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6월 마지막주 토요일, 작년에 결혼해 브룩클린에 살고 있는 조카부부가 우리를 초대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서둘러 새우만두와 김치만두를 준비한 후 브룩클린 브릿지를 건너서 조카부부 집에 도착하니 조카부부와 마야가 반겨주었다.

브룩클린에 사는 조카집 방문
브룩클린에 사는 조카집 방문

마야는 조카부부가 입양한 유기견이다. 마야를 포함해 이들 셋이 아담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살고 있었다. 방 2개와 거실, 키친, 화장실이 있는 집이었다. 특히 작은 베란다가 앞쪽에 있어 메리골드가 화분에서 꽃을 피우고 있었다. 토마토 모종에도 꽃이 피어 있어 집을 더 예쁘게 만들었다. 마야는 정말 순해서 보라와 함께 사진도 찍었다. 보라를 마야 등에 앉혀보기도 했다.

베이커리를 잘하는 조카는 KFC에서 맛보던 비스킷에다 고추장 버터 소스로 색다른 맛을 만들어냈다. 도너츠, 수박 샐러드, 이탈리안식 오븐 오믈렛 Frittata(프리타타), 브랙퍼스트 소시지도 만들어냈다. 나는 조카사위가 밤새 내린 아이스 콜드블루까지 2잔이나 마셨다. 처음으로 조카부부에게 근사한 브런치 접대를 받은 셈이다. 

조카부부는 어제 친구 결혼식이 있어 뒷풀이하고 새벽 3시에 들어와 피곤했을 터였다. 그런데도 일찍부터 여러 음식을 준비하였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 고마웠다. 조카사위도 함께 만들며 뒷정리까지 함께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작년엔 조카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미국의 가장 동쪽 끝이라는 햄튼이란 곳을 갔다. 조카사위가 자랐던 집 마당에서 영화 속에서만 보았던 미국결혼식을 2박 3일에 걸쳐 참석했었던 기억이 난다. 

여행을 좋아하는 조카부부는 결혼 1주년 기념으로 포루투갈로 여행 다녀왔는데, 우리는 여행 당시의 영상과 사진도 보았다. 보라는 이모, 이모부와도 잘 놀고 잠깐 낮잠도 잤다. 우리는 밀린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뉴저지에 사는 사위의 아는 치과의사인 형 집에서 바비큐파티 초대가 있어 우리는 아쉬운 맘을 달래며 조카부부와 헤어졌다.  

바비큐 파티와 오버팩공원 산책
바비큐 파티와 오버팩공원 산책

초대해 준 친구는 우리를 위해 많은 음식을 준비했다. 직접 만든 엠빠나와 딸이 좋아하는 아르헨티나식 피순대인 모르시샤도 처음 먹어보았는데 우리 순대와는 조금 다르지만 쫀득하고 맛이 매우 좋았다. 소갈비 한 짝을 사서 아침부터 은근하게 구워준 소갈비 바비큐구이의 맛은 일품이었다. 옥수수와 고구마 구이까지 정말 잘 먹었다. 

초대해  준 친구는 파라과이 태생으로 아르헨티나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고등학교 때 이곳 뉴저지로 와서 치과의사로 활동하시는 분이셨다. 여름이면 꼭 초대하여 함께 바비큐를 한다고 했다.

할머니, 엄마, 아빠가 음식을 먹는 동안 보라는 2층 게스트룸 침대에 누워 잠을 자주었다. 또 이렇듯 바쁜 토요일을 보내고 6월 30일 일요일에는 오랜만에 오버팩공원에 나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했다. 

보라의 140일과 독립기념일 삼겹살파티
보라의 140일과 독립기념일 삼겹살 파티

보라와 함께 많은 외출도 하며 지냈던 6월 한 달도 어느새 가버렸다. 이제 뜨거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이 왔다. 7월 첫째 날은 보라가 140일째 인데 요즘은 어찌 바로 누여두면 두 발을 두 손으로 잡고는 한참을 놀다가 엄지 발가락을 입에 넣고 빨기도 한다. 잠이 들 때 즈음이면 보라는 양쪽 엄지손가락을 번갈아 가며 입에 넣고는 빨아본다. 그러다가 자기가 마음에 드는 손가락을 고르고 빨다가 편한 자세가 되면 엎드려 잠에 빠져든다. 

보라가 처음 맞는 4th of July(독립기념일) 아침 우리는 서둘러 STOKES STATE FOREST 라는 곳을 찾아 작은 호숫가 나무그늘이 무성한곳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옆 테이블에서 남미 가족이 틀어 놓은 남미음악을 함께 들으며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테이블에서 삼겹살을 구워 상추쌈 싸서 점심을 먹었다. 남미 사람들은 야외에 나오면 커다랗게 음악을 틀어 놓고 춤도 추면서 즐기는 모습이 정말 열정적이고 흥이 많은 민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Vessel전망대에 올라
Vessel전망대에 올라

금요일이 연휴에 포함되지만 딸은 오전에 사무실로 갔다. 사위가 일하는 치과에서 내가 보라를 보는 동안 딸은 출산 후 처음 스케일링했다. 치과를 나와 Vessel전망대를 향했다. 용도 폐기된 고가 철로에서 공원으로 재탄생한 하이라인 공원은 2006년 착공해 2009년, 2011년, 2014년에 각각 구간별로 완공된, 9m 높이에 총 길이 2.4km인 공중의 정원이 조성된 공원이다.

우리는 뉴욕의 하이라인 공원으로 올라갔다.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과 함께 걸어서 이번엔 2주전에 예약해둔 3시 30분 타임에 맞추어 Vessel 전망대에 입장해 한층씩 걸어 올라갈 수 있었다.

Vessel 전망대 안의 계단이 모두 2500개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원통형 계단이었다. 그렇지만 150피트(45.72m) 정상을 한쪽으로 해서 한층 한층 구경하며 오르니 힘들지는 않았다. 요즘 보라가 잘 먹지 않아 가벼웠기 때문인지 띠도 메지 않고 안아서 올라갔다. 전망대 꼭대기에선 바람도 시원하게 불었고 여기저기 사진을 찍느라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전망대에서 왼쪽에는 퍼포밍아트센터인 더 세드가 있었고, 뒤쪽에는 명품 백화점 니만마커스등이 입점한 대규모의 쇼핑몰과 허드슨강 건너로 뉴저지가 보였다. MTA 웨스트사이드 지하철 차량기지와 한달 전 개장한 에퀴녹스 호텔의 중간층 야외수영장에선 수영을 하며 선탠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다음에 올 때는 허드슨야드에서 허드슨 강변쪽의 하이라인을 끝까지 걸어 보아야겠다.

Vessel전망대 전경 사진
Vessel전망대 전경 사진

내려올 때는 전망엘리베이터에 탑승할 수 있어 편하게 내려왔다. 뒤에 있는 쇼핑몰도 들어가 미술작품 전시회도 보았다. 빌딩 분양사무실 부스에도 들어갔다. 건물의 배치도 조감도와 360도 스크린 터치뷰로 집들을 구경했다. 통유리로 둘러싸인 집으로 맨하탄에서 뉴저지쪽을 바라보는 야경은 정말 근사해 보였다. 눈요기 잘하고 이곳저곳 열심히 다녔던 우리는 버스타고 무사히 귀가했다.

뜨거운 태양과 기온은 33도 그 이상이지만 습기가 없었다. 매주 주말마다 외출을 하니 그을려 점점 피부가 검어지고 있다. 2차 예방접종 후 모유에 분유를 조금 혼합해 먹였던 보라에게 일요일부터는 첫 이유식을 시작하려 한다. 보라에게도 작은 밥숟갈과 이유식 용기가 생겼다. 엄마젖과 우유병만 빨던 보라가 어느새 숟가락으로 떠 먹여야하는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보라가 과연 잘 먹을지, 은근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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