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고양시의회가 10일 진행한 시정질문의 핵심 사안은 단연 ‘창릉 3기 신도시’였다. 원래 지난달 18일 열리기로 한 시정질문이 이날 열린 것도 창릉 3기 신도시를 둘러싼 고양시의회 내 정치적 힘겨루기 때문이었다. 

창릉 3기 신도시 발표에 따르는 여러 가지 문제가 이날 시정질문을 통해 고양시의회에서 공론화됐다. ▲고양시의회와 사전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 ▲3기 신도시 개발 도면 유출 ▲일산 주민들의 서울 출퇴근에 따른 교통 불편 가중 ▲기존 일산신도시의 슬럼화 우려 등 다각도에서 3기 신도시의 문제점에 대해 시정질문을 쏟아냈다. 

10일 진행된 고양시의회 시정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이재준 고양시장.
10일 진행된 고양시의회 시정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이재준 고양시장.

정부의 일방적 신도시 개발에 ‘지역’은 없다    

이번 시정질문을 통해 우선 창릉 3기 신도시가 중앙정부 주도 하에 지역에 일방적으로 강제하고 있고, 이에 따른 피해 역시 지역주민들이 감내해야 함에도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아무런 현실적 대안이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박현경 시의원은 “창릉 3기 신도시 발표 전에 집행부는 의회와 논의한 바가 전혀 없었다. 일산에 사는 많은 시민들은 창릉 3기 신도시 정책을 국가의 대승적 주택사업이니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감내할 수 있을까”라며 “중대한 국가정책을 실행할 때는 보다 더 신중히 시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함이 당연한데도 이번 3기 신도시 발표는 이런 점에서 큰 오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재준 고양시장은 공공주택 특별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시장은 “공공주택 특별법 제9조는 (정부의 공공주택 사업에 대한 ) 주민청취를 위한 공보 전까지 비공개로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57조에는 사전에 누설할 경우 5년 이하의 지역, 5000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서 “(발표 직전 신도시 지정) 사실을 알았던 집행부의 사람은 시장을 포함해 4명밖에 없었다. 4명 모두 보안각서를 썼고 지역 국회의원들까지 3기 신도시를 발표하는 당일 오전 9시까지 알리지 못하도록 했다”고 대답했다. 

투기성 밝히기 위한 전수조사는 개인정보침해? 

이날 시정질문에서는 지난해 유출된 도면이 올해 5월 발표된 창릉 3기 신도시 도면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도면 유출을 전후 해 창릉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곳의 토지거래가 급증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심홍순 시의원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창릉신도시 중심부인 용두동과 화전동은 올해 1월부터 5월 발표 직전까지 총 44건의 토지 거래가 있었는데, 이 중 25건이 개발제한구역에서 있었다”며 “개발제한구역은 규제가 많아 보통 투자를 꺼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이한 현상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화전동은 지난해 전체 토지 거래가 130건으로 2016년 88건, 2017년 74건 등과 비교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만약에 이 거래가 투기로 판명되고 투기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3기 신도시 창릉지구 지정은 정부가 사실상 투기 세력을 방조한 셈이 된다”며 “3기 신도시 지정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또한 창릉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곳의 토지거래를 전수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는 국토부의 해명을 빌어 투기라고 주장할 만한 근거가 없으며, 개인정보 침해라는 이유를 들어 전수조사가 어렵다고 답변했다. 위관현 고양시 도시계획과장은 “도면 유출 지역의 일부가 창릉 3기 신도시 지역과 중첩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국토부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실제 부동산 거래건수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며 뚜렷한 시장 변화 요인이 적어 신도시 지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토지거래 전수조사에 대해서도 “토지거래를 전수 조사하는 것은 개인정보 침해가 우려되어 수사기관이 아닌 시 차원에서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박현경 시의원이 이재준 시장에게 창릉 3기 신도시 관련 시정질의를 하고 있다.
박현경 시의원이 이재준 시장에게 창릉 3기 신도시 관련 시정질의를 하고 있다.

“슬럼화된 일본 다마신도시 전철 일산도 밟을까” 우려  

창릉 3기 신도시로 인한 또 하나의 우려는 기존 일산신도시의 슬럼화다. 이날 시정질문을 한 시의원들은 슬럼화가 진행된 일본의 다마신도시를 예로 들어 일산신도시도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경 시의원은 "3기 신도시는 수도권 도시전체의 공간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집값 하락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 1기 신도시의 쇠퇴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공동화 현상은 국토 도시계획 차원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일본 다마신도시가 인구변화를 읽지 못하고 역행해 공급에만 집중하다 실패한 전철을 고양시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홍순 시의원도 "1기 일산신도시 롤모델이었던 일본의 다마신도시도 노후화를 넘어 슬럼화까지 진행되고 있지만 집값이 크게 떨어져 재개발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며 "고성장과 인구 팽창 시대의 산물인 신도시가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는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는 구체적인 전략과 계획 수립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남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교통개선과 자족시설 확충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것만 언급했다. 위관현 고양시 도시계획과장은 “성남의 판교와 분당 성공 사례가 있다. 판교 신도시 발표 당시 서울에 가까운 곳에 신도시가 조성됨에 따라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분당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또한 판교 신도시는 대규모 자족용지가 매각되지 않아 유령도시가 된다는 우려가 컸지만 지금은 교통, 일자리, 문화가 어우러져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서 “창릉 3기 신도시 교통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고양시는 국토부, LH와 함께 TF팀을 광역교통개선 용역을 착수해 실효성이 있는 대책을 만들어낼 것이다. 창릉 3기 신도시 개발로 일산 신도시가 소외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일산신도시와 창릉신도시 간의 시너지로 고양시가 경기 서북권의 대표일자리 도시로 발전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신도시 먼저 발표하고 나중에 대책 마련은 신뢰 얻기 어려워”  

창릉 3기 신도시가 야기하는 가장 큰 현실적 문제는 서울로 향하는 교통의 악화다. 엄성은 시의원은 “서울로의 접근에 대한 교통대책이 없는 창릉 신도시는 반드시 원점에서 재검토 되어야 한다”며 “고양선은 지하철이라고 하지만 사업비가 1000억원이 초과하기 때문에 예타 면제 없이 추진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뿐만 아니라 새절역에서 경전철인 서부선과 연결되려면 경전철과 타입이 같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에 따라 직결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박현경 시의원은 “3기 신도시 발표 후 시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국토부의 대안은 시민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베드타운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염려하고 문제 삼는 시민들에게 큰 실효성이 없는 검단~인천을 연계하는 GTX 노선을 제시했다. 이러한 졸속 대책을 비판하는 여론이 있자 또 후속으로 국토부는 전문가 100명과 연구용역을 통해 광역교통개선대책과 자족기능 강화방안 등을 수립한다고 한다. 이렇게 선 발표 후 대책은 시민들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위관현 과장은 “3기 신도시 입주는 2025년 이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고양에서 은평, 서대문, 마포, 영등포 등 서울 서북권 통행량은 서울 전체 통행량의 51%를 차지하는 가운데 경의선과 3호선을 타고 출퇴근 하는 것은 여전히 불편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고양선, GTX-A노선, 대곡 소사선 등 현재 계획된 교통 계획이 조기에 착공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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