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본지 주최로 개최된 토론회는 이러한 창릉 3기 신도시 반대 여론과 반대 논리를 깊게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16일 본지 주최로 개최된 토론회는 이러한 창릉 3기 신도시 반대 여론과 반대 논리를 깊게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미디어고양파주] 창릉 3기 신도시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하지만 ‘고양의 기회’라는 측면보다는 ‘일산의 위기’라는 측면이 더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지난 5월 7일 창릉 3기 신도시 발표 이후부터 철회를 요구하는 8차에 걸친 집회가 있었고, 앞으로도 집회는 쉽사리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창릉 3기 신도시를 찬성하는 이재준 고양시장과 고양시의회 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일산 주민들의 반감은 커지고 있다. 

16일 개최된 ‘3기 신도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는 이러한 창릉 3기 신도시 반대 여론과 반대 논리를 깊게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미디어고양 주최, 고양자치발전시민연합 주관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창릉 3기 신도시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에서 ▲환경 문제 ▲자족기능 부족 문제 ▲교통 악화 문제 ▲집값 하락 문제가 주로 논의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수택 정의당 고양시병 지역위원장, 길종성 일산대책위원회 상임대표, 박용호 자유한국당 파주시갑 당협위원장, 이현영(닉네임 ‘정발고사모’) 일산연합회 상임대표 등이 발제를 맡았다. 이날 토론회에는 신기식 고양자치발전시민연합 상임대표와 고양시의회 한국당소속 시의원들, 그리고 특별히 부동산 전문가로 알려진 김현아 국회의원(비례대표)도 참석했다. 이날 펼쳐진 토론회 내용을 정리한다. 

먼저 발제를 맡은 박수택 정의당 고양시병위원장은 일산신도시 개발 이후 고양시 도시개발의 역사 전반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견지했다. 

박 위원장은 “1990년대 중반 일산신도시 개발 이후 주변으로 화정지구, 행신지구, 중산지구, 식사지구, 삼송지구, 탄현지구 택지개발이 이뤄져 고양시의 도시 비율이 높아졌다”며 “만약 일산신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개발되지 않고 농업지역과 녹지공간으로 남아있었더라면, 일산신도시는 쾌적한 전원도시로 알려져 일산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고 도시의 품격이 올라갔을 것이다. 그런데 일산신도시 완성 이후 대규모 택지개발뿐만 아니라 빌라 단지가 난립하고, 공장, 창고 등이 들어서면서 이른바 '기생개발'로 인해 생활환경이 악화되고 도시경관이 훼손됐다”고 말하며 고양시의 무분별한 개발을 비판했다.   

또한 “문제는 이런 난개발로 인해 도시 품격이 낮아졌다는 것을 고양시가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한 책임은 고양시 집행부뿐만 아니라 역대 국회의원과 시의원, 도의원도 져야 한다”며 책임론을 내세웠다.  

환경 : 그린벨트 해제는 문 대통령 ‘생태계 보전’ 공약과 배치    

박수택 위원장은 특히 그린벨트를 풀어 개발하는 3기 신도시가 야기할 환경문제에 대해서 짚었다. 기후변화 시대가 도래한 지금은 도시개발을 억제하고 도시의 숨통 역할을 하는 남아있는 그린벨트 지역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박 위원장은 “그린벨트 제도는 도시 팽창으로 인해 시민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자는 제도다. 그런데 지난 수 십 년 동안 국내 그린벨트 지역이 조금씩 줄어들었고 창릉 지구의 그린벨트도 사리지게 될 상황에 처했다”며 “그동안 신도시를 만들면서 바람길을 내어주던 그린벨트가 차츰 사라지자 반대급부로 도시열섬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개발이 심화됨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도시의 숨구멍 역할을 하던 자연녹지지역은 줄어들고 뜨거운 열에 휩싸이는 공간은 늘어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내비쳤다. 이어서 “부천 대장지구가 신도시로 지정되자 환경파괴를 우려한 부천의 시민단체 ‘대장들녘지키기 시민행동’은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시민의식이 높은 고양시의 기존 시민단체도 이즈음해서 3기 신도시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한 3기 신도시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집 290페이지에는 ‘생태계 보전을 국정의 우선순위로 삼겠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인천 계양,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지역 대부분은 멀쩡한 그린벨트였다”는 것이다.   

자족시설 : 그동안 자족기능 부재, 정치인과 지자체 잘못 커  

전 바른미래당 고양시정 위원장이었던 길종성 일산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그동안 고양시의 자족시설이 미비에 대해 지적했다. 길 상임대표는 현재 일산동구청 앞에서 창릉 3기 신도시 철회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주도하고 있다. 

길 상임대표는 “1994년 일산과 2019년 일산을 비교해봤을 때, 자족시설이 없다는 점에서는 전혀 변하지 않은 반면 교통과 주거환경은 훨씬 나빠졌다. 자족시설이 들어서야 할 킨텍스 지원부지만 하더라도 자족시설은 없고 호텔, 놀이시설, 주상복합 아파트만 들어섰다. 일산은 자족형 도시로 전혀 발전하지 않고 소비형 도시에만 머물러 있다. 나를 포함해 고양지역을 거쳐간 정치인과 역대 고양시장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길 대표는 외국과 한국의 신도시 조성을 비교하며 정치인들의 조급성도 지적했다. “외국의 경우 하나의 신도시를 계획부터 건설까지 이뤄내는데 30년이라는 장기간이 걸리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정치인들의 공약에 대한 강박 때문에 임기 동안 이뤄낼 수 있도록 공사기간을 줄이기까지 한다. 현재의 지역민이나 미래의 후손들을 생각하지 않고 도시계획을 하는 실정이다. 이번 정부도 1기 신도시의 교통대책이 미흡하고 2기 신도시 조성 자체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3기 신도시를 발표해 주민의 반대와 주민 간 반목만 낳고 있다. 1기 신도시에도 자족시설이 없는데 창릉 3기 신도시에 자족시설이 들어선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운정신도시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3기 신도시 개발의 성급함도 언급됐다. 박용호 자유한국당 파주갑 당협위원장은 “운정신도시 3지구는 이제야 터닦기 개발 중에 있다. 이곳에 창릉 신도시 규모와 유사한 약 4만 세대가 들어선다. 그런데 서울과 가까운 창릉에 이와 유사한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은 머리가 있는 사람이 만든 정책인가 싶다”고 말했다.   

믿었던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반감도 언급됐다. 길종성 상임 대표는 “고양시에서 국토부 장관과 부총리를 배출됐기 때문에 고양시민들은 ‘이들이 고양시 발전을 견인할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감을 가졌는데, 상황은 전혀 기대대로 전개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시민 스스로가 각성해야 한다. 거창한 공약을 기대하기보다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현해나가는 것을 중시해야 한다. 그래서 1기, 2기의 신도시 여건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하는 3기 신도시는 반드시 철회되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 : 수많은 교통 계획과 공약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 낮아 불신감 팽배  

박용호 자유한국당 파주갑 당협위원장은 위에서 언급한 자족기능이 없다면 서울로 통하는 교통의 기능이 중요시되는데, 이에 대한 교통 역시 열악함에 대해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교통문제 해결이 없는 신도시는 감옥이다. 교통은 몸의 혈관과 같아서 건강한 신도시를 위해서는 건강한 교통이 필요하다. 그런데 1, 2기 신도시는 동맥경화에 걸려 있는 것처럼 교통이 꽉 막힌 섬이 됐다. 그렇다면 섬에서 먹고 살 수 있게 자족시설, 일자리, 교육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제2자유로 인터체인지(IC)들은 자유로, 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직결하지 못하고 회전교차로를 통해 진출입을 하게끔 설계가 변경되어 출퇴근 시 엄청난 정체로 사용이 불가한 지경”이라는 불만을 말했다.  

지역 정치인들이 지금까지 말한 수많은 교통 계획과 공약에 대한 불신도 언급됐다. 박수택 위원장은 “이재준 고양시장의 5대 공약 중 하나인 고양 장항지구에서 서울 원지동까지 대심도로 연결한다는 이른바 '아시안 하이웨이'는 김현미 장관의 최근 발언에 나타난 대심도 계획과는 엇박자”라며 “김 장관이 7월 10일 대정부질문 답변으로 내놓은 고양시 대심도 계획은 자유로에서 강변북로까지를 연결하는 대심도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앞으로 GTX, 경의선, 3호선, 고양선 등의 철도를 확충하면서 이 같은 대심도에도 투자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런 교통망을 위한 돈은 어디에서 나오는가”라며 교통계획 실현에 대한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3기 신도시가 고양시 최대 이슈라는 점을 반영하듯 이날 토론회에는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방청객들이 찾았다.
3기 신도시가 고양시 최대 이슈라는 점을 반영하듯 이날 토론회에는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방청객들이 찾았다.

집값 하락 : 강남과 서울 집값은 오르고 일산 집값은 내려… ‘명분상실’  

이현영 일산연합회 상임대표는 3기 신도시 정책을 ‘위법하고 부당한 정책’이라고 규정하고 그 이유를 조목조목 내세웠다. 우선 ‘위법’하다고 한 이유는 ▲사전도면 유출 ▲정부 주도의 기획 부동산사업 ▲헛된 교통 공약을 꼽았다. 

이 상임대표는 “3기 신도시는 사전도면이 유출된 지역으로 각종 비리와 특혜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정부는 사전도면 유출된 원흥지구는 철회했고 화전지역을 3기 신도시에서 제외한다고 정식 발표 했다. 그런데도 이후에 발표된 창릉 3기 신도시 지역은 유출된 사전도면과 3분의 2가량이 겹치고 있다. 제보에 의하면, 해당 토지를 고위 국가공무원들이 소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강제수용되는 그린벨트 지역은 헐값으로 정부에 의해 수용되고, 정부는 해당지역에 대한 값을 다시 부풀려서 되판다는 점에서 창릉 3기 신도시 개발은 정부주도의 기획 부동산사업”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3기 신도시를 개발함에 따라 계획된 고양선은 예비타당성 면제를 놓고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간의 의견 조율 없이 이견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추진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며 “결국 그 동안 발표된 각종 교통계획이 헛된 공약이 될 수 있고 헛된 공약으로 주민들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상임대표는 3기 신도시의 부당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강남과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3기 신도시를 발표했는데, 오히려 강남과 서울 집값은 상승하고 있다. 도리어 3기 신도시 주변 지역의 집값만 하락시키고 매매절벽에 이르게 했다. 정당성과 명분이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상임대표는 또한 “3기 신도시는 지역 간 잔인한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 일산의 아파트 가격은 분당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인데 3기 신도시 발표로 서울 집값이 올랐고 이어서 분당, 하남, 과천의 집값 상승도 견인하고 있다.  반면 일산은 서울 접근성은 떨어지고 구도심에 대한 재생노력이 없으며 악성 미분양을 해결하지도 못한 상황인데 창릉 신도시라는 핵폭탄까지 맞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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