에게는 처음 미국에 와서 학교생활 하는데 도움을 받으며 친해진 남자친구가 두 명 있다. 둘은 성은 다르지만 ‘재원’이라는 똑같은 이름을 가졌다. 오늘은 두 ‘재원’ 중에 훌러싱에 사는 재원이를 만났다. 재원이는 인스타속에서만 보던 보라를 너무 보고싶다고 해서 만난 것이다. 요즘 훌러싱에서 각광받는 건물의 지하 푸드코트에서 딸이 먹고 싶어 했던 마라상궈를 주문해 먹었다. 엄청나게 큰 지하 식당에선 코를 찌르는 여러 향신료로 만든 음식이 다양한 향기를 풍겼다. 여자친구의 딸인 보라를 어색하게 안아보는 재원이가 귀여웠다. 라스베가스에 있는 또 다른 재원이는 우리 보라를 언제쯤에나 안아보려나?

새로운 이유식 / 오버팩에서의 일요일 오후
새로운 이유식 / 오버팩에서의 일요일 오후

보라가 태어난 지 146일째인 7월 7일 일요일에는 쌀미음을 준비한 새로운 이유식을 보라에게 먹였다. 숟가락을 입 앞에 대니 조그만 입을 벌리며 잘 받아서 먹었다. 많이 흘리지도 않고 삼켜가며 먹는 게 아닌가. 보라의 성장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3일에 한 번씩 메뉴를 바꿔 영양을 공급해 줘야 하는데, 보라가 알레르기 반응 없이 뭐든 잘 먹고 소화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이유식을 먹이고 오후엔 오버팩공원에 나가 카약 선착장 앞 나무그늘 아래 자리 잡았다. 텐트와 돗자리를 펴고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거기서 낮잠도 자고 준비해간 냉커피와 간식도 먹으며 놀다가 돌아오니 집안은 너무나 더웠다. 보라는 집에 돌아와 뜨거워진 몸을 수영을 하며 식혔다. 그동안 나와 딸은 저녁 준비를 해서 식사를 했다. 다시 월요일을 시작해야 하는 딸과 사위는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조셉 정 선생님 진료 / 데이케어 2시간 체험
조셉 정 선생님 진료 / 데이케어 2시간 체험

 
7월 9일 화요일엔 딸이 산부인과 정기검진이 있는 날이다. 딸은 집에서 일하다가 예약시간에 맞추어 조셉 정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선생님은 보라를 보시고는 “어쩜 이리 머리숱이 많으냐”고 말하며 반겨주셨다. 선생님과도 간호선생님들과도 사진을 남기며 “이제 둘째 나으면 그때 또 뵙자”고 인사하고 나왔다.

병원에서 나와 보라를 데리고 8월 1일부터 다녀야하는 Little Star's 데이케어로 갔다. 2시간 동안 보라를 맡기기 위해 들어서니 수잔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선생님은 보라를 품에 안고서는 방긋 웃으며 좋아했다. 점심식사 후라서 아가들이 모두 낮잠을 자는 시간이어서 작은 음악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집으로 온 딸과 나는 뭔가 이상한 기분과 허전함을 느꼈다. 148일 만에 둘만의 2시간을 딸은 일을 하고 나는 반찬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2시간 후에 보라를 데리러 가니 먹지도 잠을 자지도 울지도 않고 잘 놀았다면서 담당선생님인 윌마 선생님께서 말했다.

그 때 낮잠을 자고 있던 아가들이 모두 깨어서 붙잡고 서서 막둥이로 들어 올 보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아가들의 모습이 너무도 귀여웠다. 선생님으로부터 보라를 받아 차에 태우고 집에 돌아오니 보라는 그때서야 모유를 먹고는 잠이 들어버렸다.

이제는 이유식도 시작했으니 데이케어 가기 전까지 열심히 먹는 연습도 시키고, 되도록 12시부터 2시까지 낮잠시간도 연습시켜야 할 숙제가 생긴 것 같다. 하지만 생활 패턴을 갑자기 바꾸긴 힘들 것 같다. 

보라의 5개월 인증샷
보라의 5개월 인증샷

보라가 태어난 지 150일이 된 7월 11일과 5개월이 된 7월 12일에 기념사진을 남기려 열심히 동영상과 사진을 찍었다. 오전에 찍어 직장에서 일하는 딸과 사위에게도 전송해 주었다.

금요일 퇴근하고 돌아온 사위와 함께 치과의사인 디도 형이 새로 건물을 사서 2번째 진료소를 마련한 개업식에 초대되어 축하해 주려고 갔다. 기존에 운영하던 의사선생님이 75세로 그만두시게 되어 그대로 인수하여 약간 수리 후 시작 한다며 2곳의 병원을 각각 시간 배정하여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계셨다.

치과 개업식에서
치과 개업식에서

오늘도 이곳에서 LA갈비와 돼지고기 구이, 샐러드, 떡, 과일, 김치 등 많은 음식들이 차려져 축하해 주러 오신 손님들에게 대접해 주셨다. 우리는 흰벽 한 켠에서 보라의 5개월 기념 가족사진을 찍고는 후한, 네리스 부부와 앤디 민 부부, 선권씨네 부부를 오랜만에 만나 인사 나누고 8월에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내년에 다시 오면 만나자며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어느새 7월 중순이다. 3번의 토요일만이 남아 있다. 아이들과 3번의 주말을 보내고 2번을 데이케어에 아침, 저녁으로 데려다주고 데려오면 나는 짐을 꾸려 떠나야 한다.

여권사진과 엎드려 우유먹기 달인
여권사진과 엎드려 우유먹기 달인

보라는 요즘 또 엎드려 자면서 주는 젖병이나 모유도 빨아 배를 채우는 신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앉아 먹이려면 발버둥과 손으로 탁탁 치면서 거부를 하여 정말 기발한 자세로 배를 채우는 습관이 들어버렸다.

하지만 트림도 잘하고 토하거나 하지 않기에 일단 먹여 보고 있다. 밤잠은 중간에 한번 깨고는 모두 10시간쯤 자고 낮잠과 이유식을 오전, 오후에 2번으로 차츰 차츰 살이 올라가는 것 같다. 호되게 정체기를 지나고 나서 더 커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사위가 내일은 야외 콘서트를 보러 가자고 한다. 콘서트를 대체 얼마 만에 가보는 건지? 일단 내일도 그을려서 올 생각하고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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