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고양시의회가 의회와 의원의 중요한 권한인 '시정질문'을 표결을 통해 스스로 박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19일 표결 끝에 '의사결정변경 동의안'이 '찬성 10명, 반대 21명, 기권 1명'의 결과가 나옴에 따라 고양시의회의 중요한 권한인 시정질문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 됐다. 이날 시정질문은 3기 신도시의 문제점에 대해 질의하는 한국당 의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3기 신도시를 묵인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시정질문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한국당 소속의원들은 의사일정을 변경해 시정질문을 하려했으나 좌절됐다. '의사일정변경 동의의 건'을 대표발의한 심홍순 시의원은 제안설명을 통해 "이 안건은 6월 18일 예정됐던 2차 본회의 일정을 소화하지 못함에 따라 6월 24일 제3차 본회의에 시정질문을 상정하는 사안"이라며 "제1차 본회의 날인 6월 17일 6명의 시의원이 시정질문을 했지만 제2차 본회의날인 18일 8명의 시의원의 시정질문이 이뤄지지 않고 유예됨에 따라 제3차 본회의를 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표결 끝에 이 안건이 부결되자 방청석의 3기 신도시 철회를 주장하는 주민들은 격분해 고성을 내질렀다. "우리는 듣고 싶다", "우리의 의사를 반영해야 할 저 사람들이 시의회 의원들이 맞느냐.", "여기가 공산주의 국가냐" 등의 목소리가 고양시의회를 향해 내질러졌다.
이날 박시동 정의당 소속 의원은 "1년에 시정질문을 4~5번 정도 하는데, 시정질문은 어느 당에 속해 있건 어느 지역구이든 상관없이 시의원들에게 주어진 중요하고 신성한 권리이며 책임이다. 우리 시의원들은 시정질의를 통해 시장의 시정방향과 정책을 들을 권리가 있다. 오늘 의원들간의 공유해야하고 절대 침해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권리를 포기한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결국 고양시의회가 창릉 3기 신도시 반대 여론을 포용하지 못하며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며 파행으로 치달은 셈이다. 이러한 사태는 전날일 18일에 이미 예견됐다. 18일 오후 10시 열리기로 한 232회 고양시의회 2차 본회의는 시의회 3기 신도시를 묵인하는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끝내 열리지 못했다. 고양시의회는 민주당 의원 20명, 한국당 8명, 정의당 4명, 무소속 1명 등 총 3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8명 고양시의원들이 이재준 고양시장에게 시정질문을 하기로 했으나, 한국당 시의원 7명(김완규 의원 제외), 정의당 의원 3명만 본회의장에 입장하고 이재준 고양시장, 이윤승 고양시의장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20명, 무소속 의원 1명, 정의당 의원 1명이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본회의가 진행되려면 33명의 시의원 중 17명 이상이 본회의에 참석해 성원이 이뤄져야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은 표면적인 이유는 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가지고 들어온 ‘3기 신도시 철회하라’는 피켓이었다. 민주당의원들은 이 피켓을 본회의장에 노출할 경우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겠다고 주장했고, 한국당은 의회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한 피켓을 3기 신도시에 대한 의사표현으로서 피켓을 내리지 않겠다는 주장을 했다. 이러한 양당 간 대치가 계속되는 한편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들이 모종의 협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피켓을 본회장에 노출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민주당과 한국당의 대립은 이날 늦게까지 하루 종일 이뤄지며 본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표면적인 이유와는 달리 민주당 의원들이 ‘3기 신도시’를 논의하는 것 자체에 대해 큰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시정질문을 통해 3기 신도시 철회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박현경, 심홍순, 엄성은 등 3명으로 모두 한국당 소속 시의원이다. 이들 3명의 한국당 의원들의 시정 질의 내용은 도면유출, 베드타운 가속화, 집값 하락 등 3기 신도시의 문제점과 고양시의 무비판적인 수용을 비판하는 날선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한국당의 이홍규 시의원은 “‘3기 신도시 철회하라’는 피켓이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명분이 될 수 없다. 피켓은 핑계일 뿐이고, 3기 신도시 논의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소속의 박현경 시의원은 “한국당이 3기 신도시 반대 시민들을 동원했다느니, 3기 신도시 반대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주장하는데, 우리는 시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일을 최대한 하고 있을 뿐”이라며 “신도시 반대와 관련한 질문을 시장과 집행부를 겨냥해 하는 것이지 민주당을 겨냥해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렇게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결국 시 집행부와 같은 몸이라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다. 이것은 시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시의회 의원으로서 옳지 않은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고양시의회 본회의장 앞에는 3기 신도시 철회를 주장하는 주민들이 이날 아침 7시30분부터 모이기 시작해 농성을 벌였다. 일산신도시연합회 소속의 이들 주민들은 6차에 걸친 집회를 벌여오면서 이재준 고양시장과 민주당 시의원들이 3기 신도시 반대 목소리를 외면한 것에 대해 분노가 고조된 상태였다. 이날 농성을 벌인 한 주민은 “고양시장이 신도시를 반대하는 주민과 소통의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도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날 본회의장 앞에서 적잖은 소동도 벌어졌다. 고양시는 시장실로 통하는 모든 문에 셔터를 내리자 주민들은 또 한 번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119 소방서 직원까지 출동하기도 했다. 이날 저녁에는 민주당 소속의 강경자 시의원이 주민들과의 다툼 속에서 “XX하고 있어”라는 말을 해 주민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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